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7

살균, 라벨, 대처

1. 하이브 - 카카오 연합설이 나름 그럴 듯 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카카오가 불을 질렀다. 아무튼 돈을 어지간히 넣었는데 지배 주주가 되지 않는다면 약간 뻘짓이 되어 버린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면 차라리 하이브가 15에 다 넘겨버리고 카카오가 투자 받은 오일 머니를 그대로 넘겨 받아 새롭게 뭔가 만드는 데 쓰면 모두가 좋지 않을까 싶지만 일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진 않겠지. 


2.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같은 이야기는 현실과 유리된 감각을 꼬집을 때 흔히 나오는 우스개 소리다. 우스개인 이유는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텐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런 류의 이야기는 언제나 많았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모니터로 고발되는 현실의 모습을 살균된 통조림처럼 여기고 있으니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기아와 가난, 부조리와 사이비, 독재와 살육, 전쟁과 재난 같은 걸 두고 고상한 잣대를 들이대는 헛소리를 한다. 물론 그런 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거에 재난 포르노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일단 현실의 고통 받는 이들에게 직진한 다음, 그들을 구출할 방법을 논의한 다음 생각할 문제들이다. 인간의 위대한 능력 중 하나로 상상력을 뽑는 사람이 많지만 아예 뭔지 모르니까 상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인터넷 서핑과 유튜브를 통해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는 거 같다.


3. 옷이라는 걸 제대로 사본 적은 거의 없다. 예전에는 못 샀고, 뭔가를 입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한 이후 너무 비싼 가격의 벽 앞에서 방황하다가 문정동 아울렛 거리를 발견해 떠돌아다녔다. 패스트 패션이 들어왔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아서 매대 특별 할인 쇼핑러가 되었고 요즘에는 중고 옷 사이트를 뒤적거리고 있다. 전환점이라면 역시 패스트 패션인 거 같다. 구할 수 있는 종목의 수가 확장되면서 구하고 싶은 종목의 수도 함께 늘어나 버렸다. 물론 자료 조사나 경험치 축적 등의 새로운 목적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취향과 열망을 온연히 반영한 입고 싶은 옷 같은 건 몇몇 예외적인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때 외에는 불가능하다. 사실 선택을 해본 적이 없으니 그런 기능이 마비되어 있기도 하다. 어쨌든 가능한 선택지 안에서 최대한 아웃풋을 뽑아내는 형태로 살아간다. 이런 스토리 위에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옷에 제대로 붙어 있는 케어 라벨 같은 걸 보면 살짝 낯설고 그러면서도 이제 이런 옷도 가지고 있을 수는 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한다. 


4. 날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남쪽 어딘가는 20도 쯤이다. 아침에 나오는 데 어제까지만 해도 느껴졌던 공기 중의 냉기가 사라졌다. 정말 내일을 알 수 없는 날씨다. 이런 중위도, 3면 바다, 대륙의 동쪽, 산간이 많은 지역이 만들어 내는 예측불가능성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극단적 현실주의자로 만들고 성격을 급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이 예측불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극단성 역시 더욱 늘어나고 있다. 내일 반소매 티셔츠를 입을 만큼 더워도 혹은 갑자기 눈이 내리며 다운 파카를 꺼내 입게 되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다. 무슨 일이 생기든 너무 당황하지 않고, 어떤 날씨든 대비할 수 있는 정도를 옷걸이에 주르륵 걸어놓고 관성을 거부하고 매일매일 당장 닥치는 현실을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게 가장 좋은 삶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서핑이 인기가 좋은건가.


5. 지하철에서 옆 자리 앉은 사람 불편하지 않게 해야지라는 생각은 세상에서 사라진 걸까. 몸을 움츠리면 아이고 좋다 하고 몸을 넓히는 게 느껴짐...


6. 할 일이 매우 많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잘 모르겠는데 생각하면 약간 토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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