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8

미지, 가치, 가능

 1. 3개월 간의 중화동 스터디 카페 생활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다. 2개월은 직접 내고 1개월은 재난 지원금을 이용했는데 더 이상은 힘들겠다 생각하며 학교를 찾아봤더니 열람실을 다시 연다는 공고가 나 있었다. 세상이 아직은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게 쉽게 죽이면 재미없지라고 말하는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특히 식사의 금전적 이점을 누리기가 어렵다. 집에서 한 끼는 먹고 가야할 듯 하다. 

DDP의 크레아도 다시 열렸다길래 가봤는데 사물함이 당일 운영으로 바뀌어 있었다. 매일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듯 하다. 1번이 어떻게 될 지 아직은 모른다는 뜻이다.


2. 옷 판매는 거의 끝났다. 아직 3개의 매물이 중고 장터에 올라가 있지만 팔리지 않을 듯 하다. 좋은 옷이기에 이해는 가지 않지만 판매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뭐가 문제이기에 팔리지 않는 건가 고심을 해볼 만 하다. 가격은 애초에 상당히 낮으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이 이 옷의 가치를 모르다니!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3. 2021년에 몇 군데의 병원을 다녔지만 손 관절, 허리 근육, 입술, 눈, 위 어디하나 제대로 해결된 곳이 없다. 내장 기관은 느껴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4. 물소리길 2번 터널길을 다시 한 번 다녀왔다. 이번에는 일종의 가이드 자격. 트레일 + 로드 워킹은 혼자의 장단점과 단체의 장단점이 극명히 갈린다. 등산하고는 좀 다르다. 등산은 확실히 혼자보다는 단체가 더 낫고 성공 가능성도 높은데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체력이 더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장마, 먼지, 일 등등의 이유로 못 했는데 오래간 만에 다시 가봤더니 좋아서 슬슬 다시 갈 생각이다. 경기 옛길을 가고 싶은데 교통편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 가능 코스를 고르고 있다.


5. 지지부진하지만 2021년을 하나씩 마무리하고 있다. 다음 해는 2022년이네. 20220202, 20220222 뭐 이런 날들이 있겠구나.


20211125

효율, 박스, 발산

1. 슬슬 겨울이 오고 있다. 하지만 요동치는 날씨 대응에 매번 실패하고 있다. 너무 덥게 입거나, 너무 춥게 입는다. 이런 것들이 결국 효율을 떨어트린다. 


2. 건강 검진을 받았고 전반적으로는 괜찮지만 주의를 요하는 부분 몇 군데가 나왔다. 그러곤 내과 약을 받아왔다. 얼마 전 뭐가 나서 피부과, 또 간지러워서 안과 그 전에 손가락이 아파서 정형외과 등등 올해는 병원을 꽤 많이 다녔다. 그리고 갈 수록 약을 박스로 받아오고 있다. 하도 많아서 뭐가 뭔지 헷갈려 하며 막 먹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대충 수습되었다. 


3. 아무튼 2021년은 코로나를 제외하고도 복잡하고 피곤하고 성가시고 우울한 일들이 연거푸 일어났고 개인적으로도 몇 개의 실수와 실패만 남겨 놓고 별 소득이 없었다. 생업을 위한 자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연도가 바뀐다고 특별히 달라질 게 있겠냐만 그래도 문명은 임의로 설정해 놓은 몇 가지 기준점을 따라가고 있고 어서 연도가 바뀌어 새 마음을 먹었으면 좋겠다. 사실 금연이 그러하듯 언제부터 해야지 아무 의미없지. 뭐든 당장 시작하는 게 이득.


4. 신장 면 사태는 중국 생산 물자에 대한 서구의 인권적 관심을 높여 놓았고 이전 스웨트샵 문제보다 더 강력한 제재가 몇 가지 나왔다. 하지만 이는 중국 내수 브랜드, 특히 스포츠웨어 분야의 대성장을 이뤄내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되는데 애국을 빌미로 중국 내 도메스틱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또 너무나 커다란 내수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석유 기반 독재도 그랬었지만 경제적 독립과 영향력 발산이 커지면서 그런 나라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력은 갈 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게 닥쳐 올 미래인가 싶다.


5. 아무튼 최근 매우 피곤하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는 꼼짝하지 않고 일을 할 생각이다.

20211108

요동, 책임, 겨울

1. 날씨가 또 요동을 치고 있다. 일요일에 왜 이렇게 덥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거의 폭우에 가까운 비와 태풍에 가까운 바람이 불었고(아침에 10m/s였음) 추웠다. 올 가을에는 이상하게 비가 많이 내리는데 그게 다가올 겨울에 대해 무얼 이야기해주고 있는걸까.

1-1. 얼마 전에 요동 반도가 정확히 어딘지를 찾아보다가 문득 깨달았는데 시베리아는 참 넓고 참 아무 것도 없다. 포켓 트레인 때문에 마가단과 아나디르에 익숙한 데 마가단은 그래도 도시의 느낌이 좀 있더만.

