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6

6월 3번째 일요일

햇빛은 매우 뜨겁지만 아직 덜 습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5월 정도는 아니어서 약간만 몸을 움직이면 - 운동을 한다든가 등등 - 축축한 상태가 된다. 애매한 시기다.

수첩을 잊어버렸는데 다행히 아는 곳에 두고 온 거였다.

 

일요일에 60킬로미터 쯤 자전거를 타면서 깨달은 게 몇가지 있다.

1) 전반 30킬로는 아직 낮의 기운이 남아있었고 후반 30킬로는 어둠이 짙어진 후였는데 난 햇빛에는 쥐약이다. 올 때가 훨씬 편했다.
2) 역풍에도 쥐약이다. 뭘 어째야 될 지 모르겠다.
3) 자전거의 좋은 점은 세상 모든 시름을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이왕이면 타다가 언제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으면 좋겠다.
4) 후반 30킬로미터를 봤을 때 체력은 낙차 이전으로 회복이 되었다. 하지만 낙차 때 다친 왼쪽 무릎에 문제가 있다. 50킬로를 넘어서면서부터 꽤 아파와서 당황했다.
5) 오른쪽 손은(자전거에서 떨어질 때 오른손 + 왼쪽 무릎으로 떨어졌다) 아무래도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선에서 살짝 금이라도 간 듯 싶다.
6) 트라우마가 좀 생겼다. 바닥이 잘 안보이는 도로에서는(성동구 일부와 광진구에서 중랑구로 넘어선 이후 매우 어둡다) 요철이 있을까봐 조마조마하다.

 

어린이 대공원이나 한강 편의점 같은 데에 가면 즉석 끓인 라면이라는 기계가 있다.

ramen

보통 이렇게 생겼는데(노란색으로 생긴 약간 더 큰 기계가 있는 곳도 있다) 은박지 그릇에 라면을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물이 떨어지고 4분인가 타이머가 돌면서 라면이 끓는다. 완전 간단하고 컵라면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므로 네스프레소나 돌체 구스토 캡슐 커피 메이커처럼 적당한 크기에 예쁘장하게 만들어놓은 즉석 끓인 라면 기계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10만원 안팎으로 나오면 내가 산다.

근데 오늘은 자전거 타고 나갔다가 동작대교 북단에서 저걸 먹는 바람에 망했다.

20140612

몇 가지

1.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를 다 읽었다. 빌려놓은지 한참 되서 이렇게 못 읽고 돌려주겠군 하고 있다가 저번주에 문득 생각나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그냥 그랬는데 깊어 지는 게 아니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게 없다고 달라질 게 하나도 없다.

2. 츠라츠라 와라지를 다 봤다. 전 5권 완결. 우선 등장인물을 구별하기 너무 어려워서 그렇찮아도 사람 이름 잘 못 외우는 나같은 사람에겐 꽤 고역이었다 / 무슨 말인지 모르고 넘어간 부분이 꽤 된다 / 결론을 보면 말하자면 성장 드라마인데 그 과정이 그렇게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다. 만화 안에서 주인공 혼자 여러 깨달음을 얻고, 보는 이에게 알려주진 않는다. 부럽다.

3. 영어를 좀 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새 자주 한다. 회화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나.

4. 한 삼일 만 잤으면 좋겠는데 토요코인에 이박삼일 묵어볼까 싶기도 하다. 완전 우울하겠지.

5 마크 오스팅 전시 지킴이를 하루 해주기로 해서 앉아있다가 심심해서 끄적거려 봄.

20140610

월드컵 시즌이다

이제는 꽤 흥미가 사라지긴 했지만 월드컵 시즌이다.

사실 운동 대회에서 훌륭한 팀이나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로 맞대결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는 않다. 컨디션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 때는 보통 그다지 중요한 경기들이 아니고, 리그 경기는 길게 내다봐야 하기 때문에 넓게 봐야 한다. 토너먼트 등 대회는 숨가뿐 일정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준결승 쯤 가면 전략 대결의 측면이 더욱 강해진다. 여하튼 그런 저런 이유로 월드컵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대결은 16강전이다.

16강전은 주요팀들의 전술이 예선전을 거치면서 바야흐로 맞춰지기 시작했고, 아직 체력들은 상큼하고, 뜻하지 않는 부상자들도 아직은 없고, 경고 누적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서도 세미 파이널이나 파이널만큼의 부담은 없고, 하지만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8강전의 경우엔 이거보다 약간씩들 부담은 커지고, 체력은 빠진 상태이긴 하지만 본선 진출을 목표로 온 팀들이 빠져나간 다음 다들 우승을 향해 달리는 경기라 이에 못지 않게 재미있는데, 이쯤만 되도 부상자나 경고 누적들이 생기는 경우가 꽤 많다.

