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8

피로, 불만, 볼품

1. 건강검진을 했는데 간수치가 안 좋게 나왔다. 막 심각한 건 아니고 경계에 딱 있는데 다른 부분이 다 정상이라 모니터에 혼자 빨간불이 들어와 있으니까 이게 뭐야 싶어지는 뭐 그런 것. 아무튼 원인이 워낙 다양해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음주, 스트레스, 진통제 복용, 지나친 운동 뭐 이런 것들 이라고 한다. 이중 음주를 제외하면 나머지 셋 모두 용의선상에 올라와 있긴 하다. 아무튼 저번에 피로 회복이 너무 안되서 운동을 좀 줄일 생각이라고 했는데 그게 틀리진 않은 거 같다. 

2. 스트레스가 모든 비정상 수치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거 보면 참 굉장하긴 하다. 현대인이라고 딱히 스트레스가 많을 거 같진 않은 게 원시인들은 언제 맹수, 굶주림 같은 걸 만날 지 모르고 기본적으로 배고프고 피곤한 상태였을테니까 스트레스가 많았을 테고 중세, 근대에는 전쟁, 수탈, 기근, 굶주림 같은 문제로 스트레스가 많았을 거 같다. 빠르고 복잡한 현대 사회가 프레셔를 주지만 당장 죽진 않겠지 같은 안심은 완화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스트레스에 둔감하고 잘 막아내도록 진화하지 못했던 걸까. 현실 불만의 스트레스가 문명 발전의 동기라서 그런걸까? 

3. 수영과 달리기 중 어느게 더 좋은가 하면 달리기인거 같다. 활력을 만들어 내는 특유의 기운이 있다. 하지만 날씨와 부상 문제가 너무 크다. 부상이야 존2처럼 천천히 달리면 어떻게든 괜찮을 거 같긴 하지만 비와 눈, 더위와 추위 등등 날씨는 극복이 어렵다.

4. 요새 눈이 굉장히 간지럽다. 알러지인가 싶긴 한데 알러지로 눈 간지러운 것과 양상이 조금 다른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입안에 구내염 같은 게 생겼는데 2주 쯤 사라지려다가 다시 커지고, 사라지려다가 다시 커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오래간 적이 없는 거 같은데 특이하다. 그런데 친구 한 명도 몇 주 째 지속되는 구내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뭔가 새로운 병이 번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5. 기말고사 기간이라 집에 있다가 4일 만에 도서관에 왔다. 집에서 밥을 챙겨먹고 일을 하니까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을 밥 먹는 시간에 쓴다라고 생각하면 시간 손해는 별로 없는데 몸무게가 줄어들고(5일 사이에 1.5kg이 줄었다), 몸이 뭔가 못생겨진다. 예전이라고 폼나게 생긴 육체 이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더 볼품이 없어진 느낌. 걷는 양이 1만 대에서 3천 대로 줄었음. 근데 집에 가만히 있었는데 왜 3천이지.

6. 대통령이 탈모가 현대인에겐 생명처럼 중요한 일이 되었다며 건강보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대안이 국힘이 될 수 없을 뿐이지 이 정부의 한심함도 한도 없음. 가다실 지원이나 해. 

20251215

완수, 파멸, 구멍

1. 과매기와 방어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제철에 못 먹고 넘어가면 뭔가 아쉬운 음식인 거 같다. 딱 3점 정도씩이면 충분한데 다행히 올해도 임무 완수.

2. 경쟁은 라이벌을 이기려고 해야지 파멸시키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범법도 범죄자를 법에 근거에 처벌하려 해야지 역시 파멸을 원하면 안된다. 이 사이를 혼동하면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지속되어 온 사이다 감성과 자신의 권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감정적 태도는 어느새 모두들 파멸을 이야기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었냐가 문제인데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명언집 같은 이야기지만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가시는 날카로운 말이고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상상력이 부족해지니 생각이 극단적이 되고 파멸을 이야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3.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범죄를 저질렀고 그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일단은 그걸로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 같은 걸 할 때도 범죄 사실을 밝힐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공무원의 경우 약간 다르다. 하는 일의 특수성과 다른 직업과는 다른 책임감 때문일 거다. 그렇다면 연예인은 어떨까 하는 문제가 있다. 공공 업무에 종사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공공 노출이 굉장히 많고 그에 따라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예를 들어 학폭을 저지른 과거가 있는데 처벌을 받은 적 없다고 하면 폭로에 의해 활동 중단을 하는 일이 꽤 많이 일어났다. 공소시효 뭐 이런 게 있긴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노출이 많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징을 생각하면 받아들여야 할 여지가 있다.

