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6

사형제 합헌 판결

헌법재판소가 사형 제도에 대해 또 합헌 판결을 내렸다. 실질적인 집행이 있은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위헌 결정이 나올 줄 알았는데 합헌이 나와서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사형 제도는 위헌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주 원칙적이고 단순한 동기에 의거하고 있다. 일단 위헌인가 합헌인가 여부는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와는 살짝 다른 면이 있다. 그렇다고 완전 다른 문제라고 할 수는 물론 없다.

1. 위헌인가 합헌인가.

우리 헌법은 사형이라는 말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천부 인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기본권의 본질적인 측면을 제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형이라는 말이 그러면 왜 들어가 있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건 둘 중에 어느 부분이 더 중요한가를 생각해 보면 당연히 기본권 쪽이기 때문에 사형이라는 말이 잘못 들어간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권의 본질적인 측면이란 간단한 이야기다. 어떤 경우에도 인정되야만 하는, 헌법 체제하의 나라에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말한다. 생명권 역시 존중받아야 할 기본권이고, 그렇다면 생명권의 본질적인 측면은 당연히 생명이다. 그게 아니면 뭐가 있겠나.

이런 도식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기본권에서도 마찬가지 원리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권리 같은 국가에 대항한 개인의 권리는 넓게 해석되어야 하고, 가능한 재판관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생명권에서 생명조차 본질적인 측면에서 빠지는 경우 다른 권리들, 예를 들어 요즘 들어 특히 문제가 되는 언론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 등에 대한 권리에 대한 임의적 제한, 법률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제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본질적인 부분이 얼마든지 축소될 수 있도록 나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런게 당연시 여겨지면 안된다.

흉악 범죄인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그런 범죄인이 줄어들도록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거 말고도 훨씬 중요할 수도 있는 다른 권리들이 많이 있다. 본질적인 측면은 언제나 넓게 해석되어야 하고 과감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차라리 더 중요한 점은 비례 원칙의 명확한 적용이다. 생각으로는 사회 지도층 인사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 사람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많으므로 당연히 과중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나라는 어떻게 된게 영향을 많이 미쳤으므로 그 댓가로 봐준다는 판결이 널려있다.

왜 이런 생각이 나왔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냥 뇌물이니 평소의 친분관계를 떠나 판결문은 영원히 남는 거고 그들도 후세에 쪽팔림을 무릅쓰려면 앞뒤는 맞게 말은 해놔야 할테니까, 법원이 포상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결론 밖에 안나온다. 상은 상이고, 벌은 벌이다.

 

2. 그럼 옳은가 그른가.

이건 윤리 문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사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릴 만큼 단순한, 혹은 엄청난 인간도 있을 수가 없다. 다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는 있다.

만약 신이 존재해 직접 우리를 심판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 그렇다면 사실 피할 방법도 없다. 하지만 전쟁처럼 아주 예외적인 현상이 아닌 한, 인간이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은, 내 생각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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