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7

지원, 요구, 결과

 1. 예컨대 거대한 재난이 왔고 나라의 재정 지원이 필요할 때 선별해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게 맞냐, 일단 전부 다 주는 게 맞냐를 생각해 보면 물론 꼭 필요한 사람을 주는 게 맞을 거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가 라고 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얼마나 자세히 들여다 볼 건가, 자세히 들여다 볼 수는 있는가는 아예 생각도 안 할 게 확실한데(게다가 시간이 중요하다고) 맞는 방향이라고 해서 불가능을 추구하는 게 답이 될 수는 없다. 


2. 결국 선별은 불가능할테고 뭔가 증명을 위한 요식 절차가 될 막중한 서류 정리의 절차는 저번 프리랜서 지원금처럼 어딘가 공조직의 직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곧 막중한 과업에 시달리게 되겠지. 가만히 보면 위기 상황에서의 사회 유지를 위해 커피집, 노래방 같은 걸 운영하는 자영업자, 병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의 희생을 너무 크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이 될 수 없거나 조직이 되어도 힘을 발휘할 수가 없지. 


3. 돼지고기와 에어프라이어는 뭔가 안 맞는 거 같다. 어떻게 해도 결과물이 탐탁치 않다. 자료 조사와 시간과 공을 더 들이면 뭔가 더 나아질 지도 모르겠지만 투입 대비 효용의 불균형이 명확하다. 너겟도 전자렌지에 2분 데우는 것과 에어프라이어에 10분 데우는 것 사이의 차이가 8분을 소모하고 설거지 거리를 늘릴 만큼 소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핫윙도 마찬가지. 결과물이 아주 괜찮았던 건 냉동 피자 정도였다.


4. 태풍이 연속으로 지나가고 있다. 3개 지나갔으니 이젠 슬슬 여름의 끝과 함께 그만 오겠지 싶은데 요즘 날씨의 진행 상황을 보면 또 모를 일이다. 3년 간 매우 무더움, 별로 안 더움, 비가 계속 옴이라는 세 가지 다른 패턴의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뭐가 있지. 내일 갑자기 눈이 내려도 그렇게까지 놀라진 않을 거 같다.


5. 민주주의, 특히 대의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이성이 살아있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 예컨대 과학적 사고를 믿지 않고, 그냥 자기 주장만 줄창 하는 빌런이 등장해 그걸로 이익을 얻고 동시에 바이러스가 번지는 등 사회에 간접적 해약을 미치는 경우 과연 어떤 해결 절차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사회적 합의로 해결 절차가 만들어진다면 결국 이익을 보는 건 누구고 손해를 보는 건 누가 될까. 인류는 흑사병 시대, 스페인 독감 시대에 뭘 배웠고 코로나 시대에 뭘 배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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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 유지,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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