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30

20120430 꿈

꿈을 열심히 포스팅하는 게 옳은 일인가, 잘 모르겠다. 저번 꿈은 전주 기차와 중국 지하철이었다. 이중 전주 지하철은 머리 속에서 금방 사라졌는데 중국 지하철은 깊게 인상이 남아있다.

http://macrostars.blogspot.com/2012/04/20120403.html

그 꿈의 주요 소재는 외국과 난감함이었다. 이번도 비슷하다. 새벽 3시에 뭘 좀 더 할까 하다가, 아냐 피곤해 한 다음 오래간 만에 아주 빠르게 잠 들었다. 그 와중에 꾼 꿈이다. 이런 식의 생활 패턴이 만들어 낸 피곤함은 단잠을 자게 만들지만 이렇게 쌓인 피로감은 어지간해선 풀리지 않게 된다. 문제.

어쨋든 이번에는 한 3만원인가 가지고 있었는데 누가 왕복 도쿄 항공권을 줬다. 결국 도쿄에 도착. 갈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도착해서 잠 문제를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면서도 그다지 할 수 있는 게 없어 패스트푸드 점에 가서 뭔가 마셨다. 그런데 자리에 갤럭시 탭 커다란 게 하나 놓여있어서 이건 뭐냐 하고 있다가, 어떻게 했는 지는 모르겠는데 주인을 찾아줬다. 그 주인께서는 무명으로 만든 에코백을 들고 있었음. 그러고나서 번화가에서 앵벌이를 해볼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아마 이건 전날 봤던 '앵벌이 체험에 나선 PD'인가하는 뉴스 때문인 듯, 그 피디는 한 시간 정도 했는데 사람들이 2만원 넘게 돈을 주고 갔다고). 어쨋든 잠잘 방법이 없어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집에 갈까 이러다 깨어났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인상은 고마워하던 갤럭시 탭의 에코백 양과, 이건 어떻하냐 하는 그 '난감함'이다. 고마움을 받는 건 참 좋고, 난감함은 참 싫다.

20120429

딱히 할 말이 없는데 중얼중얼거리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다. 이럴 때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 정상인의 삶이라면 이런 경우 애인과 함께 깡통 맥주나 마시면서 실실대며 코미디를 보는 정도가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중얼중얼거린다.

어쩌다가 로라이즈에 매우 오랜 시간 머물렀다. 꽤 피곤해서 중간에 잠깐 잠도 들고, 급기야 핫식스도 마셨는데 몽롱한 피곤이 몸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이유 중에는 어제 3시간 정도 밖에 못 잔 것과 낮에 계속 떠든 것도 포함될 것이다. 어쨋든 단편선과 무키무키만만수의 이번 음반 중 몇 곡을 들었고 그 후 스템보이스, 자이언트 베어, 베가스, 병1신들 공연을 차례대로 봤다. 음반은 가능하면 건조한 사운드 시스템으로 다시 들어보고 싶다.

치즈케익 같은 게 꽤 먹고 싶다. 가장 합리적이고 가능한 루트는 홈플러스에 가서 사 오는 것. 그러고보니 홈플러스에서 밥을 열심히 먹어서 한끼 얻어먹을 것도 있다. 세상 어딘가 내 밥이 한 그릇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스타벅스 커피도 한 잔 있다. 역시 기쁘다.

20120428

20120428

1. 토요일이다. 무척 더웠다. 오전 11시에 나갔다가 오후 5시에 귀가하기는 했는데 이동 거리가 꽤 되기는 했지만 거의 집에 있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기와집 순두부에 갔는데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2. '건축학개론', '은교'가 전혀 궁금하지 않다. 주변에 본 사람들이 많아서 꽤 많은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디워' 나왔을 때 대했던 심정과 비슷하다. 당시에 꽤 시끄러웠었는데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할 이야기도 없었다. 지금은 '디워'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라 하면 아주 약간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건축학개론과 은교도 그런 식으로 궁금함이 생기게 될 지도 모른다.