이태리 국대팀의 팬인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D조가 워낙 메롱이다.. 이태리 팀도 좀 메롱이고.. 부폰이 아직도 축구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호지슨 감독의 스타일 상 짜증은 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잉글랜드한테는 이기겠지라고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특이하니 볼만한 경기는 B조 첫경기. 첫 경기가 스페인 vs 네덜란드다.

그런데 사실 월드컵을 보긴 할 지 그걸 잘 모르겠는 상황이라...

20140603

영화 그리고

1. 한때 영화를 정말 열심히 본 적이 있다. 뭐 나름 장기간이었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뚝 그쳤는데 그친지가 벌써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영화를 좋아했었지.. 따위 말을 하기도 민망한 시점이 되었다. 뭐랄까 한편을 보기까지 결심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운데 마치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에 다녀오자 정도(왕복 60km)의 마음을 먹기까지와 비슷한 수준인 듯 하다. 물론 종종 매우 중요해 보이는 것들은 챙겨 보긴 하는데(사실 그런 것들조차 예전 기억과 연동되는 중요함이다) 여하튼 영화와 관련해서는 업데이트가 어렵다. 이 분야를 대할 때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호기심이 사라진 거 같다.

2. 이에 대한 반작용 비슷한 걸 수도 있는데 영화가 줄어든 반면 예능은 너무나 많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심각할 정도인데(하지만 2000~2005년 쯤과 비교하면 또 매우 줄어든 수치다) 지금 이게 머리 속 OS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3. 또한 음악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예능과 케이팝이 머리 속을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도서관에 매일 얼쩡거리니 책을 좀 보는게 그나마 현상 유지를 시켜주는 거 같다.

4. 여튼 문제다.

5. 직접 경험의 우위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직접 경험이라는 건 너무나 강렬해 굉장히 많은 오해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냉정하게 이성을 유지하는 자는 거의 없다. 막상 가보니 예상할 수 없었던 사태를 목격하는 건 예상의 냉철함과 DB의 확보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증일 뿐이다. 하지만 DB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면 사고에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뭘 하든 한번은 직접 보긴 봐야 한다.

밤에 자전거를 타면 배가 매우 차가워진다. 이 매우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아서 샤워를 하려다 보면 꽤 놀라는데 맨바닥에서 이걸 방에 앉아 예상하려면 - 예컨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 자를 묘사하는 작업을 할 때 - 뭐가 필요했을까.

6. 현재 매우 심각하게 짜증이 나 있는 상태다. 짜증이라기 보다 화다. 앵그리 버드의 눈썹을 하고 있는데 이걸 해결하려면 지금 하려는 작업을 더 잘 해야 하는데 화가 나서 작업이 진척이 안된고 분노 조절도 잘 안된다. 탄산수를 마시면서 쉬지 않고 릴랙스, 릴랙스를 외치고 있다. 여하튼 소위 악순환에 빠져 있는데 이런 거 대처를 좀 잘 해야 될텐데.

7. 재잘재잘재잘은 날 구원해 주지 못한다. 트윌라이트 익스프레스를 타러 갈까. 혼자 가면 이시카리 만에 빠져 죽지나 않을지. 지도를 찾아보니 삿포로 시 주변에 산이 많네...

6월 잡담

1. 블로그에 잡담할 기운도 없다. 심각하다.

2. 다시 시작한 <시간 탐험대>는 그냥 그랬다. 김주호가 꽤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장동민과 함께 가장 중요한 롤이다) 그가 빠진 공백이 크다. 뭐 이제 시작이니... 라지만 출연진을 봤을 때는 앞으로 어떨까 싶다.

3. 지연 솔로 싱글 중 <여의도 벚꽃길>이 그에게 더 어울리는 곡이라는 이야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노래.. 뭔가 좀 이상한 데가 있다.

4. 로더필도 패널이 바뀌면서 균형이 깨졌다. MC 균형이 일단 무척 좋다고 생각해서 좋아했고(전현무 - 박지윤), 패널 사이의 퓨어킴이 나쁘지 않았는데 방송 자체가 너무 조용하다고 느꼈나 보다. 시끌시끌한 걸 자신의 포지셔닝으로 잡는 방송인은 나쁠 게 없다. 하지만 패널이 시끌시끌해야 방송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PD는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5. 주변이 잘 안 돌아가면 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고개를 돌리면 다 잊어버리는 사람이 되야 할텐데.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