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3

누적, 느슨, 싫음

1. 자다가 새벽 4시 쯤 추워서 깼다. 왜 이렇게 추운가 잠시 생각하다 다시 잠들었다. 예전에는 밤에 집에 도착해서 틀어놓고 자기 직전에 꺼도 알맞게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요즘엔 켜도 별로 따뜻한 거 같지가 않다. 보일러가 오래된 탓인가 싶기도 하고 요즘 새로운 패턴의 겨울 추위 - 습하고 음울함 -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다시 잠들었다가 눈을 떴는데 10시 40분이었다. 1, 2년에 한 번 아주 피곤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도 그래서 이런 식으로 지각을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새 이토록 피곤할 일이 뭐가 있지, 왜 피곤이 쌓인 거지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2. 데님이나 저지 같은 약간 느슨한 느낌의 코튼 직물을 좋아했는데 요새 고밀도 코튼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구하기 어렵고 비싸지. 예전에 윌리스 앤 가이거 옷 봤을 때 살 걸 그랬다.


3. 오늘도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다. 다행히 내일부터 약간 풀린다고 한다. 이 추위가 너무 싫지만 이게 끝나고 나면 금세 더워지겠지. 그건 더 싫다.



20220219

답답, 메모, 거대

1. 여고추리반 시즌 2가 끝났다. 한동안 이거 기다리는 재미로 살았는데 이제 또 볼 게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점도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이번 시즌은 좀 재미있는 게 등장인물과 관객 사이의 정보량이 꽤 다르다. 즉 범인을 미리 알고 드라마를 보는 타입이다. 이렇게 만드는 게 괜찮은가 싶기는 한데 답답함은 덜하지만 좀 심심한 느낌이 있다. NPC 연기가 상당히 좋아서 퀄리티가 높아진 건 좋은 점이다. 새로운 배우들도 많이 알았다.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이 전모를 파악하기가 힘든 구조라 중간중간 정리 - 설명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게 전개를 너무 빠르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걸 다 뒤져서 찾아다닐 시간이 줄어드니 그런 만큼 스케일이 커질 수가 있긴 하다.

가짜 몰카 범죄를 이용해 주도권을 잡는 장면이 나오는 게 이슈가 되었었는데 사실 그전에 메인 빌런이 이미 수십명을 죽여오며 자라온 사이코 패스라 그 정도 범죄도 충분히 할 만한 개연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그런 소재를 사용하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없다. 다른 방식을 찾았다면 더 매끄러웠을 거 같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부반장이 떡볶이 집에서 가면의 메모를 왜 몰랐냐 하는 것. 뻥튀기 먹는 장면은 아주 좋았지만 그 이후 눈 마주치고 마무리까지 달리는 부분은 내용의 거대함에 비해 약간 심플하지 않았나 싶다.


2. 에이핑크가 컴백했다. 스페셜 앨범을 가장한 정규급 음반인데 무엇보다 곡이 다 매우 훌륭하다.


3. 방구석 1열 확장판은 뭔가 애매함. 노는 언니 2가 티빙에 올라왔다. 여기서 봐야지.


20220218

온화, 적응, 밀폐

1. 날은 여전히 춥다. 올해의 추위는 몸 속을 파고 들고, 끈질기고, 지리하다. 상당히 기분 나쁜 형태의 추위다. 왜 기상 이변의 추이란 이렇게 지독한 더위, 끈질긴 추위처럼 짜증나는 형태로만 나타날까. 바람 살랑살랑 불고 적당하고 온화한 방식으로는 나타날 수가 없는 걸까.


2. 얼마 전 속초에 다녀왔다. 속초는 은근히 자주 가서 이제 더 이상 궁금한 것도 없고 그렇다. 그래도 파도치는 바다는 여전히 좋긴 하다. 저번에 갔을 때는 고성 아야진 해수욕장 근처에서, 이번에 갔을 때는 양양의 동호 해수욕장 근처에서 힙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중심에는 아마도 서핑이 있다.




3. 상당히 지지부진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음식량을 줄인 덕분인지 어딘가 피곤하다. 그리고 이상한 게 많이 씹고 천천히 먹는 식으로 밥 시간을 확 늘린 이후 소화가 잘 안 된다. 이게 몸이 적응하는 데 기간이 필요한 건지, 무엇인가 잘못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어디라도 살짝 이상하면 한동안 백신 탓인가! 했었는데 이제는 오미크론인가! 하고 있다. 왠지 걸려있는 거 같기도 하고, 걸렸다가 지나간 거 같기도 하고.


4. 어제 동네 근처 양원 지역을 버스로 지나갔는데 어딘가 21세기 분위기 = 어딘가 의욕 넘치는 자치장이 있는 지방 도시 분위기 같은 게 느껴졌다. 어쨌든 버스 정류소가 온열 벤치에서 한 칸 더 나아간 밀폐형으로 되어 있었다. 


5. 식당에서 먹는 한국형 식단에서 밥을 천천히 먹는 일의 가장 큰 문제는 절반 정도는 차갑게 먹게 된다는 거다. 추운데 뱃속까지 추워지는 느낌이다.

