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9

2012년 결산

트위터에 보니까 2012년 결산들을 많이 하길래 해본다. 나는 트위터리안이 아니라 블로거니까 여기에다가... -_- 뭐 이것저것 듣고, 보고, 읽고 한 거 같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지리멸렬, 지지부진이었다. 그러므로 올해의 OOO은 뽑을 여력이 없다. 인섹타 에렉투스 한글판이 있었다면 혹시 그걸 골랐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는 한다. 어쨌듯.

2012-12-29 11.45.41

2012년의 나는 대략 이런 모습... 과연 화살을 빼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일어날 마음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일어난 다면 저 앞의 적군을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에도 일어나야 하는 것인가 등등등.

오래간 만에

TV를 보다가, 카라가 나오길래 좀 보다가, 인터넷을 좀 뒤적거리다가, 이윽고 유튜브에 이르러 뒤적뒤적거리며 유튜브만 한 두 시간 본 거 같다. recomme머리가 마치 하이퍼 상태에 빠진 듯 이상하다.

여하튼 그러던 중에 요즘 모닝구 무스메는 뭐하나(가끔 한국도 오고 그러던데) 싶어 찾아보고 이상한 비디오를 잠깐 봤다. youtu.be/uE7HQ3uivcE 2012년 12월 21일에 올라온 Help Me!라는 건데 여자 아이돌 그룹임에도 카메라가 모두 고정 롱샷. 얼굴도 하나도 안 보이고, 동작도 어떤 면에선 스모같고 어쨌든 과감하고 진취적이고 놀랍다.

 

그러다 찾아본 2004년 영상. 이 바로 전(그러니까 야스다랑 낫치가 있을 때)과 위 동영상 시절의 멤버가 가장 익숙하다. 2004년이라고 하니까 꽤 먼거 같은데... 그것 참 세월이란. 저 위에서만 쯔지, 카오리, 후지모토, 야구치, 카고가 결혼을 했다.

미치시게랑 다나카는 지금도 저걸 하고 있고, 잘 안보이지만 처음에 올린 동영상에도 나온다(미치시게는 잘 안보이는데 다나카는 알겠다). 일본에서도 그 사이 AKB48에다가 카라니 소녀시대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고보면 2004년에도 저렇게 버스에서 춤을 추고 우타방과 헤이헤이헤이에 나오던 저 둘은 참 걸그룹 산전수전 다 겪어왔겠다.

워낙 어릴 때 데뷔해서 그렇지 나이는 소녀시대, 원더걸스와 비슷한 또래다. 사실 팬이라고 하기는 그렇고(일단 곡들이 영... -_-), 우타방을 워낙 열심히 보다 보니 - 당시 최전성기라 정말 자주 나왔다 - 멤버를 다 알게 되었는데 여전히 이렇게들 살고 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 모양이고. 그것 참.

20121228

꿈, 헌재

1. 꿈을 꿨다. 서울역에서 부산에 가는 왕복표를 끊어야 했는데 가는 건 KTX로, 오는 건 고속버스로 끊었다. 서울역이라고 했지만 아스팔트가 야트막한 언덕을 이루며 깔려 있는 게 예전 부산역, 혹은 진해역 같았다. 어쨌든 기차, 고속버스 표를 약간 떨어진 두 매표소에서 살 수 있었는데 6시 15분에 고속버스 표는 샀지만 시간이 남는다고 여유를 부리다보니 KTX는 6시 30분에 6시 30분 출발표를 물어보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다음 표는 언제냐고 물어봤더니 4시, 5시 이런 꽤 떨어진 시간대만 이야기해 줬다. 이 일을 어떻하지 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건 없냐고 다그쳤더니 그제서야 6시 50분 차가 있다고 말해주는 거다. 뭐냐 하고 있다가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났다. 기차를 탈 수 있었는데 아쉽다.

 

2. 헌재가 전자팔찌(발찌던가?)의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예상할 수 있는 판결이었는데 헌재는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닌 이상 명단 공개라든가 하는 것들은 시종일관 벌이 아닌 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형벌의 소급적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하나 이 제도의 이익과 범죄자의 불이익 상 비례에서도 괜찮다고 봤다.

이 제도가 제어하는 범죄의 특징 상 많은 시민들의 동의를 쉽게 얻어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국가에 의한 자유의 제약은 가능한 한정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조금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도 좀 더 명확히 규정해 국가가 요령껏 피해갈 방법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이 아니지만 형벌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 방식이 좀 더 늘어나며 소급적용 금지나 이중처벌의 금지 같은 기본 원칙을 마음대로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강력 범죄나 성범죄에나 적용되지만 헌재의 이번 합헌 결정으로 볼 때 다른 종류에 비슷한 방식이 만들어져도 피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같은 기본적인 권리도 마구 흔들리는 판국에 이런 것들이 하나씩 흔들려간다고 좋을 일이 없다.

이런 걸 보면 발끈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혹시 몰라 말하지만 처벌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형법을 세세하게 조절하고 건들 생각을 하지 않으니 꼼수만 늘어난다. 이 덕분에 파워가 센 사람은 피할 방법이 늘어나고, 힘이 없는 사람은 여러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 벌을 확정하는 곳은 일단은 법원이어야 한다.

살짝 공지

요즘 다들 연말 용돈벌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여기도 저기도 스팸 댓글이 너무 달려서, Anonymous에서 오픈 ID 포함한 Registered 유저로 1단계 더 제한합니다.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댓글 따위는 안 달리니 별 상관은 없겠지만요... -_- 이건 어디 신고할 곳도 없고 득되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스팸 따위.

손이 시렵다

1. 손이 시려워서 장갑을 끼고 타이핑하는 연습을 해봤으나 실패했다.

2. 최근 3일간 줄창 퍼퓸을 듣고 있다. Game, JPN, Love the World, Spending all my time 등등의 풀 음반. 가끔 지겨우면 우타다 히카루의 에반게리온 Q 삽입곡 Sakura Nagashi를 듣는다. 이건 두 곡(하나는 같은 곡의 instrumental) 밖에 안 된다.

사쿠라 나가시는 아이튠스 미국 스토어에서 보니까 Utada Hikaru - Sakura Nagashi로 되어 있다. 처음 아이튠스를 쓸 때는 宇多田ヒカル - 桜流し 이런 식으로 썼었는데 못 알아먹는 글자가 많고 왠일인지 일본어는 한글 제목 음악하고 순서가 섞이길래 지금은 Utada Hikaru(宇多田ヒカル) - Sakura Nagashi(桜流し)라고 태그 정리를 해 놓는다.

그런데 문득 미국 스토어 표기법을 보니까 모두 저렇게 고치고 싶어졌다. 다 고칠까? 했지만 J Pop이라고 장르 분류된 곡이 1,800곡. 귀찮아졌다. 하지만 만약에 Match를 등록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여하튼 장르를 J-Pop으로 할까, J Pop으로 할까 이따위 고민은 이제 그만 하면서 살려고.

3. 아이튠스에서 itunes DJ가 없어진 건 누가 뭐래도 짜증난다.

4. 이틀 연속 둥지냉면 비빔을 먹었다. 정말 맛있다! 오늘은 낮에 한 번 떠들었으니까 이만.

