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1

판단, 미묘, 넘겨

1.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판일을 공고했다. 4월 4일이다. 탄핵이라는 건 나라의 방향이 확정되는 중대사이고 현대사에 한 번 있으면 많은 정도일텐데 이런 중대한 갈림길이 툭하면 나오고 있다. 이 말은 사회가 향하는 방향에 대한 반동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런 반동은 대부분 구시대적 이권을 포기할 수 없어하는 이들에게서 온다. 그럴 때마다 이겨내야 우리는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2. 요새 자려고 누웠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평영 발차기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인 거 같다. 평영이 나아가는 원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영법이고 그만큼 본능에 적합한 방식일텐데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다. 자유형도 그렇고 배영이나 평영도 일종의 생존 기술이고 이렇게 하면 되더라를 몸의 본능적 움직임에 기초해 터득해야 하는 걸텐데 본능적 움직임 능력이 감소된 현재 그런 건 이제 글렀고 머리로 이해를 한 다음 명령문 리스트를 짜놓고 하나씩 출력하며 플레이를 해야 그나마 작동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 명령문의 미묘함을 캐치하지 못하고 허공에 발차기만 되풀이 하고 있는 거 같다.


3. 최근 세계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인간에게는 지구 정도 사이즈의 행성 운영 능력이 없는 거 같다. 이런 경우 예전에는 자신의 안식을 위해 종교를 찾았다. 지금은 이런 게 중세 시대처럼 잘 먹히지는 않을 거 같고 그렇다면 다음 대안이 뭘까 싶어지는 데 다른 지적 생명체의 진화를 기다리는 건 시간이 너무 걸린다. AI나 외계인 정도가 있을 거 같은데 외계인 쪽은 운에 맞기는 수 밖에 없고 예전에도 말했듯 어느날 하늘에 UFO가 나타난다면 거기에는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AI가 타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지가 아무리 잘나봤자 생존을 위해 진화를 거듭했다면 대부분의 유기물이 우리 정도 수준 이상으로 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결국 우주의 운영은 AI가 하고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이야기를 살짝 다시 생각해 보면 수십 억 년 전에 출현한 유기물 외계 생명체도 결국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하고 멸망을 했을거고 그렇다면 우주 메인스트림의 운영자는, 그런게 원래는 없었다고 해도 지금의 가장 유력한 운영자는 AI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AI의 성능이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지구의 다른 동물들 생존을 위해서도 그들에게 넘겨주는 게 맞을 거 같다.


4. 어제는 매우 춥고 찬 바람도 꽤나 불었는데 살짝 얇게 입어서 고생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꽤 두껍게 입고 왔는데 이번엔 날이 좀 덥다. 답답하다. 물론 사실은 어제 정도로 추운데 꽤 두껍게 입은 덕분에 그걸 못 느끼는 걸 수도 있긴 하다. 아무튼 날씨에 맞춰 사는 선제적 대응이 계속 실패하고 있다. 환절기의 성공률은 원래 낮은 편이긴 하다. 이런 부침이 있지만 개나리, 매화, 목련 등이 피기 시작했다. 봄이다.



20250327

기관, 반쪽, 문제

1. 한국에는 헌법 재판소가 있다. 사실 헌법 재판소가 하는 일들은 대부분 대법원이 해도 된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약간 옥상옥인 느낌도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헌법 재판소를 두고 있을까. 우리의 역사에서 대법원이 대통령 등 권력 기관에 놀아나거나 꼼짝 못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일 거다. 즉 6공화국 헌법이 굳이 헌법 재판소를 만들어 놓은 건 이들이 최후의 보루로 이 나라의 헌법을 지키는 최종 관문의 역할을 하라는 바람일 거다. 그러므로 헌법 재판소는 세상에 무슨 일이 있어도 헌법을 지키는 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부정을 저지르기 위해 서류 한 장 더 만들어야 하는 감시의 관료제 모델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정치와 법원의 눈치를 보고, 헌법 재판소 재판관들은 소장이 되고 싶어서 눈치를 보고, 여론의 눈치를 본다. 국가 기관이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그러지 않아도 되고, 그러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기관이 이러고 있는데 신뢰를 얻어 자기들이 존속할 수 있길 바란다면 그것만큼 한심한 일이 없다. 사법 기관의 최고봉에 오른 사람들이 지금 같은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게 한국이라는 나라의 한계를 만들어 버린다. 이런 걸 보면 재판관 임명 절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시험 패스하고 판사라는 고위 관직에 올라탄 후 평생 그렇게 사니 사회의 가장 어두운 구석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 판단하고 방향을 제시할 재판관이라는 업무를 수행하기에 역량 부족이다. 이렇게 올라가 대법관, 헌법재판관이 되니 자신을 임명하고 더 높은 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눈치만 보고 그외에는 그저 단호함을 가지고 권위를 증명하려 한다. 재판관의 권위는 그가 내릴 수 있는 형량이 아니라 신뢰에서 오는 거다. 아무튼 부디 정신들 좀 차리시길, 적어도 헌법 재판소라는 기관에 지울 수도 없는 먹칠은 하지 마시길.