3. 아트 선재에서 하는 '중간인' 포스터하고 홍상수 새 영화인가 스냅 사진하고 머리에서 섞였다.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의아한 건 아트 선재 앞에 커다랗게 붙어있던 '중간인' 포스터는 웹 상에서 찾을 수가 없다는 거다. 헛 것을 본건가 싶어 다시 가볼까 했는데 귀찮아져서 관뒀다.

4. 동생이 올리는 제주도 이야기가 꽤 재미있다.

5. 공각기동대 극장판 이노센스를 몇 번 시도했는데 못 봤었다. 어제 그거나 볼까 싶어서 어둠의 던전에서 구해 맛동산을 풀어놓고, 음료수도 좀 던져놓고, 쿠션을 등에 베고, 강아지는 옆에서 자며 평화롭게 보기 시작했는데 딱 중간에서 멈췄다. 아무래도 이 놈하고는 연이 안 닿는 듯. 염가 DVD가 눈에 쏙 들어오면 기쁘겠다고 생각했는데 후배가 자기 있다고 가져 가란다. 그런데 언제 가져오냐.

6. 리트윗 되는 거에 많이 민감하지는 않지만, 어제 맛동산 3일 연속 먹고 입에 피났다는 이야기를 쓴게 꽤 많이 리트윗된 건 좀 신기했다.

7. 愛が足りない分を食事で補おうとするらしい。이런 이야기.

8. 피자가 너무 너무 먹고 싶다. 기프티콘 이벤트에 계속 응모하는데(-_-) 그런 운은 정말 없는 듯.

9. 화장품 리뷰 사이트 뷰티피디아 한국판(http://www.beautypedia.kr) 꽤 재미있기는 한데 DB가 아직은 좀 작다. 토너는 폴라스 초이스, 클렌저는 키엘의 울트라 페이스 클렌저, 핸드 크림은 세인트 아이브스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읽다가 보니까 폴라스 초이스의 토너(2가지가 있고, 각각 건/중/지 이렇게 나뉜다)가 궁금해졌다.

20120426

20120426

1. 며칠 전 친구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기억을 되살려보면 '내가 요즘 뭐 하고 있는 건지를 모르겠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 뭐 그렇다고.

2. 세수할 때 쓰는 클렌징 폼이 떨어졌는데 홈플에서 1+1 행사하길래 사왔다. 두 개 해서 4,800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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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성/지성/민감성 그리고 뭐 또 하나 있었는데 기억 안난다. 이런 선택은 아무래도 리스크를 안아야 되기 때문에 민감성으로. 용기의 부실함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다. 스킨도 사야했는데 가처분 소득의 리밋으로 일단 후퇴. 남는 스킨 있으신 분~~~ ㅠㅠ

3. Fruit & Fibre라는 콘플레이크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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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있으면 꽤 오래 먹을 수 있길래 별 생각없이 구입. 다만 테스코 콘플레이크에 들어있는 건과일은 우유 넣어봐야 계속 딱딱하게 굳어있다. 이런 게 계속 팔리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잘게 썰어 넣으라고!

4. 비가 그치고 나니 공기가 무척 맑다. 뒷 산에 올라갔는데 바람이 많이 분 덕분에 축축했지만 산뜻했다. 입지 조건이 좋지 않아 저번 주 벚꽃을 열지 못한 애들이 오늘 햇빛에 만개했다. 대대손손 살겠다고... 짠하다.

5. 메츠가 초반 반짝하더니 차곡차곡 패를 쌓고 있다. 현재 10승 8패인가. 야구와 축구 스코어를 체크하고, 버라이어티를 안 보면 삶이 뭔가 건전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6. 날씨 탓인지(핑계다) 생활 리듬이 이상하다. 오전 11시, 오후 6시에 미칠 듯이 졸리다.

7. 만사 뜻대로 안 되는 건 정말 수가 없다.

20120425

20120425 음악, 산책

1. KARA의 Speed Up / Girls Power (スピード アップ / ガールズ パワー) 싱글을 들었다. 이건 타이틀 이름 그대로인 두 곡에다가 인스트루먼틀로 같은 트랙이 두 곡 해서 4곡이 들어있는 싱글이다. 2012년 3월 말인가에 나왔다. 궁금하면 그냥 유투브에서 두 곡 찾아 들어도 된다.

