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3

한마디라도

사는게 경황이 없지만 한마디라도 덧붙여놔야 할 거 같아서 끄적끄적.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통과시키고자 했던 몇개의 '법'(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을 상정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는게 우습다. (그런 기대라도 안고 있어야했던 내 자신도 우습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유인이라고는 '그들'의 호의 밖에 없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유인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물론 허위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계급 혼동을 하고 있는 일군의 민중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는 제외하자.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수(실정법을 여러가지 어겼다)를 두어가며 통과시킨 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차피 불행한 과거 중 하나로 역사책을 장식할 생각이었다면 구색이라도 맞추려고 하는게 아닐까 싶다. 농담할 때가 아니겠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농담을 부른다.

여하튼 대의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구인 국회를 자의적으로 놀림 거리로 만들고, 그 간극을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획득하는 지리한 테크닉은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기록과 경험들이 남아있음에도 여전히 동작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괜히 중우정을 걱정했던게 아니다. 이육사 시처럼 그저 철인이나 기다리고 있어야 할 판인가.

대의 민주주의의 발란싱 툴 중 하나는 임기가 정해져있다는 건데, 이번 정권에 들어서면서 시종 일관 - 각 부의 하부 기구들, 위원회들, 공기업 등등의 - 임기를 흔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법은 국회 의원의 실질적 임기(집권당의 재선이 무척 유리해진다)를 늘리려는 방법이고, 이 작업의 화룡점정은 아마도 개헌 시도가 될 것이다.

물론 개헌 시도는 지금 법 몇개 통과시키는 것과 다르게 국민 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기에 그들에게는 미디어법이 무척이나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의석수를 2/3 이상을 점유한 거대 여당이라는 것은 우리 헌법에 의하면 그 어떤 것도 두려울게 없다. 대통령의 거대 권력이 어쩌구 하는 것도 사실 2/3 앞에서는 다 헛소리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전에 1, 3, 4 공화국 시절에 혼자 계속 해먹으려다 쫄딱 망하는 모습들을 보고 뭔가 배운거다. 다 같이 힘을 합쳐 늘리면 독박 쓸 사람도 없고, 누가 누군지 눈에도 잘 안띄고, 바보짓이나 하네 하고 혀를 끌끌차는 어린 중생들도 잔뜩 있는데 이 얼마나 좋은가.

이 모든 문제는 사실, 선거가 거대 이권 사업이 되버리는 사태에서 비롯되었다. 뭔가 굴러나오는건 너무나 많고, 감시의 눈길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마이클 잭슨이 성희롱 했다고 고소해서 먹고 살다가, 죽고 나니까 그건 뻥이었다고 고백하면서 먹고 사는 사람도 있듯이, 누구는 많게, 누구는 조금, 심지어 어떤 이는 댓글 알바로 시간제 푼돈을 챙겨가면서 수도 없는 사람들이 이 나무통에 여기저기 달라붙어 기생하고 있다.

쌍용 자동차 문제 같이 권력자와 식자들이 멋대로 일 벌려 놓고나서 나몰라라 하고 앉아, 애꿎은 노동자만 나가라고 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이 와중에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어요, 좋은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처럼 허망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다. 경제적 유인, 권력적 유인이라는 달콤한 열매들에 맞설 수 있는 민중적 연대는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지고(누군가 각박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이런 경구들은 과연 어떤 의미를 '우리'들에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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