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대한 변명만으로 시작해 놓는것도 이상해 이왕 써놓은거 옮겨놓는다.
1. (가정) 경제적, 정치적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기득권층은 절대 맨입으로 이것들을 내놓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화와 타협으로 노사 관계를 해결해 보자, 성장이 너희들을 가난에서 구원해줄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다오 따위 전부 다 헤게모니의 보존을 위한 기득권측의 전략적인 헛소리일 뿐이다 라는게 기본적인 믿음이다.
2. 헤게모니의 보존을 위해 피기득권층에게 압박할 수 있는 일관적인 카드는 연대를 방해하는 거다. 피기득권층 입장으로선 꼭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세 과시만 가지고도 제도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텐데, 그것마저 그들은 아까워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같은 처지에 있다라고 인식하지 못하면 이거 뭔가 잘못된거 아니냐라고 따질 힘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방해 공작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예를 들어 책 '슬럼'에서 제시한 미/유럽 쪽에서 아프리카/남미/동남아시아를 궁핍으로 몰아넣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엄두도 못내게한다 같은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언뜻 생각나는 예는 예전에 노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을때 등장한 구사대다. 소비적 마케팅 역시 비슷한 방법론에 속한다.
3. (정의) 아주 러프하게 기존 체제 친화적을 우파, 기존 체제 반항적을 좌파로 정의하자. 또는 성장론자를 우파, 분배론자를 좌파로 분리하는 방법도 있다. 무엇이든 상당히 둔하게 나누는 건데 일반적인 인식을 염두에 둔다.
4. 학생은 언제나 피기득권층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좌파적일 수 밖에 없다가 나의 기본적인 또 하나의 가정이었다. 피기득권층이기 때문에 기득권층에게 연대를 통한 세력의 과시, 혹은 제도 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졸업과 동시에 그대로 튼튼한 시스템의 착취 과정 속으로 빠져 들어갈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5. 그렇지만, 목격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충 IMF이후인 98학번 정도부터,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75년생 정도부터, 프랑스나 영국 등의 유럽도 비슷한 나이대 부터 급격히 우파화 되어가고 있다. 일반화는 언제나 리스크를 안고 가야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평균적(투표 결과의 양상, 여론 조사의 양상) 양상의 측면이다. 당연히 80년생 트로츠키 주의자가 어딘가 있다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6. 자, 왜 이런 일이 생긴걸까라는게 꽤 오랫동안 의문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의 가정 1번은 대체적으로 맞는거 같은데 4번이 틀렸기 때문이다.
7. 여기에 대해 세운 나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7-1. (가정) 학생은 언제나 선생에게 반항적이다 : 이건 경험에 의한거라 일반화 하기엔 문제가 있긴 한데 대충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7-2. 전쟁을 치룬 체제 옹호적 세력에게 68세대, 단카이세대, 베이비붐세대, 386세대는 교육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체제 반항적 세력이 되었다.
7-3. 68혁명, 우리의 전교조 등에 의해 선생 집단의 좌파적 성향이 예전에 비해 두드러졌다. (이 의견도 문제가 좀 있다)
7-4. 그러므로 그들로부터 교육 받은 그 아래 세대들이 우파적 경향을 가지게 되었다.
8. 뭐 이 정도다. 어차피 가설이고, 증명할 능력도 없으니 뭐 역시 학생은 선생에게 반항적인게 아닐까 정도 선에서 멈춰 있었다.
9. 미루고 미루던 우석훈 교수의 '88만원 세대'를 드디어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깝깝해져서 몇장 읽고 뒤적거리다 아주 재밌는 부분을 발견했다.
9-1. 자, 우석훈 교수의 의견이다. 약간 정리했고, 내용 설명을 위해 앞에걸 가져다 붙인 것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219페이지 이하를 참조.
체적인 담론의 구조만으로 본다면 전두환 세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는 X세대(70년대 초반생)와 386세대(보통 89학번까지로 본다) / 그리고 유신 세대가 대칭점을 형성하고 있다. 이 구도에서 민주:반민주, 한나라:반한나라, 호남:영남 같은 정치 마케팅 포인트가 등장한다.
이 구도에서 연대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20대는 결국 이 둘 중에서 어느 한편을 선택하거나 자신들에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을게 뻔한 이 게임에 참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이건 부모 세대인 유신 세대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선배 세대인 전두환 세대를 택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구호를 다 빼고 현실적인 경제 관계로만 분석한다면 지금의 20대는 유신 세대를 지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사무엘슨의 세대간 소득 이전 가설로 생각해본다면 부모 세대의 경제적 상황이 개선되는게 그나마 자신들에게 돌아올 게 있지 전두환 세대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봐야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10.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에 대해 마주친 최초의 이론적인 설명이다. 뭐랄까, 상당히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다. 언뜻 봐선 투박한 단어들로 모델링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굉장히 구조적인 느낌이 든다. 좀 더 다듬을 만한 구석이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일반화가 가능할지가 내가 지니고 있는 의문이다.
어쨋든 결국 공은 20대가 '연대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즉 IMF의 SAP로 돌아간다. 결국은 이게 만들어낸 문제점들을 현 시점 전혀 해결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게 지금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채(정확히는 마련할 생각도 없이, 더 정확히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라니 -_-) 질주만 하고 있다.
아마도 어딘가 모여 안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는 시점이 아마도 우리 사회가 실질적으로 다시 시작하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11. 나무가 많은 나라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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