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2

연등행렬

며칠 전에 이야기했듯 연등행렬을 보러 갔다. '긴 행렬을 따라간다'라는 상상을 했으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자리에 두 시간 넘게 있는 동안 계속 새로운 것들이 지나갔으니. 여하튼 위 사진 같은 분위기를 상상하며 갔고 한참 동안 저런 모습을 봤다.

 

 

하지만 천태종의 용과 코끼리를 본 후 (개인적으로는) 치유고 뭐고 사사로운 모든 게 무의미해 졌다. 이렇게 덴서티 높은 강렬한 영상은 나머지 다른 것들을 시시하게 만든다. 더 쎈 걸 내놔…

여하튼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은 또 모르겠지만 이 연등 행사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 부활절 달걀을 하나씩 싸는 이들, 성탄절을 준비하는 이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며 왜 절이나 교회, 성당에들 다니는 지 약간은 이해가 되었다. 일종의 유신론자이지만 세례명만 가지고 아무 곳에도 나가지 않는 나같은 사람은 현재로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곳이다.

20130511

잡다한 나열

1. 구글 리더를 쓸 때는 뭐든 그냥 rss를 찾아 거기다 등록을 했다. 이제 구글 리더가 없어지니 문제가 생겼는데 봐볼까 싶은 페이지들을 페이스북, 텀블러, 트위터 등 여기저기에서 라이크나 팔로우를 누르게 된다. 이래가지고는 예전 북마크하고 별 차이가 없다. 눈여겨볼 만한 걸 찾아 읽는데까지 드는 품이 너무 늘어난다.

2. 피들리는 나쁘진 않은데 한 눈에 들어오는 정보량이 작아선지 슥슥 지나가다 보면 뉴스가 더 없어요~ 가 나온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3. 나는 좌도 싫고 우도 싫고 치우친 게 싫어, 중도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도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균형점이라는 건 혼자의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여럿의 의견 속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런데 혼자 중도의 마음을 가지려면 그 모든 것들을 굽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물론 가능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보통의 경우 난 중도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저 생각을 하기가 귀찮아져서  대충 모나지 않아 보이는 것들을 그때 그때 고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필요한 건 혼자 앉아서 뭐가 적절한 중간의 의견일까 상상해 보는 게 아니라 의견이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살기 위해 어느 건 버리고 어느 건 챙기는 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상상과 현실이 꽤나 달라서 자주 해봐야 실력이 는다.

4. 요 세상에 며칠 사건 사고가 매우 많았다. 아까 집에 들어와 뉴스를 한참 뒤적거렸는데 두통이 온다.

5. 그건 그렇고 집이 너무 건조하다. 마른 기침이 난다. 요새 잦은 잔병치레의 원인이 그게 아닌가 싶다. 가습기는 비싸니 젖은 수건이라도 걸어놔야 할까...

6. 인간과의 만남이라는 건 참 어렵다. 사실 매우 취약한 부분인데 요새 들어 더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능수능란해지고 싶은 욕심은 없는데 납득이 안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7. 아이폰 타자 너무 어려워.


20130508

최근 한 달

최근 몇 주간의 삶은 지리하고, 별 가치도 없지만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삼류 연극같다. 수많은 이들의 복잡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한많은 삶들은 주변에 목석처럼 서 있고 다난한 사건들이 클리셰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런 사건에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를 붙여보고 싶지만 기운이 없다.

사랑의 블랙홀에서 빌 머레이는 루핑 끝에 참 사랑이라도 얻었지만 이 루핑의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 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저번에는 기억만 했는데 이번에는 경과라도 남겨놔 본다.

 

지난 한 달간 한강 다리를 걸어서 세 번 건넜고, 지갑을 네 번 습득했으며, 신용 카드를 세 장 줏었다. 그리고 투신 현장에 두 번 있었다. 오늘은 이 중 세 가지가 등장한다. 마포 대교를 건넜고, 여고생이 주인인 듯한 핑크색 지갑을 하나 주웠고, 마포 대교에서 20대 후반 여자(경찰 추정)가 뛰어내렸다.

항상 서쪽 편으로만 건너던 마포대교를 오늘은 왠 일로 동쪽 편으로 건넜고, 나는 그저 한들한들 거리고 있었고, 세번째 전망대(마포대교에서 투신을 하도 많이 해 생명의 다리로 재구성되었고, 중간에 다시 생각하라고 생명의 전화와 세 개의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에 들어가 다리 지도를 보며 이제 200미터만 더 가면 되는 군 하며 자리를 뜨는데 사람들이 난간으로 우~ 모여들었다.

사태의 진행이 저번 명동 유니클로 앞과 똑같다. 오늘따라 여고생들이 좀 많았고(그러고보니 이것도 저번과 같다 - 하지만 마포대교는 원래 다른 다리에 비해 사람이 약간 많은 편이다), 앞에 있던 어떤 젊은 남자가 바로 신고를 했다. 잠시 기다리니 다리 아래에서는 배가 나타났고, 다리 위에는 소방차들이 나타났고, 한강 둔치에는 앰뷸런스가 나타났다.

컴컴한 밤이었지만 다리 위에서 떨어진 방향을 알려주니 배가 랜턴을 비춰댔다. 다행히 물 위에 떠 있어서 바로 건져냈다고 오케이 사인을 보냈왔다. 죽진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옆의 소방관 아저씨는 생사는 아직 불확인이라고 말해줬다. 집에 들어와 뉴스를 찾아봤지만 없다. 저번에는 사망이었는데, 무슨 짐을 지고 있는 지야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이번은 그래도 살아계시길 기원한다.

이 반복에 딱히 의미를 두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일에 그렇게 놀라거나 충격을 받는 타입의 인간도 아니다. 이와 관계없이 그 한 달 동안 내 삶이 더 궁핍해진 거나 힘들 뿐이다. 찾아보니 서울에서 하루에 7.5명이 자살한다. 마포대교를 검색했더니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오후에 20대 초반 여자가 물에 뛰어들었다(이 분은 낮이었고 바로 구출되었다).

여하튼 핑크색 지갑은 지하철 역에 맞겼는데 아마도 안의 정보로 연락을 한다고 합니다. 혹시 마포대교에서 5월 8일 지갑을 분실하신 분은 지하철 공사 유실물 보관소를 찾아보시길.

냉혹, 배송, 문제

1. 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이 되고 첫 금리 발표가 있었다. 동결 및 향후 인상 예고. 지금은 주식에 조금 투자를 하고 있지만 예전에 투자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을 때도 연준의 움직임에는 좀 관심이 있었다. 연준이라는 시스템이 경제를 움직이는 방식,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