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한창이다. 뭐 별로 상관 없지만. 집에 있다 보니 계속 뭔가 만들고, 치우고, 졸고, 만들고, 치우고, 자고를 반복한다. 만들고도 보람이 없고, 치우고도 별로 보람이 없기 때문에 5천원 내외면 사 먹는 게 훨씬 낫겠지만 집 근처엔 그런 것도 없고 무조건 버스 타고 나가야 해. 그래도 친절한 몇 귀인들의 도움으로 설 연휴 중 며칠은 바깥 밥을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덕분에 양미리 조림 같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것도 먹어볼 수 있었다.
저번에도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요리에는 역시 재능이 없다. 오뎅탕을 끓이는 이유는 오뎅을 그냥 먹으면 너무나 맛없기 때문에 여기서 '너무나'를 없애는 과정일 뿐이다. 재능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재료의 맛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인데 특히 국 요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예컨대 눈 앞에 팔팔 끓고 있는 냄비에 담긴 물에 다진 마늘을 넣으면, 국간장을 넣으면, 소금을 넣으면 어떤 맛으로 바뀌는 지 정확히 확신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 게다가 원래 국을 잘 안 먹기 때문에 어떤 지향하고 있는 맛이 없으므로 결론적으로 뭘 해도 시원찮은 게 나오게 된다. 그래서 맨날 물에 다시마, 대파, 양파 넣고 끓이다가 걸러내고 고추가루, 간장, 소금, 다진 마늘을 넣는 케이스러운 걸 기반으로 이것저것 넣어 먹게 된다. 맛 없어.
이렇게 부재한 재능에 비해 설거지 쪽은 여전히 좋아한다. 재능까지는 아닌데 여튼 좋아하므로 계속 한다. 설거지의 좋은 점은 일의 진도가 명확히, 매우 명확히 눈에 보인 다는 거다. 처음 싱크대에 쌓여 있는 괴물체를 보며 견적과 일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도 재미있고, 싱크대를 여건에 맞게 활용하는 것도 재미있고, 마지막에 깨끗하게 드러난 스댕 싱크대를 보는 재미도 있다. 종종 귀찮은 꺼리가 발생하는 청소에 비해(특히 정전기가 잘 나는 빗자루는 정말 귀찮아서 청소 시작의 의욕을 떨어트린다) 매우 단순한 점도 좋다.
요즘엔 고무 장갑도 사용하고 있는데 태화는 너무 비싸고 홈플러스 좋은 상품 버전(베이식스 버전과 400원 차이난다) 정도가 괜찮다. 이마트 오이스터는 색이 예쁜데 홈플 좋은 버전보다 500원이 더 비싸서 베이식스와는 900원이나 차이가 난다. 순서대로 1500, 1900, 2400원. 태화는 2700원인가... 정말 소문과 전통과 가격처럼 좋은 건지 궁금하긴 한데...
그건 그렇고 씨스타 쇼타임 보는데 저 싱크대 수도 꼭지 맘에 든다.
201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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