요즘 일본에서 카라의 방향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슈퍼 걸, 드리밍 걸, 걸스 비 앰비셔스, 스피드 업, 걸스 파워 같은 제목에서 보듯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과 공감하고 호소하는 가사, 또 하나는 스텝, 고고 섬머, 드리밍 걸 등에서 보이는 스피디하고 신나게 질주하는 듯한 음악 풍이다.

이와는 별도로 이 싱글은 두 곡 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꽤 흥미롭다. 잘난 척도 없고, 음악이 어쩌고 하는 사명감도 없고, 폼을 잡는 것도 없고, 딱히 노래를 별나게 잘 할 생각도 없고, 뭔가 대중 음악 안에서 활로를 개척하며 새로운 포지셔닝을 만들어 내거나, 아이돌 음악의 한계를 뛰어넘는 특별한 음악적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포부도 없다.

그저 가감없는 '걸그룹' 그 자체다.

사실 이런 건 현재 스코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팬티도 보여주고, 신기한 옷도 입고, 따라하기 어려운 복잡한 춤도 추고, 고음도 내뱉는 등등 다들 드샌 이미지의 새로 나온 걸그룹이 이런 이미지를 들고 나와봐야 묻히기 마련이다.

물론 카라가 일본에서 미스터만큼 큰 성과를 얻은 곡은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고, 하지만 이렇게 본연에 충실하면서도 그 간의 경력만큼 어설프지 않게 탄탄하게 전개되는 걸그룹 노래는 꽤나 오래간 만에 들어서인지 오히려 반갑고 맘도 편하다.

2. 오래간 만에 친구를 만나 삼청동에 다녀왔다. 좀 폐를 끼친 기분이지만 그런 생각은 안 하기로 했다. 친구가 그런 거지 뭐. 너무 막 생각하는 것도 그렇지만, 너무 이것 저것 고민하는 것도 그렇다. 이외에, 약간 궁금했지만 그간 소스가 없어 조사할 수 없었던 몇몇 내부적인 이야기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나도 요즘 어지간히 처지고 있지만 그 쪽도 꽤 지쳐보여서 안타까웠다. 내가 그 업종을 부러워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여하튼 이런 지친 영혼들이라니. 언제나 생각하지만 내가 알고 아끼는 사람들이 모두들 잘 되면 좋겠다.

3. 또 일본 친구 하나가 트위터를 시작해서 멘션을 몇 개 주고 받았다. 내 일본어는 여전히 엉성하기 그지 없는데, 그 쪽은 그래도 간단한 한글 문장도 막 쓰고 그러는 걸 보고 좀 놀랐다. 뭘 해도 남는 게 좀 있어야 되는데 일본 음악, 일본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면 뭐해.

4. 차인표-이효리로 이어지는 힐링 캠프에 대한 반응이 무척 좋던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긴가민가 하며 약간 답답해 했던 껄끄러운 부분에 대해 역시 그렇구나하는 확신이 들어 결론적으로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약간만 심각해지면 우중충한 음악틀면서 클로즈업 하는 건 우결이나 그여자작사그남자작곡(이건 뭐라고 줄이냐, 너무 길다) 같은 것들보다 더 오그라든다.

5. 네이버 뮤직에서 에프엑스의 NU ABO 싱글을 다시 쭉 들었다. 그 이후 음반들은 너무 많이 들어서 좀 지겨운데 모르는 곡들도 있고 그래서인지 신선한게 꽤 괜찮았다. 급 더워진 날씨랑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잘은 모르겠지만 다음달 정도로 예정되어 있는 새 음반은 어랏? 하는 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6. SM 소시의 새로운 유닛 태티서는 펑키 타운 풍 음악을 선보인다고. 태+티는 케이팝스타에 백아연하고 같이 노래 불렀는데 역시 출전한 아마츄어랑 비교는 불가할 정도로 잘 하긴 잘 하는데, 방송에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건 처음 봤다.

20120423

20120423

1. 쇼 음악중심을 봤다.

