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7
아픔의 기록
전날 밤에 이것저것 줏어먹고 잤는데 아침에 딱 일어났더니 설사가 났다. 뭔가 날이 춥다 싶어서 가장 두껍고 따뜻한 푸대 자루 외투를 집어 입고 나갔다.
잠깐 눈이 펑펑 오길래 역시 추웠나 했는데 이후 오한, 발열, 식욕 없음이 지속. 꼼짝 못하겠어서 계속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다가 안되겠다 싶어 약을 좀 사오기로 결심. 여튼 가다보니 길바닥에 쓰러질 거 같았는데 이게 약국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겠구나 싶어서 신촌 오거리에 있는 내과로 향함.
사실 그 병원 원장님 생각을 하면(굉장히 늙으셨던..)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하면서 갔는데 역시 폐업... 포기하고 자주 가던 약국으로 갔는데 역시 폐업... 푸대 자루 외투 없었으면 길바닥에 쓰러졌을 듯.
뭐가 어떻게 되거냐 하면서 뒤적거리다가 온누리 약국을 발견. 거기서 제사제와 진통제를 샀다. 제사제는 필요없을 거 같은데... 밥을 전혀 안 먹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하나를 먹었는데 포도가 너무 먹고 싶어져서 포도 쥬스를 사 먹었다. 참고로 몸살엔 포도가 매우 좋은데 포도 쥬스는 그냥 그랬다.
한 시간 만 자고 기운을 내 집에 가야지 했지만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 약 4시간 정도를 더 잤다. 약이 워낙 강했는지 어질어질 하면서도 약간 괜찮아진 거 같았지만 못 움직이겠어서 밤 8시나 되서야 쌀국수 하나를 사 먹고 귀가.
세수하고 바로 잠들었는데 죽은 듯 자다 깨보니 12시. 물 마시고 다시 취침. 오한이 다시 맹렬하게 찾아옴. 너무 추운데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잠. 아침 9시 기상. 오한은 좀 사라졌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 땀을 너무 흘려서 옷을 또 갈아입음.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다. 그래도 이젠 죽을 거 같진 않음.
방금 점심을 먹었고 포도 쥬스를 하나 더 마실 생각이다. 통조림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아프면 서럽고 슬프다. 겨울에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네 ㅜㅜ 푸대 자루 외투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꼈는데 어제 보니 이제 너무 낡았다. 군 제대한 해에 "아무 목적도 없이 오직 따뜻하기만 한 옷"을 찾아 산 거였으니 수명이 다 할 때도 되었지. 대체품을 좀 알아봐야겠다.
20131220
눈, 추위 등등
1. 어제도 밤에 눈이 폴폴폴 내리더니 오늘도 눈이 폴폴폴 내린다. 폴폴폴 폴폴폴.
2. 굉장히 피곤한데 몸에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고 + 따지고 보면 잠을 잘 못자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 스트레스도 좀 많은 편이고 + 추울 때, 더울 때 컨디션이 영 별로기도 하고 등등이라 명확히 어떤 게 주 요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는 살짝 체했던 거 같고, 그저께는 답답하다고 밤 중에 천변 길을 4킬로미터 쯤을 걸었다. 역시나 매우 추웠고, 매우 미끄러웠다. 찬 바람에 얼굴이 잘 안 움직이더라.
3. 요즘 몇 가지 일 + 저렴하게 겨울 옷을 장만해 보자의 이유로 옛날 옷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보고 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아는 게 늘어나는 건 좋은데 머리가 한 쪽으로 쏠리니 균형이 깨진다. 그건 그렇고 약 2주, 혹은 17일 정도 뭐가 막 밀려있다.
4. 사람을 막 만나고 싶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도 닦듯 틀어박혀 있고 싶기도 하다. 물론 후자가 정신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데, 전자는 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다. 저번 주에 모처럼 생각 나 이번 주에 잡은 몇 개의 약속은 다 파토났다. 할 일이 많기도 하고 뭐 사는 게 이런 건가. 여튼 난 좋던 싫던 단체와 규칙적인 시간의 속박에 걸치고는 있어야 되는 사람이 맞는 거 같은데 현재 스코어 좀 힘들군.
