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0

슬럼프, 크롬북 3

1. 하고 있는 작업의 양과 질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하기가 좀 창피하기는 한데 요새 약간 슬럼프인 거 같다. 자료를 찾아놔도 잘 읽히지가 않아서 대충 읽고, 머리 속으로 써야 할 내용의 얼개와 그림이 잘 그려지지도 않고, 뭔가 한 번 더 찾아야 할 때 귀찮아서 관둔다. 그리고 머리 속에 동공 같이 비어 있는 알아야만 하지만 잘 모른 채 방치되고 있는 큰 두어 개의 주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후자는 공부를 더 해야하는 문제고 전자는 의욕이 더 생겨나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은 체력과 휴식으로 귀결된다. 작업 환경과 작업 방식을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스케줄에 공부와 운동과 휴식을 강제적으로 넣어야 한다. 비루하게 벌고 있어서 아마 저런 게 들어가면 작업에 품이 더 들고, 속도가 느려지고, 수입은 여기서 더 떨어지겠지만 이대로 흘러가다 대책없이 망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2. 크롬북 3라는 걸 샀다. 2017년에 나온 11.6인치 모델로 이전에 사용하던 2012년에 나온 11.6인치 모델과 거의 같다. 게다가 CPU 속도라고 적혀 있는게 예전 건 1.7GHz였는데 이번 건 1.6GHz여서 이거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게 유튜브에서 1080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간다. 예전 모델은 720도 종종 힘들어 했는데!

크기와 해상도가 같고 흐리멍텅한 LCD와 키보드의 배치도 그대로고 애초에 같은 삼성 제품이라 기본적으로 풍기고 있는 분위기가 비슷하다. 하지만 램, CPU 캐시가 늘어났고 무게는 왠지 300g인가 더 나간다. 어댑터 호환을 내심 바랬는데 그건 안된다.

그리고 LCD를 180도로 벌릴 수 있다. 왜 되는 건지 어디에 유용할 지 잘 모르겠다. 안드로이드 앱 설치가 가능한데(예전 크롬북은 불가능했다) 터치가 안되는 거라 별로 소용도 필요도 없다. 트위터 깔아봤다가 불편해서 그냥 지웠다. 아 키보드의 느낌이 좋지 않아졌다. 뭔가 10원짜리에서 6원짜리 정도의 느낌으로 싸구려가 되어서 좀 속빈 강정처럼 통통 거린다.

무리를 해서 더 괜찮은 걸 사야하는 게 아닐까 고민했지만 들고 다니고 외부에서 사용하기에 크롬북 11.6인치가 딱 좋은 거 같다. imessage만 되면 정말 완벽한데... 하지만 19만원 짜리를 샀는데도 이렇게 놀란 걸 보면 100만원 짜리를 샀다면 아마 굉장하겠지.

그래도 새 컴퓨터를 처음 뜯어봤다. 묘한 기쁨이 있어서 이거 비디오로 찍어놔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도 했다. 집에 있는 노트북, 휴대폰 통틀어 가장 싼 데 1080을 무리없이 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뭔가 좋지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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