20121227

12월 27일

1. 또 이런 날짜가 오고야 말았다. 이제 곧 2013년.

 

2. 요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runkeeper(링크)에서 runtastic(링크)으로 갈아탔다는 거. 딱히 큰 이유는 없는데 runtastic에서 situps Pro(링크)가 무료로 풀리길래 함께 해보자 싶어서 바꿨다. 동생아, 혹시 이걸 보거든 runtastic으로 오려무나.

runtastic은 free버전과 pro버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pro가 꽤 자주 무료로 풀리기 때문에 free를 쓰다가 pro로 바꿔타면 된다.

기능 자체는 고만고만한데 runtastic에 불만이 하나 있다면 pause를 눌렀을 때의 모습이 상당히 애매해서 이게 정말 pause인지 고민하게 된다는 점(카테고리상 운동을 끝냄과 같은 지점으로 내려간다).

 

3. 이외에 freemyapps를 나름 열심히 하고 있어서(링크) 앱스토어 잔액이 남아 돈다. 10불 기프트카드 팔아서 생계에 보탬이나 되어 볼까 했지만 그런 것도 귀찮고, 다 그냥 내 앱스토어에 채우고 있다.

여하튼 앱 별로 살 것도 없고, 게임도 안하고 그래서 잡지나 사볼까 했지만 대부분 패드에 특화되어 있고 아이폰용으로 나와있는 것중에 쓸만한 건(정확히 말하자면 볼 수 있는 건) Dazed & Confused for iphone 정도 밖에 없다. 뉴요커도 보기엔 괜찮은데 뉴욕 사람도 아니고.

여하튼 역시 패드가 필요하다.

 

4. 재미가 잘 못 붙어서 체력도 별로인 주제에 등산은 역시 겨울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겨울 등산의 재미는 평범한 산도 난이도가 확 뛴다는 거, 덥지 않다는 거, 내가 아키라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든다는 거 등등 되겠다. 다른 계절에 올라가면 일단 절박함이 없어서 재미가 너무 없고 더워서 지치는 게 싫다. 결론은 추위는 싫지만 겨울산은 좋음.

과정을 보자면 : 어제 runtastic에서 나온 다른 앱이 뭐 있나 하고 봤더니 mountain bike pro라는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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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을 자전거로!라는 생각에 확 꽃혀서 또 막 예티나 스코트 자전거같은 거 검색하고, 오래간 만에 와일드바이크 사이트도 가보고, 유튜브 뒤적거리고 뭐 그랬다.

훌륭하다. 하지만 차와 좋은 산악 자전거가 없으면 역시 힘들겠다. 집 자전거로 인도 내려가다가 바퀴 휜 경험이 있어서 아는데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가는 아마 통으로 가라앉을 듯. 그래도 가고 싶다! 오늘은 노고산이라도 올라가야지.

 

5. 어제 평양 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냉면은 겨울 음식이기도 하고, 또 어제 날씨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트위터에 계속 평양 냉면 이야기가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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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거지라 아쉬운대로 집에 들어가는 길에 둥지 냉면을 구입했다. 평양 냉면을 먹고 싶었지만 둥지는 역시 비빔이다. 몇 개 들어있는 북어포와의 조합이 매우 훌륭하다.

 

6. 김&홍 사무실에서 회의할 때 항상 부러워했는데 저번주에 ㅇㅈ씨에게 출처를 물어 알아냈다. 승리의 다이소. 그래서 어제 신촌역 다이소 매장에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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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가 한 가지 밖에 없어서 김&홍 사무실에 있는 거랑 똑같은 거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거 살 때가 아니라 빨리 금연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좋긴 좋더라.

20121226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를 읽다

이 블로그의 태그를 읽다와 보다로 분리해 놨는데 만화책은 읽는 건지 보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책이니 읽다라고 해야겠지.

살아있는 목, 파란 말, 살육시집, 밤의 물고기,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까지 총 다섯 권이다. 딱히 Vol같은 건 적혀 있지 않은데 이야기들이 조금씩 쌓이기 때문에 순서대로 보는 게 좋다. 여하튼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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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왠지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 책을 보다가 든 생각인데, 인섹타 에렉투스가 한글로 나왔으면 좋겠다.

20121225

또 이것저것 듣다

1. 올 봄에 나온 SEOUL SEOUL SEOUL을 뒤늦게 들었다. 총 27곡. CD에는 히든이 하나 들어있나 본데 음원 구입이라 없다. 주제가 있을 지 몰라도 품고 있는 종류의 레인지가 좀 많이 넓어서 멍하니 듣고 있으면 좀 왔다갔다 한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이런 종류의 컴필이 그러하듯 나같은 사람에게는 인덱스로서의 기능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

2. 키카와 유의 One for You와 Vocalist? 를 들었다. 하로프로에서 솔로로 독립해 작년에 싱글을 냈었는데 올해 들어 1월과 11월 두 장의 정규 음반을 냈다. 왜 이러지? 싶은 행보가 아닐 수 없는데 두 장 총 26곡에 걸쳐 혼자 하면서도 위에 들었던 서울 컴필레이션 만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퍼퓸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는 곡이 몇 있는데 그것들은 나름 재미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음악, 연기, 생긴 것, 캐릭터) 애매한 게 사실이다.

3. 트램폴린의 첫번째 음반 Trampauline을 듣다. 하도 세월도 시절도 나도 우중충해서 아이튠스를 뒤적거리다가 이건 어떨까 싶어서 쭉 들었는데 요즘 같은 기분에 나쁘지 않다.

4. White, 뮤직뱅크. 하지만 사실 요 며칠 가장 많이 들은 곡은 뮤직뱅크에서 94년 스페셜로 소현, 설리, 크리스탈, 지영, 수지가 함께 부른 White다. 강지영한테 레드 립스틱을 자꾸 바르게 시키는 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안 어울리지 않나.

5. OneTuner Pro라는 아이폰용 라디오 앱이 무료로 풀렸길래 다운받았다. 인터넷 라디오 앱이 여러가지 있는 거 같은데 잘 모른 채 뒤적거리다 받은 거라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는 지도 모르겠는데 여하튼 꽤 편하고 좋다.

신기한 기능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트위터 타임라인을 읽어주는 기능. 한글도 지원하는데 한글로 해 놓으면 영어를 못 읽고, 영어로 해 놓으면 한글을 못 읽는다. 성능이 알아들을 정도로 좋은 건 아닌데 그래도 밤에 누워서 틀어놓으면 대충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트위터에서 만들어 놓은 리스트만 읽어주게 하는 기능을 넣어달라고 제작사에 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이 오긴 했다. 넣어줬으면 좋겠다.

여하튼 거기에서 K Pop 라디오를 멍하니 듣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보라 목소리가 틀림없는 심각한 노래가 나오길래 찾아봤다. 용감한 녀석들의 '멀어진다'라는 곡이다. 교회 성가대에서 갈고 닦인 매우 익숙한 발성톤. 하지만 이 심플함과 전형성에 잠시라도 마음이 편하다.

20121223

일요일이네

초기 마야는 단기력, 장기력 두 가지 다른 시간 측정 체계를 사용했다. 짧은 주기는 촐킨이라는 주기에서 유래되었다. 촐킨은 마야 이전에 존재했던 올멕 문명에서 왔다고 한다. 복잡한 계산법들이 있는데 그런 건 위키피디아 마야 캘린더 항목(링크)을 참조하시라.

