20080506

광우병에 대해 이런저런

촛불 집회 하는걸 가보고 싶기도 하고, 10대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왔다고 해서 그 모습도 한번 보고 싶은데 여러 사정으로 가보진 못하고 있다. 그 아쉬움에 관련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써본다.

이번 광우병 촛불 집회에 10대 학생들이 대거 참여하는걸 두고 '중간 고사가 끝나서 할일이 없어서 그런다'느니, '어린 학생들이 무방비로 인터넷에 현혹되고 있다'느니, '중학생들이 놀거리가 없어서 시위에 나오는거다'느니 하는 얼토당토 안해 보이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것도 찌라시 블로그나 포털 사이트 댓글도 아니고 청와대, 주류 언론사, 정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는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정치는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누구가 되었던 시민은 정치의 주도자가 될 수 있고, 합당한 점이 있다면 여론으로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게 민주주의 아니었나?

이런 양반들의 정신 구조에는 정말 말문이 막힌다. 역사에게든, 시민에게든, 뭐가 주체가 되든 정말 크게 혼이 나야된다. 아니 그보다는 민주주의가 뭔지 공부를 먼저 시키는게 더 중요할 거 같다.


더불어 이번 광우병 문제에 대해 재미 교포나 유학생들의 언급 내용이 꽤 많이 전해져온다. 재미 한인회인가에서는 미국의 소고기가 안전하다는 기자회견인가를 했다고 들었고, 블로그나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된 여러 글들을 심심찮게 읽을 수 있다.

내 생각엔 이건 아주 기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협상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곳에서 팔리는 소고기와 여기에서 팔겠다는 소고기는 다른 제품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같은 부분도 많이 있는데 '다른 것'들도 섞여서 들어온다. 문제가 되는건 '다른 것'이다.

아마도 미국 정부는 미국 시민들과 거주자들을 위해 최상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보다는 훨씬 나은 위생체계를 지니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즉 미국내에서 팔리는 소고기는 위생적일테고 대부분의 경우 안전할 것이다.

이번에 뉴욕인가 무슨 균이 발견되어 각종 고기류에 대해 대규모 리콜이 있었다고 하던데 미국의 주정부들이 자국 시민들을 위해 재빠르고 과감하게 대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듯 정부와 자치 단체가 시민들의 안전과 위생을 위해 노력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선진국 아닌가.

문제는 우리에게 팔겠다는건 그런 것들에 더해, 위험할 지도 모르는 제품도 함께 팔겠다는 거고, 그런 것들이 비록 평범한 시민들은 혹시 모르니 안먹고 말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건데 학교나 군대 등 대량 급식 체계 안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재미 교포나 유학생들이 미국 소고기 맛있고, 저렴하고, 안전하고 좋기만 한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라고 언급하시는건 다 맞는 이야기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이야기들 되겠다.

이번 사건에서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건 우리 정부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과연 뭘 했는지 알고 싶어도 별로 보이는게 없다는 점이다. 나오는 반응이 겨우 '안 사먹으면 되지', 여기에 더 붙여 '민간에서 수입안하면 되지'라는건 발상 자체가 한심함의 수준을 저만치 넘어섰다.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민간이 아니라 국방부와 지방 교육청 같은 정부다. 그들이 군대 짬밥에, 학교 급식에 저 '다른 것'을 싸게 샀다고 신나하면서 넣을 까봐 걱정되는거다.

더구나 이런 발상 체계를 지닌 사람들이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나올지 대충 보이기 때문에 그 점이 너무나 위험해 보이고 무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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