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 한창 공사중인 양원지구 쪽 버스 정류장에 내릴 일이 많은데 거기서 보면 불암산이 둥근 정상과 뾰족 정상으로 이뤄진 게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생겨났을 거라 가정하면 누가 일부러 깎은 게 아닌 한 둘이 이렇게 달라진 건 이상하지 않나 싶다. 그러고 보면 산 모양 같은 건 옛날 몇 만년 전 조상들도 같은 모습을 봤겠지. 공룡도 봤을지도...
이 루트를 보면 봉화산에 불을 지피는 건(보통 때는 하나를 계속 지피고 있다가 적군 출현, 국경 접근 등등으로 하나씩 올린다) 함경도 쪽에 외적이 침입했을 때다. 거기서 동해 바다를 따라 내려오다다가 철원쪽으로 해서 서울로 향한다.
예전에 왜 한국 전쟁 때 미아리 고개에서 전투가 심하게 있었을까 살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봤을 때 길이 거기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북한산을 막 넘을 수는 없을테니까. 그러고 보면 몽고군은 대체 어떻게 남한산성까지 와서 거길 기어올라 넘어갈 수 있었을까. 가끔 볼 때마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아무튼 산이 굉장히 많은데 그 사이로 좀 낮은 지형이 북쪽으로 쭉 이어져 있다. 그게 지형도로 보면 봉화 루트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약간 이해가 된다. 물론 봉화는 꼭 직접 보이지 않아도 연기가 있으니까 또 설치의 묘가 있겠지. 아무튼 온성이나 청진에서 걸어온다고 하면 비슷한 루트를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 개마고원, 금강산, 설악산, 낭림산맥, 태백산맥 별 게 다 가로막고 있는데 함부로 산길에 접어들었다가는 나오지 못할 거다.
3. 요새 지리산을 보고 있다. 사실 2회까지 보고 시간이 나질 않아서 못보고 있지만... 지리산은 아주 예전에 올라가 본 적이 있다. 운이 좋았다. 설악산이나 한라산은 시간 내서 가서 숙소 잡고 하루 자고 나면 매번 폭우, 폭설 등으로 입산 금지가 떨어지던지 해서 못 올라가 봤다. 언젠가 한 번은 삼척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폭설에 전쟁통 비슷하게 난리가 나서 같이 갔던 친구랑 곧바로 서울로 출발했는데 12시간인가 걸려 도착한 적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지 말라는 거 같은데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높은 산이라면 겨울 소백산이나 계방산은 한 번 가보고 싶다.
4. 올해는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코로나 탓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다. 많은 고생을 했는데 헛일이 된 것도 있고, 붙잡고 몇 달이 흘렀는데 답을 전혀 찾지 못한 것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감수해야 하고 정리할 건 정리하고 더 나아갈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살 수도 없는 법이지 않을까. 극복이 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다. 능력을 잘 가늠해야지. 전자의 중요성을 생각하느라 후자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었다.
5. 뭐 그런 이유인지 뭔지 자꾸 뭔가 사고 싶은데(도피처를 찾는다), 일이 잘 안되니 돈은 없고, 사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얼추 비슷한 게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둘 자리도 없다. 올해 패션 쪽으로 기쁜 일이라면 사카이 프래그먼트 드로우가 된 거 정도일까. 아메토라 많이 읽어주세요. 집에 두고 볼 가치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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