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3

영화 그리고

1. 한때 영화를 정말 열심히 본 적이 있다. 뭐 나름 장기간이었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뚝 그쳤는데 그친지가 벌써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영화를 좋아했었지.. 따위 말을 하기도 민망한 시점이 되었다. 뭐랄까 한편을 보기까지 결심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운데 마치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에 다녀오자 정도(왕복 60km)의 마음을 먹기까지와 비슷한 수준인 듯 하다. 물론 종종 매우 중요해 보이는 것들은 챙겨 보긴 하는데(사실 그런 것들조차 예전 기억과 연동되는 중요함이다) 여하튼 영화와 관련해서는 업데이트가 어렵다. 이 분야를 대할 때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호기심이 사라진 거 같다.

2. 이에 대한 반작용 비슷한 걸 수도 있는데 영화가 줄어든 반면 예능은 너무나 많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심각할 정도인데(하지만 2000~2005년 쯤과 비교하면 또 매우 줄어든 수치다) 지금 이게 머리 속 OS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3. 또한 음악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예능과 케이팝이 머리 속을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도서관에 매일 얼쩡거리니 책을 좀 보는게 그나마 현상 유지를 시켜주는 거 같다.

4. 여튼 문제다.

5. 직접 경험의 우위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직접 경험이라는 건 너무나 강렬해 굉장히 많은 오해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냉정하게 이성을 유지하는 자는 거의 없다. 막상 가보니 예상할 수 없었던 사태를 목격하는 건 예상의 냉철함과 DB의 확보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증일 뿐이다. 하지만 DB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면 사고에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뭘 하든 한번은 직접 보긴 봐야 한다.

밤에 자전거를 타면 배가 매우 차가워진다. 이 매우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아서 샤워를 하려다 보면 꽤 놀라는데 맨바닥에서 이걸 방에 앉아 예상하려면 - 예컨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 자를 묘사하는 작업을 할 때 - 뭐가 필요했을까.

6. 현재 매우 심각하게 짜증이 나 있는 상태다. 짜증이라기 보다 화다. 앵그리 버드의 눈썹을 하고 있는데 이걸 해결하려면 지금 하려는 작업을 더 잘 해야 하는데 화가 나서 작업이 진척이 안된고 분노 조절도 잘 안된다. 탄산수를 마시면서 쉬지 않고 릴랙스, 릴랙스를 외치고 있다. 여하튼 소위 악순환에 빠져 있는데 이런 거 대처를 좀 잘 해야 될텐데.

7. 재잘재잘재잘은 날 구원해 주지 못한다. 트윌라이트 익스프레스를 타러 갈까. 혼자 가면 이시카리 만에 빠져 죽지나 않을지. 지도를 찾아보니 삿포로 시 주변에 산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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