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0

착각, 고생, 가치

1. 트윈 픽스와 웨스트랜드에 이어 트루 디텍티브 3을 봤다. 1, 2는 봤었다. 기본적으로 1과 비슷한 배경이다. 숲, 초원, 산 그리고 오컬트. 전반적으로 문제가 좀 있는데 예컨대 줄리의 인형이 그냥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었을 뿐 오컬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연일 뿐이다. 거기에 알고보면 오해와 착각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이런 것들이 겹겹이 쌓여 아주 불안한 탑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3편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큰 교훈이 있다면 야망과 실력이 일치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도 없는 헛고생을 수십 년 간 하게 된다는 것. 결국 제대로 한 게 없는 두 명의 수사관 이야기고, 애꾸눈 아저씨가 나타나 사건 전체를 줄줄줄이 설명해 줄 때까지는 아무 것도 몰랐다. 이런 비극이지만 두 친구는 나름 후련하고 평화로운 노년을 맞이한다. 그것도 인생 뭐 있냐 하는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2. 멜론 일간 차트를 우연히 봤는데 일간 차트 6위까지가 아이유와 브레이브 걸스 그리고 저스틴 비버로 채워져 있었다. 

3. 결국 챗바퀴 루트를 완성했는데 그 안이 잘 채워지지 않고 있다. 아무튼 오전 2시간, 오후 5시간, 저녁 3시간을 일에 쓸 수 있도록 확보하고 있고 80% 정도는 잘 써보자는 느낌이라면 하루 8시간이다. 50분 - 10분 정도의 리듬이라면 약간 여유가 있다. 하지만 집중의 길이를 조금 더 늘려야 한다.

4. 시간의 정립과 별개로 올해 들어 구입한 작업용 툴 - 키보드, 프린터, 스크리브너 등등 - 을 활용한 작업 방식에 아직 완전히 익숙해져 있지는 못하다. 

5. 운동이 생활에 방해가 크다. 뭐만 하면 며칠을 겔겔거리고 허리와 어깨의 근육통은 꾸준하다. 코치 없이 멋대로 해서 그러는 걸까. 체력을 증진하며 다칠 염려가 없는 종류가 뭐가 있을까. 뒷동산 등반은 그래도 후유증이 별로 없긴 한데 날씨의 영향을 너무 받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갈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6. 1+1과 쿠폰을 이용해 냉동 훈제 연어를 잔뜩 구입했다.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든든하다.

7. 실내용 슬리퍼를 구입했다. 이건 의외로 1년에 한 번은 사는 듯. 

20210412

장편, 속도, 의미

1. 왓차를 등록했는데 트윈 픽스 3가 있길래 보고 있다. 몇 년 전에 3이 나왔다길래 1, 2를 구해서 다시 봤었는데 정작 3은 못보고 지나갔었는데 이렇게 다시 기회가 왔다. 1, 2도 있더만. 오래간 만에 만들었다지만 1, 2와 톤이 비슷하긴 하다. 가장 인상적인 걸 생각해 보자면 주전자? 난로?로 다시 등장한 데이빗 보위. 더기와 제인(카일 맥클라클란과 나오미 왓츠) 부부. 

2. 웨스트랜드 3도 있길래 잠깐 봤다. 나중에 볼까 싶은데 트윈 픽스 때도 느꼈지만 시리즈가 길면 역시 부담스럽다. 

3. 그래도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 등으로 짧은 영상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마인드가 빨리 결론이나 알자 싶은 결과 지상주의적인 상태인데 1시간 짜리를 15편 씩이나 만들면서 서서히 네러티브를 쌓는 일에 다시 좀 익숙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다. 쓸데 없어 보이는 장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쓸데 없는 건 아니다. 전체의 분위기를 더 깊게 만들어 낸다. 

4. 플라스틱 드리퍼를 사용하는 데 다이소에서 멜리타로 바꿨다. 커피 계량 스푼(부러졌다)이랑 필터(다 떨어졌다)도 사야되는 김에 너저분해 진 드리퍼도 교체했다. 그런데 드리퍼의 차이가 뭐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맛의 경향이 완전히 달라짐. 드리퍼가 만들어 내는 차이라면 물이 걸러지는 속도일 거 같은데 약간 더 오래 머무르는 게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내나. 이 차이를 느끼고 나니 칼리타나 하리오도 궁금해졌다.

5.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또 하나 궁금해지는 건 과연 한 잔 만들 때도 서버가 필요할까 하는 점. 그냥 생각하기엔 걸러서 서버, 다음 잔으로 옮기는 거니까 설거지나 늘지 별 의미가 없어 보이긴 하는데. 