20220210

사막, 걷기, 한창

1. 날이 좀 풀렸다. 공기가 안 좋아지겠지만 그래도 살 만 하다. 0도에서 10도만 계속 왔다갔다 하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면 사막이 되겠지...


2. 운동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걷기를 늘릴 생각이다. 지하철 역까지 가까운 역 1.1km, 그 다음은 2km 정도 된다. 적당히 조절을 좀 해야지. 먹는 게 너무 좋은 것도 큰 일이다. 뭔가 먹을 때 아무 생각도 없어지는 게 좋다. 스트레스의 해소 방식으로 다른 걸 좀 찾아야 한다. 그리고 밥을 적어도 20분 이상에 걸쳐 먹는 게 좋다길래 요새 소화도 잘 안되고 배도 자주 아프고 해서 시도하고 있다. 쉽지 않음... 일단 먹다가 밥이 차가워지는 게 좀 넘기기 어려운 장벽이다. 아무튼 실천을 위해 안소희의 계란 먹는 영상을 자주 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ohxuAluUlc 


3. 올림픽이 한창이다. 거의 안 보는 데 SNS를 하니까 소식은 듣는다. 올림픽이라는 건 점점 더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아닐까.


4. 요새 중고 옷이 인기를 끌면서 가격이 너무 올랐다. 파타고니아의 특정 제품처럼 특별한 수요가 여전히 있는 것들 제외하면 적당한 레벨은 일본보다도 더 비싼 거 같다. 더 이상 메리트가 없는 거 같다.


20220205

체계, 냉기, 역할

1. 어제는 입춘이었다. 입춘을 경계로 띠가 바뀐다고 한다. 즉 2월 4일 생부터 호랑이 띠다. 양력과 음력이 교묘하게 얽혀 있는 이 달력 체계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2. 올 겨울은 춥다. 그런데 어쩐지 추위의 경향이 바뀌었다. 오늘의 경우 매우 추웠는데 날씨 앱을 보니 영하 2도였다. 영하 20도는 되는 줄 알았음. 예를 들어 몇 년이 지난 후 올해 날씨를 체크해 보면 최고 기온이 영하 1도, 2도 쯤 찍는 2월 초를 확인하고 날이 풀려가고 있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올 겨울 추위는 이렇게 온도와 직접 연동이 되지 않는 기분이다. 어딘가 으슬으슬하고 냉기가 온 몸을 파고 들어가는 게 있는데 습도 때문이 아닐까 가정하고 있다. 그 추웠던 2018년에도 집에 들어와서 잠깐 있으면 몸이 따뜻해졌는데 요새는 그냥 계속 춥다. 뜨거운 물로 샤워할 때마다 뼈에 새겨진 냉기가 풀리는 거 같다.


3. 여고추리반 시즌 2는 역시 재미있다. 전체에 깔려있는 주제가 가스라이팅이고 단절된 커뮤니케이션과 그걸 이용한 감정적 주입이 만들어 내는 집단 심리와 그로부터 유래되는 공포를 보여 준다. 좀비가 튀어나오거나, 흑막이 있어서 거대 악을 실현하거나 이런 것과는 다른 조마조마함과 절망이 있다. 이런 경우 평소 지나는 역할 정도였던 npc들의 연기가 매우 중요해지는 데 그걸 아주 잘 풀어가고 있다. 아마도 이런 부분에 대한 자신감이 지금의 드라마를 만드는 거겠지. 아무튼 예나가 크게 뒤통수 맞을 분위기인데 어찌되려나.

그리고 약간 궁금한 게 신지우가 추리반 쳐들어왔을 때 만약 멤버들이 확인할 게 있어서 사물함에서 카메라를 들고 왔다고 대답을 했다면 신지우 대답으로 뭐가 준비되어 있었을까. 그거 선우경이 가져다 논 걸테니 신지우는 모르는 이야기일테고 그러므로 카메라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이런 식이 되었을텐데 거기서 만약 추리반 쪽에서 이거 봐 했으면 전개가 꽤 달라진다. 

신지우가 굳이 추리반을 찾아온 이야기를 집어 넣은 걸 보면 여기서 신지우, 추리반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다른 데에서 오고 있다는 걸 눈치 채는 시나리오가 있었을 거 같다. 누가 컴퓨터를 확인해 보라고 했지? 누가 사물함에 가보라고 했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어딘가에서 끊고 큰 시나리오의 본류로 다시 들어가도록 설계가 되어있겠지만 선택형 시나리오는 이런 부분들이 계속 궁금해져서 드라마로 보기에는 뭔가 아쉬움들이 있음...


4. 올림픽 개막식이 있었다는 데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다. 

아바, 우왁, 소음

1. 12월 24일 집으로 오는 버스에는 3명 정도가 앉아있었다. 버스 기사님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아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댄싱 퀸, 워털루에 이어 김미 김미가 나오는 걸 들으면서 라디오가 아니고 히트곡 메들리 같은 거구나 생각을 하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