2. 이번 달에는 평형을 배우기는 했는데 발차기만 배운 반쪽이다. 평형은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힘을 받는 느낌도 없어서 옆에 누가 지나가면 떠내려간다. 느리긴 하지만 힘이 그렇게 들진 않아서 좋긴 하다. 다만 끝나고 나서 오늘도 오늘 하루의 운동을 했다는 기분은 좀 덜하다.


3. 요새 키보드가 좀 문제인게 잘 안된다. 집에 키보드만 4개가 있는데 제대로 돌아가는 놈이 없어. 


4. 1, 2년 전 쯤인가 도서관은 물 사용량 감소,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화장실의 수압을 줄였다. 공개된 통계가 없으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사용 횟수가 동일한데 사용 수량은 줄었으니 비용도 아끼고 환경 보호 동참이라는 홍보용 명분도 얻었을 거다. 하지만 그 이후 화장실이 막히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물론 청소하시는 분들의 업무는 늘어났다. 그렇다고 청소하시는 분들의 급여가 늘어났을리는 없다. 이런 예가 환경 보호의 비용이 결국은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 수압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거다. 물 사용량이 늘고, 비용이 늘었지만 청소 노동자의 업무는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거다. 또 다른 방법은 그 중간 사용자의 동참이다. 사실 이 동참이 핵심이기 때문에 화장실에는 수압이 줄었으니 휴지를 한꺼번에 변기에 넣지 말아달라, 물 내리는 레버를 10초 이상 오랫동안 눌러달라 등의 문구를 프린트해 붙여놨다. 외국인 이용자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영어로도 적어놨다. 만약 도서관 화장실 사용자들이 이를 지킨다면 청소 노동자의 업무는 이전으로 회복될 수 있을거다. 하지만 별 생각없는 도서관 화장실 이용자들은 평소처럼 사용하고 막히든 말든 도망가 버린다. 게다가 물 사용량 측면에서 보자면 물을 내리는 횟수를 예전보다 늘리니 줄인 수압과 무관하게 사용량은 원래 수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면 별 대책없이 수압을 줄이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생색을 내려는 시도는 결국 그 비용을 청소 노동자들에게 그냥 전가해 버리는 방식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중간 사용자의 동참은 그나마 전가되는 노동의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긴 한데 대부분은 하지도 않는다. 곰곰이 따져보면 아주 많은 것들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고, 비용을 노동자의 업무 과중으로 해결하고 있다. 아껴졌다고 좋아하는 동안 업무 과중이 걸린다. 이노베이션은 이런 게 아니다. 물 사용량을 줄이되 예전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작동이 가능하다. 결국 대책이 없는 대안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해롭다.


5. 이번 대형 산불 재난에 이어 또다시 음모론이 나온다. 뭐 일반 대중들이야 강력한 자연 재해 앞에서 이럴 리가 없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건 일반적 사회 지식의 축적량으로도 극복이 가능한 종류라 믿는다. 종교나 그 비슷한 방식으로 혹세무민을 한다면 처벌 가능성이 있을 거 같다. 아무튼 요새는 특히 우파 정치 쪽에서 음모론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트럼프가 유행시킨 걸 수도 있다. 이쪽의 경우 유튜브, SNS 기반이 많고 알고리즘에 갇히다 보니 상식이 뒤틀려 버렸을 수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혹은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 중 이런 기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 믿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러므로 잘 이용해 먹는 게 아닐까 싶다. 즉 사이비 종교 지도자 속성이 있는 보수적 사회 엘리트가 우파 정치인 탑 계열에 낄 가능성이 꽤 높아진 세상이다. 