6. 올해 들어서 키보드와 스크리브너, 프린터를 구입했다. 집에 계속 있으니까 일과 관련된 도구를 대량 업데이트하게 됨. 커피 관련 도구도 대량 업데이트 되었구나. 언제나 그러하듯 이제 일만 잘하면 되.

20210401

추세, 십일, 비율

1. 날이 급격하게 더워지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방에서 점퍼를 입고 있어도 추웠는데 이제는 바깥에서 버튼 셔츠만 입고 있어도 뭔가 갑갑하다. 온도와 습도의 상승 추세가 영 좋지 않다.

2. 인터넷이 갑자기 안됐다. AS 전화를 해 봤더니 10일에 올 수 있다고. 10일! 10일이라니! 오늘이 1일인데! 이 일을 어쩌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근처에 AS 나온 분이 있다고 해서 방문, 인터넷 마비 1시간 30여분 만에 해결이 되었다. 10일은 뭐였지. 일단 먼 날짜로 부르고 보는 건가. 지하에 무슨 선을 건드려서 다시 작동한다는 걸 보니 어차피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거 같다.

3. 책이 힐링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아니 믿고 안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책이 왜 힐링이야. 힐링의 수단으로 쓴다고 해도 그런 면에서 책은 좀 비효율적인 게 아닐까. 

그렇다고 책이 정보 습득의 (유일한, 정통적인) 수단이라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다. 요즘 사이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 같은데 책 캠페인 같은 걸 보면 그 기반이 책을 봐야 공부, 정보를 얻는다 이런 식인 게 많다. 

책과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지하철에서 책을 안 본다는 게 굳이 개탄할 일인가 싶다. 지하철에서 뭔가 얻고 싶으면 그 환경과 장소에 맞는 매체를 활용하면 된다. 부피도 있고 무게도 있는 책이라는 매체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책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우선 그 압축성. 영상으로 1시간 동안 만들 거 글로는 10분 동안 읽을 부피 안에 다 넣을 수 있다. 물론 열심히 읽어야겠지. 또한 접근성. 이건 개방형 도서관의 장점이기도 한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야의 책에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이상한 문자, 이해할 수 없는 기호 등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면 그래도 책이 가장 빠르게 이해 비슷한 거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안 좋은 점은 보관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 전자책도 있다지만 350페이지 짜리 책에서 슈루룩 넘기며 265페이지 쯤에 있던 어렴풋이 기억나는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는 상황에서 물리적 책 만한 게 없다. 슈루룩이라는 건 정보 채널에서 매우 중요하다.

4. 사실 TV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건데 혼자 막 이것저것 하고 있고 멍하니 채널을 돌리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걸 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편향적이고 자기 완성적인 루트를 지워내고 머리 속에 자리를 잡고 있지 않은 방향을 채워나가는 데는 비록 우연에 기대기는 하지만 아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주문형 비디오나 OTT 같은 것들은 어떤 채널을 찾아내고 처음부터 보는 방식이다. 우연이 개입할 여지가 있긴 하지만 시간, 실수의 만회 등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확연히 줄어든다. 물론 TV는 중간에 보는 사람도 이해시킬 수 있는 방식을 띄고 있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건 그런 게 필요 없기 때문에 완성도는 더 높을 수 있긴 하다.

이런 문제로 맨 아는 것만 보게 되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의 의외의 것을 포함하는 정도의 측면에서 보자면 TV의 채널 슈루룩 돌리기 확률의 재현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시청 DB를 기반으로 했을 때 취향에 맞는 것과 전혀 의외의 것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가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5. 일견 예상하고 있었지만 오지 않았으면 했던 2021년의 고난이 시작되고 있다. 돈, 일, 프로젝트 모두에서 좋지 않은 일이 겹치고 있는데 잘 해결해 나가서 좋은 결과로 나아가면 좋겠다.

6.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 시리즈를 몇 편 봤다. 예전에 존 르 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BBC 드라마를 보면서 이건 스파이 물이라기 보다는 관료제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패트레이버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정교하진 않지만 꽤 시니컬하다. 다만 원래 시리즈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이 퇴물이 된 레이버 이야기를 아주 싫어한다는 듯.

절차, 평화, 부활

1. 국회 경고를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게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이게 국힘의 대통령 옹호, 탄핵 반대 논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아무튼 국회 표결에서 204표가 나와서 탄핵이 의결되었고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