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나 케냐의 초원은 자연상태 그대로일 때 완벽한 균형상태다. 사자도, 치타도, 침팬지도, 톰슨 가젤도, 전갈도, 이름 모를 풀들도 서로 잡아먹히고, 잡아먹지만 그 어떤 것도 외부 효과에 의하지 않고는 멸종되지 않는다. 극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의 한계 효용 극대화를 본능적으로 깨닫고 추구하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지만 개체군으로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문제될게 없다. 옆집 살던 친근한 사자는 도태될 수도 있지만 사자 전체는 살아남는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고전학파, 신고전학파, 신자유주의, 통화주의 등등의 이름이 붙은 일련의 자유주의 경제학파들이 추구하는 세계는 실상 초원의 균형과 다를 바가 없다. 인간 전체의 개체군으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생존 방안으로 보고 아마도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법을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무슨 짓을 해도 초원의 질서다. 파이가 커지면 좋지 않겠냐는 믿음을 철썩같이 가지고 있지만, 그야말로 순진한 발상이다. 큰 파이는 더 큰 파이를 얻어내는 가장 훌륭한 미끼가 되어주는데, 과연 누가 파이를 내놓을 것인가.
믿을 수 없는 사실은 '합리'적이라는 민망해서 입에 담기조차 버거운 이름과 다르게, 이들이 지극히 비합리적인 가정들을 뿌려놨다는 사실이다. 더 믿을 수 없는 사실은 프리드만이나 루카스의 글을 읽다보면 느끼겠지만 이들이 실제로, 이걸 믿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만약 그들이 가격, 효용, 미래 가치 따위가 합리적 선택을 위한 모든 가용 정보를 구성한다고, 혹은 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것처럼 naive한 견해가 또 없다. 그런 일이 정말 생길 거라고 생각하는가? 이런 의견들이 제어없이 퍼지다 보니 스티븐 랜즈버그처럼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책 한권을 싸질러 놓은 허섭스레기들이 난립한다. 내 소원이 하나 있다면 랜즈버그 씨에게 가죽 팬티나 하나 던져주고 세렝게티에서 진정한 균형을 맛보게 해주는 일이다.
문화, 취향, 경험, 유전자, 상황, 기억,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이 말하는 합리적 선택을 방해한다. 예컨데 이루어 질 수도, 이루어져도 안되는 일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불, 피타고라스가 숫자, 파르메니데스가 무(無)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그저 이것들이 세상을 설명해보고자 하는 시도나, 순전한 논리적 유희라면 상관할 건 없다. 문제는 이들의 의견이 대의 민주주의와 시민 주권론의 도랑을 따라 올라가 세상을 제어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yoo... thank you for this tex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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