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1

방역, 비교, 대안

1. 방역은 나라가 할 일이다. 그러므로 정치와 외교의 영역이 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그런 걸 가리지 않는다. 그런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WHO가 있지만 어디 땅에서 돈과 권한이 생겨 자립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과 방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좀 웃기는 게 예컨대 한국의 방역은 지금까지 꽤 성공적이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높게 친다. 미국 안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높게 친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높게 친다. 혹시 중국이 잘 해냈다고 해도(많은 부분 의심스럽지만) 그것은 일당 독재에 의한 강력한 통제 덕분이므로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 하기가 어렵다. 이전에는 대만이나 싱가포르가 그랬다. 스웨덴이 성공했다면 그쪽이 더 나은 대안이 될 텐데 그렇지가 못하다. 뭐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

2. 코로나, 전염병 문제는 꽤 골치 아픈 일이다.

예를 들어 내가 월세를 내는 자영업자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코로나가 퍼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잖아도 많이 안 오는데 혹시나 모를 위험을 막기 위해 자진 휴업을 했다. 그럼에도 월세를 내야 한다. 만약 그러다 망하면(많은 이들이 월세 부담을 덜기 위해 폐업을 하게 될 거다) 코로나를 막는 데 기여했다고 누가 뭐라도 줄까. 그렇지 않을 거다. 그렇다고 문을 열었다가 혹시나 코로나 허브가 되면 문제가 아주 심각하게 돌아갈 뿐이다.

결국 이 문제는 누가 잘했다, 누가 못했다 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럴 때 클럽 같은 데 가냐 하는 건 물론 문제일 거다. 몇 달 참으면 되지 그게 뭐 그리 큰 일일까. 그렇지만 모두들 말을 잘 들어서 아무도 클럽에 안 가는 상황이 오고, 그래서 망하게 되면 딱히 누가 위로해 줄 일도 아니다. 그래서 클럽이 없는 나라가 되는 게 맞는 걸까.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한다면 보통은 생존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쪽을 택하기 마련이다.

건물주들이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쪽도 괜찮은 형편인 사람들이 다수이긴 하겠지만 다들 몇 달 안 받아도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닐 거다. 그렇다면 가게 계약을 할 때 건물주의 유동 자산 사정이 얼마나 넉넉한 지 체크를 했어야 하는 걸까.

이런 식으로 가면 이 빈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곳만이 살아남는다. 대기업 직영점들이나 건물주가 다른 여유 자금도 많은 데 직접 매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하면 그나마 여유가 있을 거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가 끝나고 나면 자영업 쪽도 대대적인 재편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마치 거름망을 통과 시키듯 이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시장에서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에서도 코로나로 결국 폐업을 결정한 유명한 매장의 소식이 들린다.

결국 여기도 몸집이 있는 기업들의 판이 되는 식으로 정리되려나. 만약 그걸 막고자 한다면 유럽쪽 뉴스에서 보이는 70% 소득 보존 같은 거 밖에 그나마 방법이 없는 거 같은데 그것도 마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게 6개월, 1년이 된다면 대체 방법이 뭐가 있을까.

지금의 이런 국가 단위, 세계 단위의 바이러스 방역은 시민의 재산 희생에 기대고 있다. 방역을 위해 축소된 재산권 상황에서 도태하게 되는 가난한 이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돈 때문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코로나 사망자와 이런 식의 사망자 수는 비교를 해 가며 더 나은 결론을 찾는다니 하는 건 과연 할 수 있는 영역이긴 한 건가. 그렇다고 가만히 두면 더 퍼지면서 더 많은 사망자를 만들어 낼 거다. 어느 방향도 누군가 희생당한다는 건 피할 수가 없다.

생각해 볼 수록 너무나 어려운 문제 같다.

3. 하나의 국가 지향 어쩌구 하다가 바이러스가 퍼지자 곧바로 스페인과 이태리의 국경을 닫아버린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생각해 본다. 과연 EU는 코로나 이후 지속될 수 있을까. 영국의 선택은 옳은 거였나. 그렇다고 영국은 혼자 잘 해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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