최종적으로

1킨 = 1일
1위날 = 20일
1툰 = 360일
1카툰 = 7200일
1박툰 = 144,000일
1픽툰 = 2,880,000일
1카랍툰 = 57,6000,000일
1킨칠툰 = 1,152,000,000일
1 아라우툰 = 23,040,000,000일

이다. 이 아래에 아하우, 쿰쿠 등의 시간 단위가 또 있다고 한다. 전부 20주기인데(즉 20카랍툰이 지나면 1킨칠툰이다) 1툰만 18위날로 되어 있다.

원래는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데 계산을 위해 이걸 점으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0.0.0.1.5라고 적혀 있으면(숫자가 아니라 상형자로 되어 있다) 1위날에 5킨이므로 25다. 이걸 학자들이 연구를 했는데 0.0.0.0.0이 기원전 3114년 8월 9일이라는 걸 알아냈다. 어떻게 계산했는지는 난 모르고.

박툰은 144,000일로 되어 있는데 태양력으로 394.26이다. 마야 문명이 존재했던 시기는 8에서 9박툰 사이였고 며칠 전까지 13박툰이었다. 지금이 마야 시간대로 22일이므로 14박툰의 첫번째 날이고 표시하자면 14.0.0.0.1이다.

이게 종말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하나의 박툰이 생명 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한 박툰이 지나갔으니 이제 새로운 것들이 지구를 지배할 것이다라는 발상이다. 세기력을 사용하는 문화권에서 1999년이 지나면 세상이 멸망할 것이다와 거의 비슷한 발상이다. 인간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살던 분명 생각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

20박툰이 다 지나고 나서 찾아오는 새로운 픽툰은 4772년 8월 13일이다. 2760년 뒤인데 그때가 어떤 모습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 만큼 전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자면 BC 748년.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차이만큼 또 벌어져있겠지.

그 즈음에 무슨 일이 있었나 역시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니 BC 748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고 BC 747에는 나보나사라는 분이 바빌로니아의 왕이 되었고, 멜레스라는 분은 리디아의 왕이 되었고, 이집트에선 이집트 3기가 끝나며 누비안 피리어드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름 격변기였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 초기였다.

과테말라 등 오지에서는 지금도 이 달력을 쓰고 있다고 한다. 즉 그들에게 어제는 밀레니엄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함께 14박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문득 초콜렛이 너무 먹고 싶어져 편의점에 다녀온 나는 이러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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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2

일반론

사람들은 모두 생각이 다르다.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이익, 각자의 생각들이 점점 더 무르익고, 지식이 축적되고, 노하우를 전승하게 되면서 이런 다른 생각들은 공통 분모를 거의 찾을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어쨌든 세계의 흐름을 견주어보며 자신의 생각을 견고하게 한다.

물론 생각없이 편견과 아집으로 세상을 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인권은 있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형법상 불법(말을 안 듣는다고 때린다든가, 감금한다든가)만 아니면 괜찮다.

세계관이라는 것은 개인이 펼쳐놓은 장이다. 그걸 설득이나 논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건 나이브하다. 이것은 마치 종교나 취향과 같다. 불교 신자가 설득으로 기독교 인을 개종시킬 수 있는가. 짜장면을 선호하는 사람이 짬뽕 선호자를 설득으로 돌려 놓을 수 있는가. 둘 다 쉽지 않은 일이고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세상에 필요한 것은 불교 신자와 기독교 신자가 각자 사는 방법, 짜장면 선호자와 짬뽕 선호자가 각자 사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가 있다. 즉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다 같이 사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딜이다. 정치적인 문제에 토론이 존재하는 이유도, 논쟁이 존재하는 이유도 딜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다. 내가 여기는 양보 못하는데 그러니 저건 주겠다. 너도 그리해라. 물론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어서 누군가는 짜장면도 짬뽕도 다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걸 조절하는 게 일단은 현대 정치가 할 일이다.

내가 믿는 게 옳은 데 다 같이 망하면 어떻하냐고 라고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게 옳다고 해도 할 수 없다. 같이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회사와 나라가 다른 점은 회사는 일을 못하는 사람을 쫓아내야 하지만, 나라는 무능력한 사람을 보호해 줘야 한다는 거다. 작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필 여기서 태어났지만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 콩고에서 태어나 10살에 민병대에 끌려가 폭탄을 짊어지고 사는 경우도 있고, 뉴욕에서 재산이 1조 쯤 있는 사람 애로 태어나 10살에 보유 재산이 1000억 쯤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간극에 대한 건 한 나라의 컨센서스가 아니라 전 세계의 컨센서스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물론 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라면 그렇지 않다. 마그나카르타가 1689년이고, 미국 권리 장전이 1789년이다. 뭐든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이건 적어도 300년 씩은 걸리는 일이고 그걸 30년에 해냈어!라고 좋아해 봐야 별 볼일 없다. 제도가 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채 이식만 한다고 그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남들은 무식해서 300년 씩 걸렸던 게 아니다.

여하튼 자신의 권리 수호를 위해서는 남의 권리도 수호해 줘야 한다. 지금 맞서 싸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배제의 논리다.

참호에 갇힌 제1차 세계대전을 읽다

몇 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존 엘리스라는 멘체스터 대학 군사학 교수로 있고, 주로 전쟁사를 연구하는 분이 썼다.

1. 요새 카게무샤도 그렇고 전쟁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접하고 있다. 나름 균형을 잡겠다는 목적도 있고, 요즘 기분이 이 정도로 답답한 게 아니면 잘 안 읽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세기말 아니 박툰말이기도 하고. 여하튼 13박툰인가가 끝나고 우리는 마야인들은 모르는 시공간에 접어 들었다.

2. 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안와서 아이폰 블로거 앱을 들고 쓰고 있다. 쿼티 자판은 쓴 지 2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잘 못친다. 그리고 이 앱이 자꾸 쓴 걸 삼켜버려서 이것도 없어질까 싶다. 그렇게 사라진 글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3. 자, 이제 전쟁. 2차대전은 그래도 보고 들은 게 좀 있는데 1차대전은 잘 모른다. 1차대전의 한심한 점은 무기는 현대전인데 전술은 근대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막 발명된 기관총을 앞에 두고 허허벌판 초원에서 돌격 앞으로~가 반복된다. 그걸 4년 쯤 했나보다.

카게무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런 게 나온다. 오다 노부나가의 군대가 방어막을 세우고 조총으로 지키고 있는데 다케다 신겐의 아들이 그 사지에 자기 군대를 밀어 넣고 결국 사람이고 말이고 다 죽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다 노부나가의 군대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아 전투에 참가한 인원 중 반은 살아 남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벨기에부터 쭉 아래로 길게 대치하고 있던 연합군과 독일군은 돌아가면서 다케다 신겐의 아들같은 짓을 한다. 기계는 정신을 이길 수 없다는 근대 군사학의 가르침 덕분이다. 이것은 어떤 점에서는 맞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틀리다. 그게 다라면 아마도 북한은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거다.

