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8
이해의 범위
예컨대 어떤 제도, 특별한 솔루션, 접근 방식 등등이 있으면 문제가 거의 해결될 거라는 믿음은 인간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은,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예 상상의 범위 바깥에 있는, 취향이나 욕망이나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아주 간단한 예로 옷가게를 둘러보다 보면 대체 이걸 어떤 사람이 구입해서 입고 다닐 건가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취향, 필요, 자금 등등 그 어떤 측면에서 접근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팔리고 누군가 입고 다닌다. 그전에 누군가 저걸 만들었다. 거기서 부터 이미 이해의 범위 바깥에 있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존재한다. 우주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듯 인간도 상상할 수 없다. 심지어 우리집 강아지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상상할 수 없다. 즉 남의 생각을 넘겨 짚는데서 출발하면 이야기는 대부분 더 꼬인다. 서로를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이걸 넘어서면 불법이다)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방법이 뭘까에서 출발하는 게 차라리 더 낫다. 어차피 모두 불완전하다. 불완전하지만 대신 그 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게 사회 속에서 인간이 사는 방법 아닌가. 그러고 보니 유동적 균형이었나, 뭐 그런 말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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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 필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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