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7

재미, 어질, 의욕

1. 날이 쌀쌀하다. 일교차가 꽤 큼. 하지만 낮의 햇빛이 따뜻해서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온도를 하나에 맞추려면 추운 쪽에 맞춰야 하지 않나... 꽤 따뜻해졌다가 추워지길래 작년 기온을 찾아봤더니 작년에는 3월에 20도까지 올라간 적이 거의 없다. 올해가 더 더운 편인듯. 생각해 보면 3월은 추웠어. 벚꽃 다 질 때까지 추워 ㅜㅜ


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온스를 봤다. 사전정보 전혀 없이 봤는데 예상보다 꽤 재미있는 영화였음. 추천.


3. 콧물이 너무 나서 액티피드를 먹었더니 뭔가 어질어질하다. 그래서 막 이것저것 먹었더니 좀 낫다. 점심 먹고 바로 약 먹었는데 뭐 이래.


4. 의욕이 잘 나지 않는다. 의욕 의욕.


20230321

산간, 탄력, 경계

1. 아침에 일어나서 온도를 봤는데 대흥동은 8도, 신내동은 0.2도였다. 그래도 같은 서울인데 온도 차이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어서 몇 군데를 더 찾아봤는데 6도 정도였다. 오류가 아닌가 싶기는 했지만 만약 정말이라면 신내동 온도 측정하는 곳이 어딘지 궁금하다. 사실 나름 산간 지역이라 0.2도가 나올 만한 곳이 있을 거 같긴 하다. 아무튼 아침에 추웠음.


2. 엔믹스 새 앨범이 나왔다. 아침에 나오면서 쭉 들었는데 타이틀 곡 정도 몇 번 더 들을 거 같다. 엔믹스는 가고 있는 길이 이해가 잘 안되기는 함.


3. 전반적으로 음반 인플레가 매우 심해지고 팬덤 간의 경쟁 양상, 줄세우기에서 우위 점유화, 여기에 발 맞춘 팬싸 정례화 등으로 변해가면서 절대적 음반 판매량이 알려주는 정보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 상대적 격차 정도. 음원 쪽도 비슷한데 이쪽은 고인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대형 기획사나 방송 등이 만들어 낸 우연 정도가 고인물을 뚫고 올라가는 탄력을 받는다.  

또한 어떤 그룹이 괜찮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알기도 어려워졌다. 늪에 빠지기 시작한 그룹도 팬덤, 인지도의 힘으로 한동안은 비슷한 성적을 유지하기 때문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채는 때는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이런 경쟁 속에서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청자 입장에서 발견하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만드는 쪽에서는 더 어려울 거다. 성적충, 팬싸충 등이 이 바닥을 주식 구경꾼, 코인 구경꾼화 하며 꽤나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사실 답은 딱히 없는 듯. 그런 것도 이미 이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4. 최근 랜덤으로 이것저것 듣다 알게 된 건 퍼플 키스와 피프티 피프티. 뭐랄까, 그다지 어리게 느껴지지 않는 케이팝 노선을 걷고 있다. 이걸 보면서 느껴지는 게 외국에서 청자층이 확대되면서 그쪽에서 좋은 신인, 좋은 곡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 거 같다. 드림 캐쳐 같은 케이스가 많아지면 더 재미있을 거 같다.


5. 눈비만 오지 않으면 일요일에 동네 뒷산을 한바퀴 돌고 있다. 산을 중심으로 도는 왼쪽 코스와 약간 더 버라이어티한 주변 풍경이 보이는 오른쪽 코스가 있는데 보통은 왼쪽 코스로 돈다. 오른쪽 코스의 문제점은 약 20미터 정도 길이 끊겨있어서 도로 갓길로 거길 지나쳐야 한다는 것. 좀 위험하다. 거길 지나지 않으려면 거의 3킬로 정도 되는 우회 산길을 돌아야 한다. 어차피 운동이니까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심한 언덕이 있어서 살짝 지친 상태로는 어지간해서는 기운이 나지 않아서 지금까지 딱 2번 올라갔다. 20미터 갓길 옆에 덱으로 길이라도 만들어 주면 좋겠는데 이용자가 극히 적고 군부대를 옆에 끼고 있는 시 경계라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거 같기는 하다. 불가능의 요소들이 한군데에 모여있다.


6. 4와 관련해 요새 일하면서 자주 듣는 곡은 The XX를 비롯해 올리비아 로드리고, 사샤 슬론, 샬럿 로렌스, 빌리 아이리시 등등.