여하튼 존 엘리스는 이 전쟁을 전략, 보급, 후방, 전투, 후생 등으로 나눠 하나하나 분석한다. 들춰볼 수록 어이가 없는 현실 천지지만 그래도 이 전쟁은 역사적 사실이고, 목숨을 걸고 참전한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여기서 쌓인 노하우와 반성이 2차대전에서 더 많은 사람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인상적인 것 첫번째는 전투의 장소. 이 대치 지점은 하나같이 진흙밭이었다. 기관총에 맞서 참호를 파야했고, 그 안에서는 계속 물이 나왔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적진을 향해 뛰어가다 진흙늪에 빠져 죽은 사람도 널려있다.

군대 훈련하면서 바깥에서 며칠 만 지내도 온 사방에 불편한 게 천지인데 저런 전장에서 4년이 넘게 전쟁이 계속 되었다니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 그런 만큼 온갖 전염병 - 쥐, 이, 말똥, 시체, 파리가 만드는 - 이 번진 기록이 있다. 지저분한 환경이 수많은 환자를 양산했지만 의외로 전염병에 의한 사망률은 높지 않았다.

또 하나는 돌격 앞으로. 카게무샤에서 다케다 신겐의 군사와 같은 입장이다.

상상을 해보자. 적진과 우리 진지는 4~5km를 사이에 두고 참호 안에 매복 중이다. 양쪽 다 포와 기관총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계속 대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대치점 여기 저기에서 쉬지 않고 돌격 앞으로가 행해진다. 물론 가끔 적진을 빼앗기도 하고, 뺐기기도 한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명령이 떨어지면 진흙 투성이에 폭탄이 만든 물구덩이와 거기 빠져 죽은 시체가 널려있는 평지를, 날아오는 폭탄과 기관총을 피해가며 4km를 뛰어가서 그걸 쏘고 있는 적을 잡아야 한다. 총과 대포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지금은 참호 아래다. 올라갈 준비를 하고 명령을 기다린다. 이게 끝나고 용케 살아 남으면 다음에 또 똑같은 걸 한다. 그렇게 4년.

명령을 기다리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집? 가족? 살아야 겠다는 욕구? 적을 무찌르겠다는 다짐?

이 부분에 대해 꽤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다들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고, 가장 가까운 건 적을 무찌르겠다는 일종의 전우애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죽는 거야 뭐, 라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옆에 있는 놈도 뛰는데 같이 가자 같은 전우애도 함께 발생한다.

긴장감은 참호 아래에서 대기할 때 극도에 달하다가 막상 올라가면 풀린다고 한다. 혼란의 와중에 쉼없이 여러가지 판단(생사가 오고 가는)을 하다보면 흥분하게 되고, 그러므로 긴장이 약해진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면 무슨 생각이 들까. 신에게의 감사 기도? 아니면 가족들에게 안위를 전할 역심? 그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부족한 잠을 자든가, 배고파서 밥을 먹었다고 한다.

훨씬 낮은 강도의 스트레스겠지만 군대 가기 전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어떻게 되려나 하는 점이었다. 결론은 적어도 내 자신은 일차적인 욕구, 즉 졸림과 배고픔에 끊임없는 지배를 받았다. 거의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고 뭔가 보고 싶다거나, 어디 가고 싶다거나 하는 것도 사라졌다. 여자를 중심으로 한 사람에 관련된 것도 한창 힘들 때는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자고, 먹고 싶을 뿐.

결국 본능은 일단 제 몸 사는 게 먼저고, 그 다음은 번식이고, 그 다음에 가서야 조금 더 복잡한 즐거움이군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1차대전 참전 병사들의 행동 패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런 게 극대화된 상태다. 무아의 지경은 저렇게 찾아온다. 그러고 보니 인도에서 부처가 되겠다고 갖은 방식으로 제 몸을 박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4. 내세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아마도 죽음을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죽음을 인식해야하는 기관이 죽기 때문이다. 벌판을 뛰어가고 있다가 옆에 폭탄이 떨어지는 걸 보고, 쾅 소리가 들리고(들릴까?), 그 다음은 무다. 즉 아마도 그는 자기가 죽은 걸 모를 것이다.

따지고 보면 늙고 병들어 죽는 때도 마찬가지다. 아프다, 힘들다 하다가 무. 총에 맞아 죽는 것도, 텔 아비브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것도, 맨하탄을 걷다가 고층 건물에
비행기가 와서 박히는 것도, 사고로 죽는 것도 그렇다. 교수형을 당하는 사람은 유일하게 자기가 언제 죽는 지 정확한 날짜을 아는 사람이지만 그 역시 죽는 순간은 아마 캐치하지 못할 거다.

또 군 이야기를 하자면(전쟁 관련된 걸 많이 보고 있다니까...) 잘못 터진 크레모어에 팔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를 의무병이었던 후배에게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있던 부대는 아니었고.

여튼 위력 시범을 보이는 거였는데 시범탄이 터지지 않았고, 왜 저러냐 하고 병사 한 명이 다가가는 동안에 터졌다고 한다.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 그 병사는 뛰어가다가 갑자기 너무 졸려서 누워서 잤다고 한다. 폭발-팔이 사라짐/큰 출혈-졸림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잠에서 깨어난 다음엔 거대한 고통이 찾아왔겠지만 죽은 사람들은 그 부분이 없다. 졸리네 하고 끝이다.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아마 굉장한 아픔에 시달리다 어느 순간 끝날 거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총상에 내장이 빠져나왔던 병사가 그런 식으로 죽었다. 이 책에 보면 부상당한 배를 꼭 붙잡고 병원에 와서 팔을 내렸더니 장이 쏟아지더라 하는 실화도 있었다.

다 떠나서 죽는 순간을 본인이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그래도 나름 괜찮은 거 같기도 하다. 아이폰으로 쓴 거라 순서 등이 엉망이지만 대충 읽으세요.

20121220

어제를 기록해 놓는다

저번 회의 때 같이 모여서 개표나 봅시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혼자서 보는 게 나을 지, 같이 보는 게 나을 지 명확히 감이 잡히진 않았지만 여하튼 결국은 5시 40분에 을지로에 갔다.

상상의 무게가 더 큰 경우가 있고, 현실의 무게가 더 큰 경우가 있다. 상상이 더 큰 경우는 현실이 되었을 때 생각보다는 별로다 하고 실망하게 되고, 현실이 더 큰 경우는 상상으로는 여러 대책들을 마련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게 된다. 그러하다.

6시 정각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고 웃고 떠들며 먹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걸 기록해 놓으려고 한다.


하얼빈 맥주가 5병, 호세 쿠엘보 이스페셜 데킬라, 비잔, 헨드릭스 진이 한 병씩, 그리고 화이트 와인 두 병이 있었다. 헨드릭스 진은 처음 마셔봤는데 좋은 술이다. 진은 원래 약으로 쓰려고 만들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초에 딥소스를 찍어 먹고, 머쉬멜로우를 먹다가 - 맥도날드 프렌치프라이 8개 - 족발 대자 - 오구반점 만두 2 - 명동교자 만두 2 - 피자 1판, 샐러드 1 - 굽네 치킨 한 마리 - 도루묵 8마리 - 귤을 먹었다.