과거의 처벌을 받아서 종료된 경우 이미 끝나 버린 일이니 억울할 수 있다. 게다가 개과천선하고 살고 있다면 더욱 그런 여지가 있다. 언젠가 밝혀질 가능성도 있고 연예인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는게 최선이었겠지만 행보를 아주 잘 읽궈나갔다면 과거의 반성과 현재의 태도가 만나 좋은 이미지를 만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꽤 있다는 걸 언제나 감안해야 한다. 

최근의 문제가 되는 경우인 과거에 처벌을 받았는데 현재의 태도도 문제를 보이고 있다고 하면 극복의 가능성도, 다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거의 없을 거 같다. 

4. 음악을 듣는 카페 같은 데 가서 한 시간 정도 90년대 영국 음악을 중심으로 음악을 들었는데 아는 곡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90년대 브릿팝, 전자음악, 인디음악을 꽤 들었고 당시에는 NME 같은 것도 종종 보고 그랬기 때문에 이런 음악에 당시 흘려듣던 차트 히트곡을 더하면 나름 그 시대 음악에 대한 그물망이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근처도 가본 적이 없는 + 거기에 크리틱이 긍정적이고 영향력도 있는" 교집합의 꽤 큰 구멍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5. 수영 3일, 달리기 2일 스케줄을 한동안 지속했더니 체력이 느는 게 아니라 피로가 회복이 되지 않는다. 저번 주 자유 수영을 하러 갔는데 팔이 잘 돌아가지가 않는 기분이 들어서 가능한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하다가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과 어깨가 뻐근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춥고 귀찮으니까 내 무의식이 핑계를 대는 게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봐도 체력이 못따라오고 있는 거 같다. 애초에 근육 성장도 체력 성장도 매우 느린 사람이라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꾸준함이 중요하긴 한데 피로는 최소화하고 성장은 최대화하는 적정 균형점을 찾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왜 이렇게 근육과 체력 성장이 느린가 하면 유소년 성장기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중학교 때 가능한 열심히 뛰어 다녀야 한다. 고등학교 때와 군대 있을 때 놀란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실제로 축구, 농구 이런 걸 하는 걸 좋아한다는, 심지어 아주 피곤할 때도 그렇다는 사실이었다.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생각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혹시 이 글을 우연히 접하고 있는 중학생이 있다면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생각해 보니 중학생이 볼 가능성도 별로 없고, 혹시 봐도 그래 운동하자! 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별로 없겠다 싶긴 하군.


20251207

창문, 관절, 코어

1. 원래 일요일에 러닝을 하는데 눈이 쌓여 있어서 이번 주 일요일에 문이 열려있던 중랑문화체육센터? 이름이 맞나, 아무튼 여길 갔다. 수영장이 지하 2층이지만 산을 끼고 있어서 창문이 있고 햇빛이 들어온다. 햇빛 들어오는 수영장 좋아. 성북구 수영이 약간 먼데도 계속 다니는 이유 중 하나다. 사람도 별로 없었음. 레인에 나 포함 2명이어서 테스트해 보고 싶던 몇 가지 연습을 할 수 있었다.

2. 접배평자 모두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평영이다. 강습 들을 때 다른 사람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만 일단 이렇게 하니 더 멀리 나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익숙해지지 못해서 못하는 것들이 있다.

- 숨을 쉴 때 고개를 들고 허리를 든다. 이건 의식을 하면 안 하는 데 처음 몇 번 할 때 자꾸 잊어버린다.
- 발차기 준비 자세를 취할 때 무릎을 생각보다 땡겨와야 하는데 (루트 모양) 자꾸 무릎만 굽힌다. 이러면 허리가 젖혀진다.
- 그리고 발을 일자로 펴고 엉덩이까지 와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져서 자꾸 발을 벌리면서 들어온다. 확실히 브레이크가 걸린다.
- 발차기를 할 때 가능한 발 뻗는 걸 미뤄야 한다. 이게 차이가 꽤 크다.
- 엉덩이를 위로 들어 올릴 정도로 차고 무게 중심을 앞으로 넘겨야 하는데 이것도 자꾸 잊어버린다.

일단 발차기 때 발모양 개선이 가장 중요한 거 같다.

그리고 말은 알겠는데 몸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 숨을 쉰 다음 고개를 넣을 때 고관절을 접으라는 데 이해가 잘 안 간다. 운동할 때 고관절이 어쩌구 하는 이야기는 뭐든 이해가 잘 안 감.
- 서서 발차기 연습을 할 때 느끼는 물을 미는 압력이 드는 데 평영을 할 때는 그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어떤 차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오늘 이렇게 저렇게 물 속 몸 자세를 해봤는데 잘 안된다.

