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연휴와 크게 상관없는 인생을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포즈가 눌려져 있던 게 다시 플레이 되는 느낌이 있기는 하다. 아무튼 내일부터 모두들 다시 화이팅. 올해는 대체 휴일 때문에 10월에도 휴일이 조금 있다는 듯 하다.
2. 오징어 게임을 봤다. 예전에 학교 앞 미장원에 놓여 있던 카이지를 나름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기 때문인지 그것과 비슷하긴 한데 결은 좀 다르다. 카이지라고 딱히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오징어 게임은 설정이 부분 부분 어딘가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이 꽤 있다. 어차피 저런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영화 속 세계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르다라는 기본 전제로 깔려 있는 데 아 저런 세계인가 보다 하면 되는 걸 뭐하러 상황 설명을 신파 풍으로 장황하게 늘어놓는지 잘 모르겠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다가 정말 총 맞아 죽는다...에서 이 모든 작업이 시작한 거 같다. 그 비슷한 레벨의 아이디어가 3개 쯤 떠올랐을 때 시작하면 더 좋았을텐데 세상은 그런 걸 기다려주지 않을테니 그런 거야 뭐 별 수 없겠지. 어설프게라도 일단 내놓는 게 낫다 vs 어설픈 건 내놓지 않는 게 낫다는 누군가 숙식을 보장해 주지 않는 한 언제나 누구에게나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프로듀스 101이 떠오른다.
3. 이걸 보고 났더니 넷플릭스 추천으로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떠서 2회까지를 봤다. 아리스는 그냥 앨리스다... 뭔가 애매한 영화다. 이거보단 오징어 게임이 나은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비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엉망으로 살고 있는 주인공의 각성 이야기라는 측면이 같기는 하다.
4. 엄한 유튜버들이 너무 많고 그들이 너무 큰 권력을 쥐고 있다. 츄 공격 같은 말도 안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그렇다고 법적 제한은 검열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어려운 일이다. 무슨 방법이 있을까.
5. 911 다큐멘터리도 봤구나. 추석을 기점으로 본 게 많네. 관타나모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현대 사회에서 선진국, 이성, 도덕성 같은 게 제어하고 있는 범위와 강도가 얼마나 어설픈 지 알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벌이는 일을 보고 황당해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다. 역시 무슨 방법이 있을까.
6. 4번과 관련해 중국도 그렇고 거대 규모의 소비자들이 쥐게 되는 권력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인 듯 하다. 그렇지만 방법이 있긴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얼마 전 무슨 드라마를 지나가다 잠깐 봤는데 실시간 투표로 판결이 내려지는 법정의 모습이 나왔다. 이것과 요새 자주 이야기가 나오는 AI의 판결을 비교해 봤을 때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전자는 극단적으로 감정적인 방식이고 후자는 극단적으로 이성(논리)에 기대보려는 방식이다. 결정에 대한 책임감 회피로는 둘 다 적당하다.
7. 2와 관련해 당시 미장원에서 열심히 봤던 만화는 카이지 외에 간츠가 있었다. 볼 때는 그렇게 유명한 건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영화로도 나오고 그랬더만. 아무튼 잠깐 대기하며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고객용 치고는 무척 세기말 적인 만화 구비다. 이나중 탁구부와 닥터 슬럼프를 가져다 놓을 수도 있는 거잖아. 이 미장원은 학교 동문 회관에 있던 거였는데 몇 년 전 나갔고 여전히 빈 자리로 남아있다.
8. 쿨프레소를 조금 일찍 치운 거 같다. 덥지는 않은 데 습기를 빼고 싶은 날들이 아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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