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7

기술, 식단, 땅꾼

 1. bhc의 뿌링클과 치즈볼을 먹어봤다. 예전에 모 대형 피자 체인을 갔다가 이것은 음식을 넘어 기술의 승리... 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퍽퍽함, 느끼함 같은 걸 느낄 틈도 없고, 불필요하게 배가 부르거나 너무 얇아서 금방 사라지지도 않을 정확한 두께, 빼곡하고 다양하게 돌아가면서 메인으로 오르는 소스의 맛, 올려져 있는 다양한 토핑 등등은 이 치열한 경쟁터에서 얼마나 연구를 많이 한 결과인지 일종의 경외감 같은 걸 느끼게 했었다. 간만에 먹어본 브랜드 치킨 역시 그와 비슷하다. 모든 게 정확하고 완벽하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하는 음식이라는 장르 특유의 성질이 완전히 제거되어 있다. 심지어 식어도 맛있다.


2. 그건 그렇고 최근의 식사 라인이 목살 - 삼계탕 - 돼지 갈비 - 꽃등심 - 치킨 이렇다. 뭔가 좀 이상하군.


3. 간만에 뒷산을 올라갔다. 일주일에 한 번 오를 예정인데 말하자면 오늘이 첫 날이다. 여유롭게 잡아도 1시간이면 다녀 올 거리인데 역시 발을 떼는 게 제일 어렵다. 오래간 만에 올라가 봤더니 알던 길은 막혀 있고 새 길도 나있고 그렇다. 다만 눅눅하고 습하고 벌레가 정말 많았다. 과연 이걸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슨 옷과 장비가 필요한가를 테스트해 봤는데 몇 번 더 해봐야 더 잘 파악이 될 거 같다.


4. 일교차가 굉장하다.


5. 예전에 집 근처에서 뱀을 봐서 인스타에 올린 적이 있는데 종종 나오나 보다. 근처가 다 산이니까 없을 리가 없다. 아무튼 발견하면 관리실에 알려달라고 한다. 근데 알려주면 어떻게 하려나. 땅꾼을 부르나? 직접 잡나? 

20200915

퍼즐, 설명, 해설

1. 영화든 뭐든 퍼즐이 나오면 풀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그걸 가르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잘은 모르겠다. 이게 오타쿠 영역의 문제는 아닌 거 같다. 그걸 이해하면서 보면 더 재밌냐, 즉 더 넓고 멀리 보이는 뭔가가 있는가 하는 쪽이 약간 더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더 재밌냐가 사람마다 꽤나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약간 다른 건 아이돌이 컴백을 할 때 티저를 내는 데 요새 이런 퍼즐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게 너무 짧고 엄격하게 구획된 세상도 아니고 그걸 가지고 노는 게 팬덤의 즐거움 중에 하나기 때문에 이쪽은 약간 경우가 다르다.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영화를 생각해 보면 쏘우 류는 풀고자 할 의지를 아예 없애 놓은 프랜차이즈다. 어차피 끝에 가서 줄줄줄 다 설명해 주니까. 뭐래는 지 몰라도 상관없는 게 어차피 난 이런 대단한 걸 했지, 넌 몰랐지가 그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가끔 하는데 오래간 만에 다시 꺼내는 이유는 테넷을 봤기 때문이다. 정말 뭐랄까... 이토록 전혀 아무 것도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2. 요새 기상청의 날씨 해설을 열심히 본다. 동아시아 전반을 큰 시각으로 보는 게 꽤 재미있다. 내일 날씨 같은 경우 오늘 밤, 내일 새벽에 소나기가 좀 내릴 예정인데 그 이유는 오늘 아침에 쌀쌀하다가 낮에 더웠기 때문. 내일은 전국에 비가 내리는 데 중부 북쪽으로는 몽골 쪽에서 오는 건조하고 찬 공기가 만든 비구름, 남부 지방과 제주도는 필리핀에서 일본에 걸쳐있는 습한 비구름이 원인이다. 즉 원인이 모두 다 다르다! 이 조그만 나라는 왜 이렇게 복잡한 거냐!