7. 밤에 자려고 눈을 감으면 보통은 뿌연 암흑 같은 모습이 느껴진다. 보이는 거랑 약간 다른데 그냥 느껴짐. 그리고 가끔 섬광 같은 게 보이는 듯 할 때도 있는데 오늘 눈이 피곤했나 하는 정도. 그런데 최근 몇 번 프랙탈이라고 해야 하나, 이 역시 보이는 것과는 달라서 자세히 묘사하기는 어려운데 선명하고 복잡한 무늬가 계속 겹치며 움직이고 게다가 앞 뒤가 입체로 있는 듯한 모습이 몇 번 보였다. 입체로 보인다는 점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봐서 생기는 현상일까 싶기는 한데 아무튼 그런 현상이 있었다. 신기하거나 멋지거나 그런 건 아니고 왜인지 약간 기분이 나쁨. 뭔지는 모르겠다. 피곤과 관련이 있는 걸까.

20230307

살균, 라벨, 대처

1. 하이브 - 카카오 연합설이 나름 그럴 듯 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카카오가 불을 질렀다. 아무튼 돈을 어지간히 넣었는데 지배 주주가 되지 않는다면 약간 뻘짓이 되어 버린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면 차라리 하이브가 15에 다 넘겨버리고 카카오가 투자 받은 오일 머니를 그대로 넘겨 받아 새롭게 뭔가 만드는 데 쓰면 모두가 좋지 않을까 싶지만 일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진 않겠지. 


2.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같은 이야기는 현실과 유리된 감각을 꼬집을 때 흔히 나오는 우스개 소리다. 우스개인 이유는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텐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런 류의 이야기는 언제나 많았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모니터로 고발되는 현실의 모습을 살균된 통조림처럼 여기고 있으니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기아와 가난, 부조리와 사이비, 독재와 살육, 전쟁과 재난 같은 걸 두고 고상한 잣대를 들이대는 헛소리를 한다. 물론 그런 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거에 재난 포르노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일단 현실의 고통 받는 이들에게 직진한 다음, 그들을 구출할 방법을 논의한 다음 생각할 문제들이다. 인간의 위대한 능력 중 하나로 상상력을 뽑는 사람이 많지만 아예 뭔지 모르니까 상상하는 건 불가능하다. 인터넷 서핑과 유튜브를 통해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는 거 같다.


3. 옷이라는 걸 제대로 사본 적은 거의 없다. 예전에는 못 샀고, 뭔가를 입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한 이후 너무 비싼 가격의 벽 앞에서 방황하다가 문정동 아울렛 거리를 발견해 떠돌아다녔다. 패스트 패션이 들어왔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아서 매대 특별 할인 쇼핑러가 되었고 요즘에는 중고 옷 사이트를 뒤적거리고 있다. 전환점이라면 역시 패스트 패션인 거 같다. 구할 수 있는 종목의 수가 확장되면서 구하고 싶은 종목의 수도 함께 늘어나 버렸다. 물론 자료 조사나 경험치 축적 등의 새로운 목적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취향과 열망을 온연히 반영한 입고 싶은 옷 같은 건 몇몇 예외적인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때 외에는 불가능하다. 사실 선택을 해본 적이 없으니 그런 기능이 마비되어 있기도 하다. 어쨌든 가능한 선택지 안에서 최대한 아웃풋을 뽑아내는 형태로 살아간다. 이런 스토리 위에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옷에 제대로 붙어 있는 케어 라벨 같은 걸 보면 살짝 낯설고 그러면서도 이제 이런 옷도 가지고 있을 수는 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한다. 


4. 날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남쪽 어딘가는 20도 쯤이다. 아침에 나오는 데 어제까지만 해도 느껴졌던 공기 중의 냉기가 사라졌다. 정말 내일을 알 수 없는 날씨다. 이런 중위도, 3면 바다, 대륙의 동쪽, 산간이 많은 지역이 만들어 내는 예측불가능성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극단적 현실주의자로 만들고 성격을 급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이 예측불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극단성 역시 더욱 늘어나고 있다. 내일 반소매 티셔츠를 입을 만큼 더워도 혹은 갑자기 눈이 내리며 다운 파카를 꺼내 입게 되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다. 무슨 일이 생기든 너무 당황하지 않고, 어떤 날씨든 대비할 수 있는 정도를 옷걸이에 주르륵 걸어놓고 관성을 거부하고 매일매일 당장 닥치는 현실을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게 가장 좋은 삶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서핑이 인기가 좋은건가.


5. 지하철에서 옆 자리 앉은 사람 불편하지 않게 해야지라는 생각은 세상에서 사라진 걸까. 몸을 움츠리면 아이고 좋다 하고 몸을 넓히는 게 느껴짐...


6. 할 일이 매우 많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잘 모르겠는데 생각하면 약간 토 나옴.

만사, 음색, 포기

1. 다이어리를 쓰게 되면서 펜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가 문제가 되었다. 사라사 볼펜을 쓰고 있었는데 너무 커서 다이어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케어케 검토 후 사라사, 제트스트림, 유니볼, 무인양품 볼펜 등이 공통 규격의 심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