도루묵을 처음 먹어봤다. 상당히 희안한 음식이다. 하지만 맛있다.


TV에서 확정을 알리고 당선자가 자택에서 나와서 여의도로 가는 모습을 보다가 광화문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도 가보자 하고 각자 주머니에 데킬라와 와인, 진을 넣고 청계천을 따라 동화 면세점까지 올라갔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TV에서 봤던 승합차와 경찰 오토바이, 그 뒤를 따르는 취재단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서 사람들을 봤다. 옆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데 합창단이 아리랑을 부르길래 우리는 진을 마시며 춤을 췄다. 지하철 막차 시간을 알아보가 나는 나왔고 남은 몇 명은 청진옥에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하지만 지하철은 휴일 운행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고 끊겨 버렸다. 그래서 273 버스를 타고 고려대학교 앞에서 163번을 갈아타 집으로 왔다. 273도 막차였고, 이 두 버스는 고려대학교 앞에서 단 한 번 마주치고, 163번도 막차여서 꽤 긴장했지만 여하튼 잘 들어왔다.
이러한 날이었다.


아, 선거 이야기도 좀 해야지. 나는 꾸준히 투표하는 당, 혹은 어떤 줄기가 있다. 이제 와서는 왜 그러고 있는 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그러하다. (매우 희망적인 견해로 '당분간은') 만약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된다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피자를 한 판씩 쏘겠다라고 공언을 한다 해도, 그럼에도 내가 만 원 밖에 가진 게 없어도, 크게 걱정될 건 없다고 보면 되는 그런 상황이다.

오늘 결과는 물론 그것과는 약간 다른 문제다.

20121217

카게무샤를 보다

밤에 카게무샤를 봤다. 원래는 일렉트로 룩스를 보려고 했는데 10분 쯤 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난데없이 이런 대작으로 바뀌었다. 사실 왕자와 공주, 리플리 같은 대놓고 속이는 영화를 잘 못보는 편이라(민망하고 불안하다..) 카게무샤는 많이 본 편은 아니다. 그래도 나카다이 다쓰야가 중간에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하는 부분은 좀 좋아한다.

란의 리허설 격으로 알려진 영화고 그래서인지 전투 장면도, 영화의 박력도, 카게뮤샤가 나중에 미쳐가는 부분도 란에 비해 어딘가 좀 더 소박하다. 란에서 나카다이 다쓰야가 맡았던 히데토라가 막판에 미쳐가는 부분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물론 이쪽의 미묘한 움직임을 더 좋아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므로 란보다는 카게무샤라고 누군가 말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다. 중간에 나오는 노 공연 장면도 이 쪽이 훨씬 멋지다. 줄거리만 어떻게 좀 됐으면 나도 카게무샤를 더 많이 보고 좋아했을 거 같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말은 불쌍하다. 아키라 감독은 저승에서 말들에게 혼이 좀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영화를 보다보니 꿈이 보고 싶어졌다. 꿈은 마지막으로 본 게 15년 쯤 지난 거 같은데 조난당했을 때 유령 몰려오는 장면이 아직도 머리를 떠돈다. 이 장면은 머리 속에 콱 박혀 있어서 훈련소에서 겨울에 야간 보초 설 때도, 눈이 가득한 사람 거의 없는 산을 등산할 때도, 밤 중에 국립 수목원 산 속 깊숙히 자리한 숲속의 집 앞에서 담배를 피며 하늘을 바라볼 때도 그 장면이 떠오른다.

비슷한 상황에 떠오르는 게 하나 더 있는데 시마다 마사히코 소설 중에 산 등산하는 장면이다. 소설 제목은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사실 이 두 장면 다 처음 보고 다시 찾지 않고 있는데 그래서 머리 속에 관념적으로 더 박혀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뭐든 머리 속에서 재 생산되는 게 더 인상적이고 더 집요하다.

업데이트하고 나면 사라질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꿈은 슬슬 다시 보고 싶다. 하지만 그건 디비디도 안 가지고 있고.. ㅜㅜ

20121216

Enron 다큐멘터리를 보다

영화의 정확한 제목은 엔론,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 2005년에 만들어졌다. 머리가 답답해서 보기 시작했다.

1. 엔론 상층부의 리스크 테이킹이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짐작컨데 전혀 리스크 관리가 없었던 거 같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이런 저돌적인 타입이 빠르고 크게 성장하는 게 맞고 크기의 차이만 있지 경영인이라면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엔론의 저 사람들 정도라면 어느 정도는 타고 난 성격이 아닐까 싶다. 훈련으로 완성될 경지가 아니다.

격한 자기 믿음. 물론 이런 저돌성과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전혀 달라서 그 이후 능력에 따라 자기 부대원을 몰살시킬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대승을 거둘 수도 있다. 여하튼 매우 인상적이다.

2. 다큐에 나오는 경영인, 언론인, 애널리스트 등에서 느끼는 건데 웃는 타이밍이 이해가 안 간다. 아주 이상한 지점에서 파안 대소를 하는데 언어 탓일지 아니면 저 사람이 들어가 있던 상황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탓일지 모르겠지만 나와 완전히 다른 사고 방식 위에 놓여져 있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3. 개인적으로 기업의 제무재표를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비전이나 사업 영역이니, 경영진의 면모니,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니 여러가지가 있지만 뭐든 제무재표에 들어가 있다.

만약에 조작을 하면 어딘가 흔적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통계를 보는 것도 그렇지만 숫자의 움직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움직임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정하고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숫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이걸(숫자 움직임의 이상한 점 파악)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잘 포착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기업 분석, 크게는 거시 분석에 요구되는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름 이것저것 보고 하는데 아직은 택도 없는 듯. 역시 더 공부하는 것만이 갈 길인가.

20121215

2012년도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새해를 맞이하야, 뭔가 바꾸면 식상하니까 이제 슬슬 약간 다른 마음가짐을 기본 장착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금연을 할까 말까 그걸 아직 결정 못했다. 일장일단의 차이가 너무나 크고 거대해 하찮은 인간으로서 한 쪽을 결정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건 그렇고 아이폰에서 쓸 괜찮은 메모장 앱을 찾고 있는데(신속하고 쉽게 뭔가 기록 + 신속하고 쉽게 찾아내기라는 불가능의 영역에 가장 근접한 어떤 것) 아직 못 찾았다. 아이폰 메모장이 좋기는 한데 이것도 지금은 너무 뭘 많이 넣어놔서 북적거린다.

에버노트는 이번 업그레이드 후 '쓰기' 보다는 '보기'로 포커스가 바뀌어서 불편하다. 그걸 떠나 지금 나의 에버노트 계정은 개비지, 스래쉬, 케이어스, 혼돈 그 자체고 거기다 대고 뭐만 보이면 또 막 쳐 넣고 있어서 안에 뭐가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뭐든지 다 있지만, 사실 손 안에는 아무 것도 없는 총류로서의 인터넷과 비슷해지고 있다.

무인양품 노트북은 왜 3.99불이나 하는 지 모르겠고, 몰스킨 노트북은 왜 38.4MB나 하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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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 앱인데.. 이건 재미로 꾸미기엔 좋을 지 몰라도 -_-

토요일

1. 무슨 일인지 두통이 너무 심하다. 이런 두통은 오래간 만이다. 신선한 공기가 도움이 될까 싶어 산책을 했다.

