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9

케데헌, 확장, 준비

1.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봤다. 민망하거나 항마력이 딸릴까봐 걱정했지만 그런 문제는 딱히 없었다. 기본적으로 감정의 폭을 쓸데없이 극적인 곳까지 끌어올리거나 끌어내리지 않고 적당한 폭 안에서 움직이도록 정교하게 조절되어 있다. 극한의 롤러코스터보다는 화려한 테마파크의 회전목마 같은 작품이고 누구나 부담없이 볼 수 있다. 

자세히 파고 들어가면 끝도 없을 것 같은 부분이나 앞뒤를 맞추기 위해선 더 집어넣야 할 이야기가 있는 거 아닌가 싶은 구석들이 있지만 케데헌은 그런 것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깔끔한 면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맛이다. 이 바닥에 아무런 문제도 없고 우리는 모두 그저 행복하다고 가면만 쓰지 않으면 된다. 그런 건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이들이 해줄 거다. 여기에서는 잠시 옆에 치워놓고 이 이야기가 만들어 내는 감동이나 교훈이 있으면 된다.

주요 배역에 현역 케이팝 아이돌이 거의 참여하지 않은 것도 좋다. 불필요하게 팬덤을 움직일 가능성이 있고 초반에 주목을 받을 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런 것들이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물론 케데헌의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이들 대부분 케이팝 산업 인력이긴 하지만 현역 아이돌이 없이 이런 곡들이 나왔다는 것만 가지고도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이미 제대로 정립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적당히 케이팝 신의 전형적인 남녀 관계, 선후배 관계, 아이돌과 팬덤의 관계에 대해 적당히 빈정대는 장면들이 범퍼가 되어준다. 내용에 있어서도 혼문이라는 설정도 괜찮았고 특히 3인조 케이팝 걸그룹이 가지는 유구한 역사적 정당성 부여와 함께 셀린이 가지고 있던 90년대 케이팝의 한계를 루미가 넘어서는 구도도 좋았다. 사실 너무 잘 만들어서 꽤 감동을 받았다. 


2. 그냥 OST만 몇 번 들으면서는 Golden이나 Your Idol 정도 챙겨 듣고 있었는데 작품을 보고나니 Free, What it Sounds Like 같은 곡도 듣게 된다. Score Suite라는 기가막힌 곡도 있는데 OST에 들어있는 버전은 가사가 없는 게 아쉽다. 


3.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 케이팝의 탄탄한 배경이 이제 케데헌 같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나 조이, 이브의 이번 앨범 같은 걸 나오게 만드는 힘이 된다. 특히 케이팝의 한계 지점 어딘가를 뒤적거리면서도 신 자체를 떠나지는 않고 있는 이브의 이번 앨범 Soft Error가 상당히 좋다. 일단 사운드 톤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리듬감이 기존에 듣던 케이팝과 좀 다르다.


4. 속초에 다녀왔다. 동해와 설악산. 속초라는 곳을 너무 자주 가는 거 같지만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는 거 같다. 봄여름가을겨울 다 좋다. 다만 바닷 물에 좀 들어갔다 나왔는데 귀에 물이 좀 들어간 거 같는지 살짝 통증이 있다. 귀가 항상 문제다. 수영을 배운 이후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가봤는데 바다용 수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민물 수영장하고 준비물이 좀 다르다.


5. 이틀 속초에 다녀온 덕분에 일정이 많이 꼬이긴 했다. 할 일이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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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확장, 준비

1.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봤다. 민망하거나 항마력이 딸릴까봐 걱정했지만 그런 문제는 딱히 없었다. 기본적으로 감정의 폭을 쓸데없이 극적인 곳까지 끌어올리거나 끌어내리지 않고 적당한 폭 안에서 움직이도록 정교하게 조절되어 있다. 극한의 롤러코스터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