이거 말고 접배평자 모두에서 문제는 일자로 누워있으면 가슴이 뜨고, 발차기를 하면 다리가 뜬다. 그냥 이렇게 하면 몸이 U자 모양으로 활처럼 휜다. 그래서 코어에 힘을 줘서 --- 제대로 일자를 만들어야 한다. 운동에서 코어 어쩌구 하는 것도 대부분 잘 안된다. 외국의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 본 바로는 45초 플랭크 할 정도만 되도 수영에서 코어 필요한 건 다 커버할 수 있다던데 잘 안 됨.

일단 이해가 되는 개선점을 차례로 극복해 나가는 걸로...

3. 피곤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20251205

공기, 노출, 폭설

1. 화요일 저녁에 수영을 하고 와서 배가 너무 고파서 핫도그를 하나 먹고 잠을 잤는데 다음날 아침 오한이 시작되었다. 체온을 재봤더니 37.5도인가 그쯤 되었음. 나가는 건 포기하고 약 먹고 쿨쿨 잤다가 깨니 체온이 떨어졌길래 좀 괜찮나 싶어서 잠깐 움직였다가 뭔가 좀 이상한데 싶어서 다시 체크하니 역시 37.5도. 아무튼 그렇게 수요일부터 목요일 오전 정도까지 계속 자다가 잠깐 깨서 일 좀 하고 뭐 그렇게 보냈다. 다른 건 다 괜찮아졌지만 두통이 계속되었는데 이틀간 두통을 없애려고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 항히스타민제를 차례로 먹었고 혹시나 해서 모카 골드로 카페인도 집어 넣었지만 나아지지 않았음. 문득 신선한 공기와 활동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서 마침 머리 손질도 해야할 때가 되서 다녀오면서 영하의 찬 공기를 쐤더니 좀 개선되었음. 다 나은 거 같길래 저녁에는 수영도 갔다.

2. 보통 1년에 1회 정도 바이러스 감염으로 앓아 누웠다가 2일 길면 3일 정도 지나면 깨어나는 일이 수십 년 째 지속되고 있는데 올해는 3번인가 그렇다. 왜 그런걸까 생각해 보는데 요 몇 년 간 바뀐 패턴은 수영 강습 밖에 없다. 바이러스 노출 기회가 많아진 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싶다. 염소 소독으로는 바이러스 퇴치가 완벽하게는 안되는 건가. 

3. 아무튼 누워있다가 수영을 갔더니 페이스 조절에 완전히 실패했다. 후반 쯤에는 팔을 올릴 수가 없어서 접영을 못했다. 엉망진창이었음.

4. 그러고 나서 집에 오는데 2025년 겨울의 첫눈, 대폭설이 내렸다. 갈 때부터 펑펑 쏟아지는 게 심상치 않아서 강습에도 5명 밖에 안 오긴 했음. 9시에 끝나서 집에 가면 보통 10시 쯤 도착하는 데 어제는 11시 넘어서 들어왔다. 중랑구가 완전 마비였다. 버스 앱으로 보니까 내가 탄 버스가 한 정거장 사이에 7대인가 있었다. 막혀서 다들 갇혀 버린 거다. 집에 와서 보니 그나마 좀 나은 사정이었던 게 퇴근에 5시간, 6시간 걸린 사람들도 많았다고. 

5. 어제 페이스 조절 실패도 있지만 수영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상급자의 속도와 자세를 목표로 삼게 되는데 늦은 나이에 시작했기 때문에 양쪽 다 달성이 어렵다. 둘 중에 하나라면 역시 속도가 아닐까 싶었고 또 한 시간 운동하고 탈탈 털리고 집에 오면 열심히 했으니 활력이 생겼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런 방향을 추구했는데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전완근, 이두, 등, 허벅지 등등이 심각하진 않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욱신거리고 매일 파스를 붙인다. 자세도 안 좋으면서 힘으로 밀어붙이니 부상 위험이 상존하고 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한계도 명확하다. 느려도 부드럽고 자세 좋은 쪽으로 추구미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근데 수영장 가면 정신 없어서 막 또 휘둘러 댄다. 습관을 잡는 게 중요하다.

6. 계속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더 나은 걸 할 수 있을까 싶은, 뭔가 벽에 부딪친 느낌이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것저것 보러다니고, 읽고 하는 걸 늘리고는 있는데 이런 걸로는 부족한 거 같기도 하다. 뭔가 사고 체계를 변화시킬 자극적인 문화 충격이 필요한 거 같기는 한데 언제까지나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외부 동력에 의존할 수는 없다. 결국 개선점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과연.

피로, 불만, 볼품

1. 건강검진을 했는데 간수치가 안 좋게 나왔다. 막 심각한 건 아니고 경계에 딱 있는데 다른 부분이 다 정상이라 모니터에 혼자 빨간불이 들어와 있으니까 이게 뭐야 싶어지는 뭐 그런 것. 아무튼 원인이 워낙 다양해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