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딱히 요즘이라고 말 할 것도 없이 예전부터, 어느 교과서에 실린 시를 쓴 시인이 시험 문제를 다 틀렸다는 이야기가 자주 보이는데 그때 든 생각에 대한 약간의 오지랖질...
텍스트는 완성되어 저자를 벗어나는 순간 다른 맥락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심지어 그것이 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만약 시인이 저 문제에 대해 뚜렷이 의도한 바가 있게 썼는데 본인이 시험 문제에서 틀렸다면, 그건 시인이 본인이 정한 의도를 글로 실현해 내지 못했다는 뜻 밖에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약간 극단적인 예로, 어떤 화가가 컴퓨터를 그렸는데 사람들이 강아지라고 한다. 심지어 모두들 강아지라고 하고, 평범한 상황(이 문제는 아래 좀 더 다루자)에서 강아지로 보이는 게 확실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컴퓨터인가 강아지인가. (이건 사실 많은 논란이 생기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상황은 단지 그 화가는 컴퓨터를 그리는 데 실패했을 뿐인 상태다. 그러므로 만약 시험 문제에 나오면 답은 강아지가 될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번째는 '일반적' 이라는 게 무엇인가. 나는 이 일반적이라는 말이 어떤 시사점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60억의 취향에는 60억의 해석 방법이 따라온다. 프로메테우스를 본 사람과 '난 저게 재미없었었어 - 왜? - 그냥' 이라는 대화가 오고 갔다면 그 사람은 그냥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리할 능력이 없거나 -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좀 더 구조적으로 바라보면 어떤 통계치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그게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두번째는 저런 해석의 시험 문제가 어떻게 가능한 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이라는 개념과 궤를 함께 하고, 또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사고의 일률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화가가 컴퓨터를 그렸든, 강아지를 그렸든 사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퀴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게 컴퓨터인지, 강아지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고, 색감에 관심있는 사람은 저 컴퓨터인지 강아지인지 상관없지만 색 참 예쁘네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대도 anchor를 내릴 수가 없다. 극히 당면한 문제들과(어떻게 교육 과정이 만들어질 것인가, 이런 교육을 받은 세대는 어떤 사고를 하게 될 것인가) 마주치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 멈춰 자세히 바라봄이 불가능하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나는 미학과 교육학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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