또 하나는 예산의 문제인데 재난 구호 예산은 아무튼 우파 정치인들이 좋아하지 않고 깎으려고 애를 쓴다. 운 좋게 자기 임기 안에만 일이 터지지 않는다면 굳는 돈이 많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시대에 이런 생각은 폭탄 돌리기 수준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 그렇기 때문에 재난이 났을 때 극복이 아주 어렵고 이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음모론을 제기하게 된다. 제기는 하지 않더라도 그런 이야기도 있더라는 식으로 물타기를 한다. 문제의 원인인 자신을 논의의 장에서 제거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산불이 어떻게 났느냐, 앞으로 어떻게 안 나게 하느냐도 있지만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하느냐,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연 발화되었다고 신의 노여움을 찾는 시간에 나무를 바꾸고, 임도를 만들어 두고, 산불 재난 본부를 만들어 대비 훈련을 하고, 산촌 마을 주민들 대피 및 초기 진압 연습도 하고, 헬기와 비행기, 드론 등을 도입하는 게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20250324

인격, 엉망, 한계

1. 세브란스 시즌 2를 다 봤다. 총 10편. 마지막 장면은 졸업에서 벤자민과 일레인이 꿈도 희망도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 같았다. 물론 언젠가 마크의 아우티가 깨어날 거기 때문에 이 도피는 졸업 정도의 암울함은 아니다. 그냥 수습할 일이 참 많은 과정일 뿐이다.

뭔가 아우티와 이니의 두 가지 인격 문제, 결국 다른 인간이라는 게 결론적으로는 주제였지만 이야기의 끝은 미미하고, 보잘 것 없고, 앞으로 후속편이 나올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지나치게 부실하다. 가상현실 SF는 그럴 법 함이 중요한데 그냥 내버리는 이야기, 캐릭터가 너무 많다. 저 가상현실에서 매우 중요할 게 틀림없는 헬레나는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지만 마지막에 달리는 게 헬렌 R인지 헬레나인지 어딘가 애매한 구석만 남기고, 코벨의 과거와 겹쳐 보이며 반복되는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미스 후앙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는 그럴듯한 설명도 없다. 왜 마크와 젬마가 선택되었는지, 젬마는 어쩌다 저기 들어가 있는지도, 밀칙의 왔다갔다 하는 캐릭터는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면서도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뭔가 해결해 주는 실마리 역할만 계속 하는 점도 전반적으로 엉망이다.

다만 막판에 염소를 구하기 위해 론이 드루먼드를 공격하는 부분은 좋았다. 약간 뜬금없이 등장하긴 하지만 염소를 그런 식으로 희생시키려는 생명멸시주의자들은 처단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2. 권한대행 탄핵안은 기각되었다. 기각 의견은 그나마 말이 되긴 한다지만 권한 대행도 대통령이라며 각하 의견을 낸 두 명의 의견은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대통령처럼 국민 투표로 뽑히지도 않았고,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도 없는데 같은 의결 요건을 갖춰야 된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이 헌법 재판관이다. 사실 앞으로 올 탄핵 판결이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많은 이들이 결국 원하는 게 권위주의의 부활이라는 점이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중동의 중세가 극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과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추세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의 능력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3. 최근 많이 보이는 경향을 보면 : 우선 윤이나 민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게 파괴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이 보인다. 민에 묻혀서 그렇지 방도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윤이나 민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한 로드맵을 정교하게 구성해 자신을 위하는 게 마치 선, 순교인 듯이 꾸며내는 기술적 측면이 다르다. 그런 모습은 민의 기자회견이 큰 예인데 민에 대한 비난을 사회속 여성의 불이익으로 치환시켜 자신에 대한 비난을 묻어버린다. 이때의 비판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고 나서야 힘을 얻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또 하나는 사법, 행정 판결에 대한 불복종의 기운이 스멀스멀 퍼지고 있다는 거다. 여기저기서 판결에 불만을 품거나 부정하는 기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사법과 행정이 자처한 거라 무슨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꼴 좋다 하고 있을 수도 없는 게 사법과 행정에 대한 불복종은 결국 국가라는 체제의 운영 방식을 무너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위에서 말한 모든 게 파괴되어도 상관없다는 주의와 만나면 상성이 아주 좋아진다. 그러므로 이 두개의 고리는 서로를 위로 밀며 나아가게 된다.

판단, 미묘, 넘겨

1.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판일을 공고했다. 4월 4일이다. 탄핵이라는 건 나라의 방향이 확정되는 중대사이고 현대사에 한 번 있으면 많은 정도일텐데 이런 중대한 갈림길이 툭하면 나오고 있다. 이 말은 사회가 향하는 방향에 대한 반동이 그만큼 많다는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