2012-12-15 16.14.19 2012-12-15 15.50.05 2012-12-15 16.07.16

돌아다니다 보니 등산가고 싶네. 이왕이면 눈이 펑펑오는 날. 언제 봉화산이나 노고산이라도 가야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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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업데이트를 하면서 아이콘이 이렇게 변했다. 더 단순해지고, 더 평면적이 되었고, 하지만 더 정교해졌다. 노키아 쓸 때 이런 분위기의 테마 아이콘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20121213

또 어제, 아니 오늘 새벽

1. 저번에 말했던 1차 대전 책을 계속 읽고 있다. 대충 이 책의 글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는 참호와 추위(혹은 더위), 진흙, 수렁, 습기, 쥐, 시체, 파리, 이, 기관총, 냄새, 졸림(과 피곤함)이 아주 아주 많고, 서로 얽힘 정도로 요약된다.

생각해보면 파리와 쥐가 살지 못할 정도로 극한 환경이 아니면(그런 곳은 사람도 더 살기 어렵겠지만) 보병 전투가 벌어지는 대부분의 지역이 이 지경일 것이다.

 

2. 이렇게 지저분하게 극한 지역 이야기도 있지만 또 다른 것으로 겨울의 산행 같은 게 있다. 어제 트위터에서 미시령 이야기를 잠깐 하면서 생각났다. 이 역시 매우 짜증나는데 온 고생해서 들어갈 땐 짜증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면 지나치게 멋지다. 눈이 가득 쌓여있고 한치 앞이 안보이다가 저녁이 들어 개기 시작하고 가리왕산이나 용대, 추전역이나 승부역 같은 곳에서 밤 하늘을 쳐다보면 보이는 내리 쏟아질 듯한 별들이나, 그 하얗고 차가운 공기 같은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다. 당장 가지도 못하는 데 어제 그런 생각을 좀 하다가 보니 짜증이 났다.

 

3. 앱스토어에 드디어 구글 맵이 올라왔다. 저번에도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애플 내장 맵에 딱히 큰 반감은 없다. 예전 노키아 맵은 아예 검색 자체가 안 됐는데(...ㅜㅜ) 애플 맵은 은근히 POI(Point Of Interest)가 많이 들어있어서 지도로는 안 보여도 검색하면 나오는 게 많다. 대중 교통 검색이 문제인데 그런 건 애초에 버스는 서울시에서 내놓은 버스앱과 지하철 앱을 사용하고 있다.

여하튼 지도에 스트리트 뷰나, 3D나, 지나치게 자세한 것들이 들어가는 현상을 그다지 반기지는 않는다. 데스크탑으로 볼 때는 심심풀이도 되니까 좋은 데 스마트폰으로 볼 때 아, 이 정교함을 보라 하며 뿌듯해 할 목적이 아니라면(그런 걸로 뿌듯해 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그렇게까지 현실을 그대로 집어넣은 지도가 있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강원도 인제나 횡성 어디 산간에서 막 눈이 오기 시작하는 거 같으니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어디 큰 도시로 빠져나가야 할 위기를 살짝 느낄 때 빨리 뜨고, 검색할 때 버벅거리지 않고, 눈으로 보기에 엉망으로 왜곡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포인트를 정확히 찍어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도다. 즉 가는 길 사이에 있는 터닝 포인트를 잘 알려주는 게, 지금 바로 옆에 보이는 나무나 건물이 이 지도에 들어가 있나하는 자기 완성적 욕구보다 훨씬 중요하다. 지금 이 자리가 어딘지 시각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모든 배치되어 있는 사물들이 지도에 들어가야만 해~ 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독도법 방법 강좌를 지도에 같이 넣어주는 게 더 낫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함. 일단 전혀 쓰잘 데 없는 기능들로 덧칠되어 있어 느려지는 게 짜증날 뿐이다.

 

4. 혼자 다니니까 민감해지는 부분이 있다. 그 중에, 저번에도 말한 적 있지만, 여러 칸이 비어있는 공공 화장실에서 굳이 옆 칸에 들어오는 자, 식당에서 건너편 테이블 마주하는 자리에 앉는 자, 텅 비어있는 6호선 지하철에서 굳이 옆자리에 앉는 자 뭐 이런 사람들이 아주 싫다.

만약에 목적이 있다면(남의 배변 소리를 듣거나 들려주고 싶어하는 변태 뭐 이런 것들일테니) 싫고, 목적이 없이 무심한 거라면 그 무심함이 싫다. 그런 무심함은 싫음을 넘어서 사실 좀 무섭다. 개인적으로는 저런 상태라면 정신에 약간은 문제가 있을 거라 가정을 하고, 혹시나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니 기회가 된다면 자리를 피하는 편이다. 죽어도 그런 놈들 칼에 찔려 죽긴 싫다.

20121212

어제

1. 어제는 집에 있으면서 이것 저것 할 일을 했다. 그러면서 트위터같은 걸 틈틈히 보다가 오피스텔 사건이 눈에 걸리길래 유스트림(끊기면 유튜브)으로 중계를 틀어놨다.

여하튼 악성 댓글을 다는 일 같은 것도 내가 하는 것과 국정원 직원이 하는 건 전혀 다르다. 참고로 헌법 제 7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는 여러 하위법에서 구체화되어 있는데 국가공무원법과 국가정보원법이 약간 차이가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 65조

①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②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다음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2. 서명 운동을 기도(企圖)·주재(主宰)하거나 권유하는 것
3. 문서나 도서를 공공시설 등에 게시하거나 게시하게 하는 것
4. 기부금을 모집 또는 모집하게 하거나, 공공자금을 이용 또는 이용하게 하는 것
5. 타인에게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게 하거나 가입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③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에게 제1항과 제2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3항 외에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가정보원법 제 9조
① 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서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1.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2. 그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3.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위하여 기부금 모집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의 자금을 이용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행위
4.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관련 대책회의에 관여하는 행위
5. 소속 직원이나 다른 공무원에 대하여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그 행위와 관련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거나 이를 약속 또는 고지(告知)하는 행위



이번 일이 야당의 주장대로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국가정보원법 제 9조 2항 2에 적시되어 있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벌칙 규정이 같은 법 제 18조에 나와있는데
① 제9조를 위반하여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 제1항에 규정된 죄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지금도 진행 중인) 어제 사건의 경우 문제가 몇 가지 있는데 우선 혐의가 확실하지 않다.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현행범은 아니다. 이럴 경우 보통이라면 증거인멸의 우려에 따른 행정상 즉시 강제가 가능할 텐데 하지 않았다. 사실 만약에 따고 들어갔다가 별 볼일 없으면 선거가 코 앞인 상황에서 뭐가 어떻게 튈 지 모르기 때문에 고려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가고, 재판에 들어가고, 이 부분의 불법성을 문제삼아 헌재까지 가도,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인정은 될 거 같은데(그 직원이 거기에 살고 있는 지 어떻게 알아 냈냐는 별론으로 하고)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경찰의 마구잡이 밀어 닥치기는 계속 문제가 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이 매우 많다. 약간 이상적으로 생각하건데 이건 경찰이라는 국가 권력을 매우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사건을 통해 즉시강제의 가타부타가 문제가 아니라 '증거인멸의 우려'같은 경찰이 즉시강제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점을 좀 더 명백하게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이슈가 이런 부분에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선거가 코 앞이라 역시 그건 안 될 거 같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의 역사가 보여주지만 불법 행위의 판결과 선거의 향방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는 한데 같은 방향은 아니다. 이걸 가지고 뭘 어떻게 하느냐는 어쩔 수 없는 전략 싸움이다. 뭐 이런 건 어찌 진행될 지 내가 알 수 없는 일이고.



