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이 급격하게 더워지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방에서 점퍼를 입고 있어도 추웠는데 이제는 바깥에서 버튼 셔츠만 입고 있어도 뭔가 갑갑하다. 온도와 습도의 상승 추세가 영 좋지 않다.
2. 인터넷이 갑자기 안됐다. AS 전화를 해 봤더니 10일에 올 수 있다고. 10일! 10일이라니! 오늘이 1일인데! 이 일을 어쩌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근처에 AS 나온 분이 있다고 해서 방문, 인터넷 마비 1시간 30여분 만에 해결이 되었다. 10일은 뭐였지. 일단 먼 날짜로 부르고 보는 건가. 지하에 무슨 선을 건드려서 다시 작동한다는 걸 보니 어차피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거 같다.
3. 책이 힐링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아니 믿고 안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책이 왜 힐링이야. 힐링의 수단으로 쓴다고 해도 그런 면에서 책은 좀 비효율적인 게 아닐까.
그렇다고 책이 정보 습득의 (유일한, 정통적인) 수단이라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다. 요즘 사이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 같은데 책 캠페인 같은 걸 보면 그 기반이 책을 봐야 공부, 정보를 얻는다 이런 식인 게 많다.
책과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지하철에서 책을 안 본다는 게 굳이 개탄할 일인가 싶다. 지하철에서 뭔가 얻고 싶으면 그 환경과 장소에 맞는 매체를 활용하면 된다. 부피도 있고 무게도 있는 책이라는 매체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책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우선 그 압축성. 영상으로 1시간 동안 만들 거 글로는 10분 동안 읽을 부피 안에 다 넣을 수 있다. 물론 열심히 읽어야겠지. 또한 접근성. 이건 개방형 도서관의 장점이기도 한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야의 책에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이상한 문자, 이해할 수 없는 기호 등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면 그래도 책이 가장 빠르게 이해 비슷한 거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안 좋은 점은 보관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 전자책도 있다지만 350페이지 짜리 책에서 슈루룩 넘기며 265페이지 쯤에 있던 어렴풋이 기억나는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는 상황에서 물리적 책 만한 게 없다. 슈루룩이라는 건 정보 채널에서 매우 중요하다.
4. 사실 TV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건데 혼자 막 이것저것 하고 있고 멍하니 채널을 돌리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걸 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편향적이고 자기 완성적인 루트를 지워내고 머리 속에 자리를 잡고 있지 않은 방향을 채워나가는 데는 비록 우연에 기대기는 하지만 아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주문형 비디오나 OTT 같은 것들은 어떤 채널을 찾아내고 처음부터 보는 방식이다. 우연이 개입할 여지가 있긴 하지만 시간, 실수의 만회 등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확연히 줄어든다. 물론 TV는 중간에 보는 사람도 이해시킬 수 있는 방식을 띄고 있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건 그런 게 필요 없기 때문에 완성도는 더 높을 수 있긴 하다.
이런 문제로 맨 아는 것만 보게 되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의 의외의 것을 포함하는 정도의 측면에서 보자면 TV의 채널 슈루룩 돌리기 확률의 재현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시청 DB를 기반으로 했을 때 취향에 맞는 것과 전혀 의외의 것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가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5. 일견 예상하고 있었지만 오지 않았으면 했던 2021년의 고난이 시작되고 있다. 돈, 일, 프로젝트 모두에서 좋지 않은 일이 겹치고 있는데 잘 해결해 나가서 좋은 결과로 나아가면 좋겠다.
6.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 시리즈를 몇 편 봤다. 예전에 존 르 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BBC 드라마를 보면서 이건 스파이 물이라기 보다는 관료제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패트레이버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정교하진 않지만 꽤 시니컬하다. 다만 원래 시리즈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이 퇴물이 된 레이버 이야기를 아주 싫어한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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