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2

습기, 평정, 온수

 1. 비가 그치자마자 확 더워졌다. 더워졌다 정도가 아니라 너무 습하다. 그렇다고 해도 내일부터 다시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가 있고(많이 내리진 않는다, 하지만 모레 예보는 약간 많다), 처서는 8월 23일이다. 라니냐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라니냐가 발생하면 여름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이게 과연 어떻게 되가는 건지 대체 모르겠다. 역시 날씨에 반응하지 않을 만한 환경을 구축하는 게 더 빠를 거 같다.


2. 집밥, 엄마 밥 이야기 같은 걸 들으면 약간 짜증이 나고 뭐 저런 이야기를 하냐는 생각이 든다. 집밥 같은 기억은 혹시 있더라도 어서 잊어버리고 식사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장만하는 게 현대인의 삶을 사는 데 무척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혹시 내 마음 속의 버튼 같은 건가(있지 않았던, 기억하지 않았던, 기억하려 하지 않았던 집밥에 대한 반발?)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냥 많은 비현대성에 대한 짜증 중 일부에 더 가까운 거 같다. 예를 들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전화 통화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니 왜, 대체 왜.

그렇다고 해도 이건 대 대중 이야기 같은 데나 써먹어야지 바로 앞 타인에게 그러는 건 좀 곤란하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고 그런 걸 다 가늠할 수는 없다. 비판은 몰라도 모욕은 안된다. 결정적으로 그런 별 쓸모도 없는데다 감정만 상하는 행위가 만들어 내는 비효율이 더 크다. 이는 다른 짜증나는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에너지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특히 대면 관계에서 가능한 평정을 유지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3. 집 보일러가 고장나서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3-1.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장마비가 아주 많이 내린 날 화제 경보가 한 번 울렸고(그 이야기는 한 적이 있다), 그날 저녁 몇 동의 현관불이 나갔다. 즉 비가 어딘가 영향을 준거다. 그리고 보일러가 고장이 났고 AS를 신청했는데, 와서 하는 말이 비슷한 고장이 주변에 급격히 증가해서 부품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이 고장은 불순물이 유입되서 생겼다고 한다. 보통의 경우에도 불순물은 유입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야 하긴 한다.

3-1-1. 그렇다면 원인은 다 같이 정기 점검을 하지 않았고 그 문제가 비슷한 시기에 발현이 되었다 혹은 보일러 물 유입과 관련된 어느 파이프, 배관에서인가 문제가 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들 후자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3-1-2. 귀뚜라미 보일러 AS 신청은 홈페이지나 카톡으로 가능하다. 전화 연결을 할 수 있긴 한데 꽤 복잡한 루트를 타야 한다. 디지털 문명에 익숙하지 않으면 보일러 AS 신청도 어렵게 해놓은 건가.


3-2. 그런 이유로 찬물로 씻고 있다. 아무리 덥다 해도 역시 쉽지 않다.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머리 감는 건 생각보다 괜찮은데 등과 가슴에 물을 쏟을 때가 역시 문제다. 팁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온몸에 비누칠을 해 되돌아 갈 길을 막아버리는 게 중요하다. 바디 클렌저는 찬물이어도 거품이 잘 나더군.

3-2-1. 약간 이상한 점이 있는데 분명 순간 체온을 떨어트리는 임팩트는 찬물 샤워가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샤워를 마친 후 상쾌함의 지속 시간은 온수 샤워를 했을 때보다 짧은 거 같다. 오늘이 3일 째인데 첫 날은 물이 차다고 대충한 건가 하는 반성을 잠깐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닌 거 같다. 문제가 뭘까. 

온수 샤워를 하면 더워져서 땀이 나는 느낌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씻으면서 물 온도를 낮춰간다. 찬물 샤워는 차가워진 몸에 습기가 달라 붙는 느낌이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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