하지만 어제 보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국정원 직원이 위기에 처해 가족을 찾았다는 점. 이게 실재라고 해도 웃기고, 일부의 소문대로 혹시나 공작이라고 해도 웃긴다.


2.는 귀찮으니까 다음에.

20121210

과식

1. 어제는 이것 저것 먹었다. 약간 산뜻한 식당에서 곱창을 먹었고, 양밥을 먹었고, 그 다음 자리를 옮겨 문어, 오뎅, 맷돼지, 시샤모, 닭꼬치 등등을 먹었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건 문어다. 문어, 맛있다 문어.

2. 요즘 식생활이 매우 불규칙하다. 매우의 수준을 뛰어 넘어있는 것 같다. 새벽 3시쯤 극심하게 배가 고프기도 하고, 아침 9시에 아무 것도 먹은 게 없는 데 배가 불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 때나 배가 고프고, 아무 때나 화장실에 가고 뭐 그러하다.

3. 이번 주는 매우 바쁘고, 조급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1차 대전에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발란스를 잡기에는 이런 엉뚱한 책이 좀 좋다. 전쟁사 책을 읽을 때면 거대한 작전과 전략, 전술의 와중에 개인이 어떤 상태로 임하고 있었나, 하는 점에 관심이 좀 간다. 2차 대전은 연구도 많이 진행되어 있고, 본 책도 나름 되고, 등장하는 물자나 행동 방식도 현대 한국군 후방 부대의 모습과 아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위대한 지렛대 원리) 그나마 상상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하지만 1차 대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냥 현대전의 초기 모습이고, 프랑스 국경 지대에서 영-프 연합군과 독일군이 지지리게 대치하다가, 결국 독일이 크게 망했고, 너무 망해서 나치가 등장하게 되었다 정도의 개괄만 알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4년 간의 국경 대치에 대해 꽤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도 그 진흙탕 속에 병사들의 모습이라니, 갑갑해진다.

4. 모로호시 만화도 세 권 빌려왔다. 

5. 여하튼 이번 주는 좀 바쁘다.

20121206

하산 - 두만강

프레시안에 실린 '동방특급열차'라는 책에 대한 소개(링크)를 열심히 읽었다. 김정일이 러시아를 기차로 방문했을 때 그와 함께 24일인가 기차 여행을 한 보리소비치 풀리코프스키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앞에 보니 김정일은 북한에서 러시아로 기차로 들어가고, 그러면 반드시 두만강 역에서 하산 역을 지나치게 되어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와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TSR)은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하는데 북한에서 연결되는 부분에 역이 더 있나보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좀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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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러시아 국경 지대다. 구글 지도에서 한반도 오른쪽 위를 자세히 쳐다보면 나온다.

아래에 보면 맨스 라군이라는 낯선 이름이 있다. 호수인데 라군(Lagoon)은 석호(바닷가에서 사주(砂洲), 평행사도(平行砂島) 또는 산호초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어 있는 비교적 낮고 잔잔한 물이 채워진 호수라는 뜻이다. 블루 라군할 때 그 라군이다.

보면 알겠지만 중국 땅이 두만강을 따라 매우 좁지만 중간 중간 뭉텅이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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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이런 모습이다. 두만강 너머 농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토가 갈려있는데 저런 식으로 땅을 차지한 어떤 사연이 있을 거 같다. 중국인이 예전에 국경 그어질 때 눌러 앉아 있었던 걸까. 위쪽 뭉텅이에는 별 게 없는데, A189도로 왼쪽 호수 옆에 있는 아래쪽 더 큰 뭉텅이에는 건물도 있고, 집도 있다.

A189가 끝나는 부분에 하산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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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구름이 꼈는지 좀 흐리게 보인다. 삼각형으로 줄이 그어져 있는데 위쪽 삼각형은 중국 땅이다. 이 철로가 북한-러시아를 잇는 유일한 교량이다. A189 도로가 오른쪽에서 끊겨 있는데 나중에 북한-러시아 도로가 연결된다면 저 길을 이용하게 되겠지.

여하튼 저 철교는 이름이 친선교, 영어로 'friendship-bridge'다. 1959년 8월 9일 개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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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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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은 여기(링크), 여기(링크)에서 재인용.

 

이 두가지 링크 중에 두번째가 재미있다.

5

이런 기차를 타고 저 다리를 건넌 저 분의 블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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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이렇게 닫혀 있다. 나진-선봉 지구에 들어가려면 아마도 저 기차길을 이용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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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는 자가 많은 나라의 국경이니까 이런 경고문도 붙어있다. 이 두 사진 역시 위에서 말한 블로그에서.

 

여하튼 이 다리를 건너 조금만 더 가면 두만강 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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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라고 핀이 달려있는 부분이 두만강 역이다.

역시 위 블로그의 다른 페이지(링크)에 가보면 북한 두만강 쪽 국경통행검사소 통과할 때 여권에 찍히는 도장의 모습과, 북한 비자, 그리고 두만강 역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블로그 아래 부분에 Continue를 눌러대다보면 평양 역까지 간이역, 열차, 역, 농촌, 강가 등 열차 안에서 사진을 참 열심히 찍어왔다.

20121205

몇가지 사소한 이야기

며칠 전 이야기한 고독한 미식가 책 맨 뒤에 보면 작가가 쓴 짧은 글이 하나 들어있다. 이 글이 문득 다시 생각났는데

1. 일본 맛집 다큐나, 아니면 일본에 가서 보면 혼자 밥먹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서 나처럼 혼자 밥 먹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입장에서는 그 편의성 같은 게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 의하면 '혼자 식당에 들어가는 일'은 그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 거 같다. 망설이고, 고민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먹는 다는 뜻이다. 미국은 어떨 지 모르겠다. 그쪽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할 거 같기도 하고, 인간이란 역시 외로움을 타는 존재들인가 싶기도 하고.

물론 여러 사람들하고 같이 먹는 게 즐겁기는 하지만 혼자 먹는 재미도 좀 있다. 난 혼자 밥을 먹을 때는 스마트폰도 TV도 거의 안 보고 밥에 집중하는 편이다. 밥을 '음미'까지는 그렇고 밥과 가벼운 '대화' 정도 한다고 할까.. 여하튼 집중하면서 사소한 반찬의 맛을 찬찬히 느낄 수 있는 점은 나름 괜찮다. 이제 습관이 되서 그런지 혼자 먹는 다고 굳이 허겁지겁 먹지는 않는 편이다.

단점은 아무래도 한정적인 식당 선택지를 가지게 되는 점은 좋지 않다. 어지간하면 그냥 들어가도 괜찮은 데, 혼자 가기엔 살짝 곤란해 보이는 곳들도 분명 많이 있다.

