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인 HHhH는 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라는 의미다. 이 책은 역사 소설이지만 역사 소설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역사 소설을 쓰려는 사람이 수집한 역사 자료를 산처럼 쌓아 놓고 그 속에서 소설을 써간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소설을 쓰려는 주인공이 자료를 구하고 쌓아 놓고 뒤적거리며 머리 속으로 장면을 상상하고 중얼거리는 걸 받아 적은 이야기다. 주인공인 소설가까지 픽션인가 아닌가 찾아봤는데 기본적으로 논픽션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논픽션인지 알 수는 없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이 분이 소설을 쓰는 "전문가"가 아님이 느껴진다(데뷔작이다). 자료의 홍수 속에서 쓸지 말지 고민하고 버리는 아이템을 아쉬워하며 그 자체로 살짝 써먹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역사적 사실이자 작품으로도 여러 번 다뤄진 소재가 조금은 신선하게 흘러간다. 즉 커다란 사건 뒤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야기들에 대해 각주를 붙이 듯 종종 깊게 파들어가기 때문에 배경의 이해가 용이하다. 소설 자체의 완성도라면 몰라도 분명 효율적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타입의 생동감이 있다.
이렇게만 전개되었으면 그렇구나... 할텐데 막판에 이르러 이 책은 다큐멘터리에서 소설로 완연하게 완성된다. 앞뒤의 약간 다른 전개 방식에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어쨌든 이건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이므로 그런 점에서 보자면 꽤 괜찮은 전략이다.
내용 중간에 꽤 비싼 레어 아이템을 놓고 책에 참고할 내용이 있을지 고민하며 살까 말까 고민하는 장면이 있는데(결국 구입한다) 비슷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왠지 이 주인공도 사정이 고만고만하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이 소설은 2010년에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고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화화도 되었다. 이제는 아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이었기 때문에 결국 히틀러가 신임 했던 대단히 다른 두 명의 인간 슈페어와 하이드리히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이상한 연말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
20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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