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1

변화의 시기

(지나가고 있는) 금융 위기를 놓고 자본주의와 대의 민주주의, 둘 중 어디에 위기가 온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자본주의 그 자체의 모순에 의해 어차피 발생할 일들이 이렇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 대표적으로 http://wsws.org

누군가는 자본주의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민주주의와 윤리의 위기가 온 덕분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번 주 뉴스위크지에 실린 The Capitalist Manifesto. 이에 대한 요약 정리와 번역은 http://blog.periskop.info/187 에서 볼 수 있다.

위 뉴스위크 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조금 있는데. 자유주의, 보수주의 계열에서 사회 구조적 모순의 해법으로 내놓는게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게 자발적인 참여다. 즉 NGO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 모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전혀 시스터매틱하지 않은데다가 일반 대중의 '소양'의 측면으로 당면한 문제를 소급시켜 버리는 문제점이 있다. "난 안 할란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넌 왜 그렇게 사냐"라는 말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자본주의 자체로 경쟁을 가속화 시켜놓고 그 혼란의 와중에 남을 돕지 않는건 폴리티컬리 라이트하지 않는 일이다 정도의 규범으로 어떻게 일을 처리해 보려는 것은 무책임하다.

즉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보호하면서 세상의 모순을 개인의 탓으로 돌려버리려는 전략은, 뉴스위크의 이번 기사도 마찬가지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 적자가 폭증했다, 왜냐, 부시 때문이다, 누가 뽑았냐, 시민.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다, 왜냐, 현 정부 때문이다, 누가 뽑았냐, 시민.

결국 이렇게 시민의 소양 문제로 소급되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점의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고, 다음에 이런 일이 없도록 대비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월 스트리트의 모럴 해저드를 옹호 했던 사람들은 사실 세상의 매우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바로 저 위의 뉴스위크의 컬럼을 쓴 사람(파리드 자카리아) 같은 자들이다.

자기들의 잘못을 이런 식으로 소급시키며 금융 위기의 원인을 모호하게 만드는 전략은 곤란하다. 인간은 이러든 저러든 구조 속에서 생존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구조에 대해 대부분은 미약한 영향력 밖에 가지지 못하고, 이 부실함을 메꿔주는게 언론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 저 언론은 모럴 해저드의 당사자들과 한 팀이 되어 지금까지 여론을 호도하며, 대중에게 감독없는 금융이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거라 설득하던 당사자이다. 아무리 책 팔아먹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상도라는게 있는 법이다. 남 탓을 하기 전에 자기가 저지른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는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누군가는(나 같은 사람) 자본주의와 대의 민주주의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그냥 의심만 하고 있다. 이 쪽으로도 나같은 3류 말고 근사한 견해들이 많이 있는데 파생적으로 조금씩 이야기한 것들이 있으니 생략한다.

또 하나가 있는데 현 정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본주의, 대의 민주주의 둘 다 아무 문제가 없다며 철썩같이 믿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70, 80년대 처럼 떠들썩한 정치적 격변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알게 모르게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들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고도화에 따른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점들에 대해 세계가 숙고하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다. 이 흐름을 제대로 캐치해 내지 못하면 임진왜란이 있던 선조 때 세계사의 움직임을 전혀 캐치해 내지 못하고 그냥 300년을 뒤쳐져 버렸던 것과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 낼게 분명하다.

물론 그러든 말든 그 이후 300여년 간 세도 정치는 기승을 부렸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온갖 세금에 시달리던 농민들은 더욱 가난해 졌었다. 문제는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된다는 점에 있다. 굳이 우리의 집권층이 하부 계층의 안위를 고려할 모티베이션 자체가 희박하다. 결국 제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언제나 말하지만 solidarity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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