그래도 뭐, 백반 반찬이 맛있어 봤자지 사람하고 떠들고 웃으며 먹는 게 더 좋기는 하겠지만.

2. 또 하나는 문을 박차고 식당에 들어가 '영감, 밥 줘!"라고 소리치고 싶다는 부분이다. 이런 마쵸 동경은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나기는 하는데, 소심한 문단을 이어가다가 이런 말이 나오면 그 갭을 보다 크게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식당에 터프하게 들어가고 싶다거나 하는 욕구는 별로 없는 편이다. 예전에 '무사'의 나라여서 그런지 종종 이런 동경을 만나게 된다. 마루야마 겐지처럼 이상하고 어설프게 삐툴어진 경우도 있고, 빙빙 돌려서 아주 메타하게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3.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평소에 로켓독을 사용하고 있는데 항상 미니멀-흑백 아이콘만 써왔다. 하도 심심해서 몇 가지를 원래 아이콘으로 돌려봤다.

dock

흠. 뭐 이런 분위기.

간만에 꿈을 꿨다. 그러므로 기록해 본다.

한국이었고, 나는 '남쪽 정부' 소속이었고(이건 어제 리양의 토론이 생각나서 그냥 붙인 거) 전쟁이 났다. 하지만 전쟁은 전면전까진 아니고 전방의 어느 섹터 안에서만, 하지만 매우 크게 났다. 동원령이 비밀리에 선포되서 개별 징집이 되고 있었고, 몇몇 부대가 그쪽으로 이동을 했고 많은 시민들이 그걸 목격했지만 양쪽 정부 모두 전쟁이 났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여하튼 전쟁이 난 섹터 안에서는 전투가 계속되고 양쪽 정부 모두 계속 전력을 그 안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서울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지만 흉흉한 소문이 퍼지고 있었고, 정부는 루머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징집되어 버스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강원도 산길에 접어들면서 버스 창 옆으로 이동하는 탱크들과 완전 군장을 바리바리 두른 병사들의 긴 줄이 보였다. 무엇보다 추웠다. 겨울에 전쟁을 일으키다니 생각이 있는거냐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다가올 운명에 다들 깝깝해 하고 있었지만 뭐 원래 인생은 그런 것이다.

몇 십년 평화롭게 살았으면 그것도 나름 복인게지. 적어도 10살에 폭탄을 몸에 두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도 모른채 시내 건물 사이에서 터지거나, 8살에 AK텐 같은 걸 들고 침팬지가 쳐다보고 있는 정글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지뢰를 밟는 운명을 겪을 나이는 지났으니까. 이제는 그런 일이 있어도 피난 가다가 블라 블라... 가 되는 상황이다.

뭐 이런 내용. 전장까지는 가지 않았고, 일어나서 밖을 보니 이미 해는 떴지만 눈이 온다는 예보와 다르게 하늘이 뿌옇기만 했다. 눈이 오기 직전 특유의 옅은 브라운 톤 공기. 카메라 플러스에서 Color Dodge와 Vibrant를 잘 섞으면 아무리 맑은 날씨도 그 비슷하게 된다.

여하튼 창문을 닫고 밥을 먹고 책을 읽다가 사람들의 목소리에 창을 열어보니 눈이 한가득 내리고 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옥상에 잠시 다녀왔고, 어제 꿈을 기억 위로 다시 떠올려봤다. 눈이 싫고, 겨울이 정말 왔다는 느낌이 싫고, 올해가 끝난다는 느낌도 싫고, 이렇게 집에 가만히 있는 상황도 싫다.

20121204

영화 Rogue Trader를 보다

영국의 Barings 뱅크를 망하게 한 장본인으로 여겨지는 트레이더 닉 리슨을 다룬 영화. 영화로서의 가치보다는 다큐 비슷한 역사적 사실을 다시 보는 가치가 더 큰 영화다.

닉 리슨을 다룬 영화는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이번에 본 Rogue Trader로 1996년에 닉 리슨이 쓴 책을 바탕으로 1999년에 개봉했다. 이완 맥그리거와 안나 프리엘이 나온다. 또 하나는 1996년에 아담 커티스가 만든 25 Million 파운드라는 다큐멘터리다.

깡통 계좌를 돌리고 하다가 8억 파운드 정도 손해를 봐서 베어링스가 그걸 메꾸지 못해 부도가 난 사건인데 줄거리야 뭐 영화를 보면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있으니 보면 된다.

감정적으로 보면 트레이더 한 명 때문에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하나가 망해버렸다! 가 되겠지만 1) 일이 저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은행이 그때까지 잘도 살아남아 있었다라는 생각과 2) 뭔가 너무 쉽게 풀리는 게(이 모든 게 닉 리슨의 책임이다) 배후에 다른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도 좀 생긴다. 여하튼 닉 리슨 사건 이후 트레이딩 감독에 대한 법이 많이 수정 보완되었다고 한다.

닉 리슨은 어떻게 되었나 찾아보니 : 일단 그는 6년 6개월 형을 받고 싱가폴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암 진단을 받고 1999년에 조기 석방되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위 영화의 바탕이 된 책 Rogue Trader를 썼다. 이 책에 대해 뉴욕 타임즈는 "dreary한 책이지만 트레이더를 하는 사람, 특히 트레이더를 감독하는 사람은 꼭 봐야 한다"는 서평을 썼다.

출소 후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다. 거기서 2005년 Galway 유나이티드 풋볼 클럽의 마케팅 매니저 같은 걸 하다가 2005년에는 General Manager를 거쳐 2007년 이 클럽의 CEO가 되었다. 2011년에 은퇴해 여전히 클럽의 이사진이기는 한데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자기 돈으로 주식 거래는 지금도 하고 있단다.

트위터도 하고 있다. https://twitter.com/TheNickLeeson 프로필에 Former Barings Trader라고 적혀있다. 뭐 잘 살고 있는 듯.

20121203

고독한 미식가를 읽다

만화책 고독한 미식가를 봤다. 다니구치 지로 지음,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박정임 옮김, 이숲 comics, 2010. 원작은 1997년에 나왔나보다. 1권짜리다.

TV 시리즈로 1편을 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약간 다르다. TV 시리즈는 규격화되어 있는 배치(에피소드 - 약간 짜증/별 생각 없음 - 배고파! - 와구와구 - 다음엔 뭘 먹자)가 꽤나 독특한 리듬을 만든다. 한마디로 좀 웃긴다고나 할까, 정말 생각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먹방이다.

책의 경우엔 구조 자체는 비슷한데 좀 더 휙휙 지나간다. 주인공의 인상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상상되는 공간의 모습도 다르다. 역시 음식의 컬러풀한 모습이나 쩝쩝거리는 소리같은 게 들어가진 못하고 뭐든 맛있게 먹는 방송과 다르게 투덜거리는 횟수가 꽤 많다.

여하튼 볼 수록 정말 뭐랄까... 만성 불임같은 여운의 만화다.

두통, 공습, 직감

1. 주말에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월요일이 되니 비가 내린다.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어. 오늘은 왠지 머리가 아파서 집에서 일하는 중. 하지만 졸리다. 2.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다. 드론과 미사일을 상당히 많이 날렸고 대부분 요격되었다.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