2. 옷을 몇 벌 팔았고, 팔고 있고, 팔 예정이다. 무지성 구매를 한 적이 거의 없고 하나같이 나름의 중대한 이유를 가진 채 집에 들여 왔고, 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겠다고 시간을 들이고 자그마한 운들도 거기에 사용했고, 가지고 와서도 나름 열심히 관리를 했기 때문에 이렇게 떠나보내는 건 어딘가 아쉽다.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생각으로 들여 놨지만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거 같아서 슬프다. 그래도 세상에는 여러가지 사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3. 요새 이상하게 피곤하다. 이 피곤이라는 게 너무 묵직하게 다가와 온 몸이 아픈 기분이 들 정도다. 내일 건강검진을 하는 데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으려나.

4. 이 계절이 되면 이 gif를 찾아보게 된다.



 

겨울이 왔어요.


20211104

루트, 금지, 도피

1. 요새 한창 공사중인 양원지구 쪽 버스 정류장에 내릴 일이 많은데 거기서 보면 불암산이 둥근 정상과 뾰족 정상으로 이뤄진 게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생겨났을 거라 가정하면 누가 일부러 깎은 게 아닌 한 둘이 이렇게 달라진 건 이상하지 않나 싶다. 그러고 보면 산 모양 같은 건 옛날 몇 만년 전 조상들도 같은 모습을 봤겠지. 공룡도 봤을지도... 




2. 아무튼 이 동네에 살다보니 봉화산이 왜 여기에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남산이 딱 보인다. 요즘처럼 건물이 많아진 세상에도 잘 보이는데 조선 시대에는 더 잘 보였을 거 같다. 조선 시대 봉화루트를 보면 아차산이라고 적혀 있는 데가 있는데 그게 신내동 봉화산이라고 한다. 봉화산에서 아차산까지 가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먼데 한 섹터로 봤었나 보다.



이 루트를 보면 봉화산에 불을 지피는 건(보통 때는 하나를 계속 지피고 있다가 적군 출현, 국경 접근 등등으로 하나씩 올린다) 함경도 쪽에 외적이 침입했을 때다. 거기서 동해 바다를 따라 내려오다다가 철원쪽으로 해서 서울로 향한다.



예전에 왜 한국 전쟁 때 미아리 고개에서 전투가 심하게 있었을까 살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봤을 때 길이 거기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북한산을 막 넘을 수는 없을테니까. 그러고 보면 몽고군은 대체 어떻게 남한산성까지 와서 거길 기어올라 넘어갈 수 있었을까. 가끔 볼 때마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아무튼 산이 굉장히 많은데 그 사이로 좀 낮은 지형이 북쪽으로 쭉 이어져 있다. 그게 지형도로 보면 봉화 루트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약간 이해가 된다. 물론 봉화는 꼭 직접 보이지 않아도 연기가 있으니까 또 설치의 묘가 있겠지. 아무튼 온성이나 청진에서 걸어온다고 하면 비슷한 루트를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 개마고원, 금강산, 설악산, 낭림산맥, 태백산맥 별 게 다 가로막고 있는데 함부로 산길에 접어들었다가는 나오지 못할 거다.


3. 요새 지리산을 보고 있다. 사실 2회까지 보고 시간이 나질 않아서 못보고 있지만... 지리산은 아주 예전에 올라가 본 적이 있다. 운이 좋았다. 설악산이나 한라산은 시간 내서 가서 숙소 잡고 하루 자고 나면 매번 폭우, 폭설 등으로 입산 금지가 떨어지던지 해서 못 올라가 봤다. 언젠가 한 번은 삼척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폭설에 전쟁통 비슷하게 난리가 나서 같이 갔던 친구랑 곧바로 서울로 출발했는데 12시간인가 걸려 도착한 적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지 말라는 거 같은데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높은 산이라면 겨울 소백산이나 계방산은 한 번 가보고 싶다. 


4. 올해는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코로나 탓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다. 많은 고생을 했는데 헛일이 된 것도 있고, 붙잡고 몇 달이 흘렀는데 답을 전혀 찾지 못한 것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감수해야 하고 정리할 건 정리하고 더 나아갈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살 수도 없는 법이지 않을까. 극복이 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다. 능력을 잘 가늠해야지. 전자의 중요성을 생각하느라 후자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었다.


5. 뭐 그런 이유인지 뭔지 자꾸 뭔가 사고 싶은데(도피처를 찾는다), 일이 잘 안되니 돈은 없고, 사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얼추 비슷한 게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둘 자리도 없다. 올해 패션 쪽으로 기쁜 일이라면 사카이 프래그먼트 드로우가 된 거 정도일까. 아메토라 많이 읽어주세요. 집에 두고 볼 가치가 있답니다.




절차, 평화, 부활

1. 국회 경고를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게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이게 국힘의 대통령 옹호, 탄핵 반대 논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아무튼 국회 표결에서 204표가 나와서 탄핵이 의결되었고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