아무튼 결론적으로 보면 올해 여름 날씨는 유난히 차고 건조했던 몽골 혹은 시베리아에서 만들어진 공기가 밀고 내려오는 것과 유난히 덥고 습했던 남쪽 바다에서 만들어진 공기가 밀고 올라오는 것 사이에 껴서 양쪽이 서로 밀어대는 바람에 구름이 어디 가지도 못하고 비만 줄창 쏟아 냈다 정도가 아닌가 싶다. 매번 이 이야기만 듣고 있다. 

20200907

지원, 요구, 결과

 1. 예컨대 거대한 재난이 왔고 나라의 재정 지원이 필요할 때 선별해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게 맞냐, 일단 전부 다 주는 게 맞냐를 생각해 보면 물론 꼭 필요한 사람을 주는 게 맞을 거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가 라고 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얼마나 자세히 들여다 볼 건가, 자세히 들여다 볼 수는 있는가는 아예 생각도 안 할 게 확실한데(게다가 시간이 중요하다고) 맞는 방향이라고 해서 불가능을 추구하는 게 답이 될 수는 없다. 


2. 결국 선별은 불가능할테고 뭔가 증명을 위한 요식 절차가 될 막중한 서류 정리의 절차는 저번 프리랜서 지원금처럼 어딘가 공조직의 직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곧 막중한 과업에 시달리게 되겠지. 가만히 보면 위기 상황에서의 사회 유지를 위해 커피집, 노래방 같은 걸 운영하는 자영업자, 병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의 희생을 너무 크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이 될 수 없거나 조직이 되어도 힘을 발휘할 수가 없지. 


3. 돼지고기와 에어프라이어는 뭔가 안 맞는 거 같다. 어떻게 해도 결과물이 탐탁치 않다. 자료 조사와 시간과 공을 더 들이면 뭔가 더 나아질 지도 모르겠지만 투입 대비 효용의 불균형이 명확하다. 너겟도 전자렌지에 2분 데우는 것과 에어프라이어에 10분 데우는 것 사이의 차이가 8분을 소모하고 설거지 거리를 늘릴 만큼 소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핫윙도 마찬가지. 결과물이 아주 괜찮았던 건 냉동 피자 정도였다.


4. 태풍이 연속으로 지나가고 있다. 3개 지나갔으니 이젠 슬슬 여름의 끝과 함께 그만 오겠지 싶은데 요즘 날씨의 진행 상황을 보면 또 모를 일이다. 3년 간 매우 무더움, 별로 안 더움, 비가 계속 옴이라는 세 가지 다른 패턴의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뭐가 있지. 내일 갑자기 눈이 내려도 그렇게까지 놀라진 않을 거 같다.


5. 민주주의, 특히 대의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이성이 살아있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 예컨대 과학적 사고를 믿지 않고, 그냥 자기 주장만 줄창 하는 빌런이 등장해 그걸로 이익을 얻고 동시에 바이러스가 번지는 등 사회에 간접적 해약을 미치는 경우 과연 어떤 해결 절차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사회적 합의로 해결 절차가 만들어진다면 결국 이익을 보는 건 누구고 손해를 보는 건 누가 될까. 인류는 흑사병 시대, 스페인 독감 시대에 뭘 배웠고 코로나 시대에 뭘 배우게 될까.

20200901

변화와 적응

생활 방식이 코로나에 맞게 세팅된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3월부터 시작했으니 9월이 되면 6개월 차다. 항상 느끼는 문제 중 하나가 변화를 빠르게 인식함에 비해 루틴을 만들고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거다. 그 사이의 비효율이 작업에 꽤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1, 2주일에 한 번씩 있는 외부의 회의였던 거 같다. 아무튼 이제야 대충 더위, 집이라는 비효율적인 환경 속에서 작업하는 방식이 정립되고 몸에도 좀 익는 거 같다. 너무 오래간 만에 생활 방식이 변한 이유도 있다. 이런 과도기를 잘 넘기는 방법을 익혀야 할 텐데.

피곤, 시합, 용어

1. 어제는 덥긴 했지만 전국 곳곳에 폭우가 내린 탓인지 선선한 바람도 불고 공기도 맑고 그랬다. 오후 4시 정도까지는 평화로운 날이었는데 그때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아무튼 버스를 3회 정도 타게 되었는데 매번 10분씩 기다렸고 선선한 바람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