5. 무한도전을 4주 쯤 안 봤고, 런닝맨도 그 쯤 안 봤다. 신보 중 들어본 건 소녀시대 일본반 뿐이다. 이어폰이 고장 나 있어서 고칠까 하는데 홍대 가는 게 그리 힘들다. 사실 어제 갔었는데 정작 이어폰은 두고 갔다. 새로 사자니 뭔가 아깝고.
6. 손가락이 다 벗겨지고 있다. 습도가 필요해.
7. 몇 년 전 일인데 계속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위가 부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가 붓는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서 그게 뭐냐고 했더니 여튼 큰 위험은 아닌데 정상은 아니고,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 등 때문에 그렇다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 나이가 굉장히 드신 의사였는데, 그리고 게이샤만큼 하얗게 분칠을 하고 샤이니한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간호사, 그 괴상한 병원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에 어딘가 적은 적 있는데 - 동네 내과를 오랫동안 운영하신 의사 할아버지가 설명의 편의를 위해 개발한 말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약 한 달 전부터 그 비슷한 상태, 느낌이 계속되고 있다. 요 며칠은 약간 나아진 것도 같다.
8. 비타민을 먹기 시작했다. 먹기 시작한 다음날 종합비타민은 아무 짝에도 소용없다는 뉴스가 나와서 낙담했지만 내가 최근 그렇게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어머니 드릴려고 했는데 - 400알 짜리다 - 나눠먹자길래 그러기로 했다. 약통에 넣어서 가방에 들고 다니는데 걷다가 절그럭 절그럭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하지만 들릴 리가 없다. 모든 건 마음의 소행인가.
20131201
일요일
1. 일요일이다. 어제 매우 피곤했는데 잠이 잘 안 왔고 아침에 일찍 눈을 떴으나 머리가 너무 아팠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아프면 기분이 나쁘다.
2. RSS 피드는 너무나 밀려있어서 볼 엄두가 안 난다. 사이클이 깨지면 회복이 어렵다. 무미건조한 생활을 버티는 방법은 나 자신을 마른 장작처럼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3. 밀린 일들을 하려 했으나 주변이 너무 부산해 못 했다. 이번 주중은 바쁠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땐 안 하는 게 맞다.
4. 청량리 롯데 백화점에 있는 알파 인더스트리를 구경했다. 대부분의 옷들이 XS가 내게 맞는다. 나보다 더 작은 사람들은 빅사이즈를 추구하지 않는 한 입을 수 있는 게 아마도 없다. 글로벌 시대의 사이즈라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
5.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카무플라주 옷에는 역시 거부감이 좀 있다. 그렇지만 구형 카무플라주가 딱히 못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좀 예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민자 올리브 그린과 비교하면 일장 일단이 있다. 여튼 M65 카모를 입어볼까 했는데 망설이고 있다. 이 망설임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는데 잘 모르겠다.
6. 두통이라도 좀 사라지면 좋겠다. 머리가 계속, 너무 아프다.
절차, 평화, 부활
1. 국회 경고를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게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이게 국힘의 대통령 옹호, 탄핵 반대 논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아무튼 국회 표결에서 204표가 나와서 탄핵이 의결되었고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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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 만에 영화 칼리골라(1979, 예전엔 칼리귤라라고 했던 거 같은데 검색해 보니 요새는 칼리골라라고 하는 듯... 이태리 제목은 Caligola, 영어 제목은 Caligula다)를 봤다. 봐야지 하고 찾아본 건 아니고 유튜브 뒤적거리는 데 풀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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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저 10도, 최고 20도라고 해서 살짝 긴장했는데(하루에 10도씩 떨어지고 있다) 낮의 햇빛은 여전히 따가웠다. 뜨겁다기 보다는 따갑다가 정확한 표현인 거 같다. 2. 에이프릴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곽튜브에 대한 비난은 정도를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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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냉면 이야기를 잠깐 한 김에 오늘은 비빔밥과 곰탕 이야기. 사실 곰탕은 좀 아는데 비빔밥은 잘 모른다. 우선 비빔밥 조선 기록을 보면 비빔밥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골동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 골동반에 대해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