눈에 띄는 건 우선 Andamiro의 '말고'. 네이버 뮤직 신곡을 뒤적거리다가 보고 어, 미료가 신곡을 또 냈나? 했다가 자세히 봤더니 안다미로길래 뭘까하고 그냥 지나갔는데 음악중심에 나왔다. 피처링 양동근. 안다미로라는 가수는 잘 모르겠는데 여튼 꽤 굉장한 의상을 입고(프린트 전신 타이즈), 꽤 열심히 춤을 춘다. 연습의 결과겠지만 여튼 무척이나 즐거워보이는 표정이길래 같이 즐거워졌다. 곡은 비지스 풍의 디스코.

또 하나는 배치기의 신곡 '두마리'. 힙합일 줄 알았는데 뿅뿅 사운드의 디스코. 날이 따뜻해지면서 다시 펑키 타운의 시대.

그리고 요새 신곡들에 브라스 사운드가 늘어난 듯이 들리는데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2. 일요일 저녁, 후배 집에서 뒹굴며 케이팝스타도 봤다. 백아연이 적어도 오피셜 방송이 끝나는 순간까지는 울지 않는 걸 보면서 그의 강한 멘탈을 다시 느꼈다. 그렇지만 엔터테이너가 되려면 가끔씩은 약한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너무 강하면 욕을 먹고, 너무 약하면 지루해하거나 괴롭힌다.

그걸 잘 조절하는 사람이 어지간한 잘못도 용서되는 호감형 연예인에 등극하는 듯. 최종 2인 안에는 들어갈 줄 알았는데 못 가서 조금 아쉽지만, 어쨋든 처음 봤을 때부터 응원했던 보람이 있다. 부디 승승장구하시길.

3. 역시 같은 자리에서 개콘도 봤다. 개콘은 여전히 포인트를 잘 모르겠다. 여튼 꺾기도를 보는데 김준호가 너무 즐거워 보여서 재미있었다.

4.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를 봤다. 아주 가까운 과거를 다룬 영화들은(못봤지만 건축학 개론도 그렇고) 역시 짠한 데가 있다. 그걸 본 다음 날에 요즘 수사 중인 룸싸롱 대부와 관련된 신문 기사를 읽었는데, 같은 사회에서 25년 정도 지난 사건이 보여주는 구조의 동일성이 주는 짠한 것이 또 있었다.

5. 단편선 앤 더 오케스트라를 실황은 아니고 유투브로 봤다. 재미있다. 말했듯 라이브보다는 스튜디오 반에 훨씬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 음반으로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데 지금은 형편이 안되고(-_-)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 아래는 링크, 30분 정도.

http://www.youtube.com/watch?v=vaZ-GqmZx8Y

6. 교양인 출판사 이슈. 굳이 트위터가 아니라도 작은 회사에서는 이것보다 더 웃긴 일들이 많이 일어나므로(내가 다녔던 어떤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누군가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했고 그 글이 인기도 많았다, 이 사회 어딘가, 누군가는 매일이 코미디 시트콤이다) 이에 대해 딱히 새로운 뷰라든가, 생각의 환기가 일어나는 부분은 없다. 출판사의 메일치고 맞춤법 틀린 게 무척 많다는 게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합격 취소 이메일 - 출판사의 입장 포스팅 - 사과문 포스팅 3단 콤보와 부정적인 의견 개진자들에 대한 트위터/블로그 차단이라는 연타는 요즘 어지간한 개인 블로거들도 잘 안하는 데 뭐랄까, 아마츄어리즘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7. 웅이가 자꾸 막장 짓을 해서 슬프다. 날씨 탓인가. 그리고 배 아픈게 쉬이 낫지가 않고 있다. 딱히 부담가는 음식을 먹고 있지는 않은거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다.

20120420

몇 장의 음반 그리고 이것저것

1. Plastikman의 Recycled을 유심히 들었다. 94년에 나왔고, 6곡이 들어있는 EP다. 나온지도 오래되었고, 꽤 여러번 들었고, 그렇다고 딱히 심금을 울리는 명반도 아닌 이런 음반에 다시금 주의를 기울이는게 잘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여튼 요즘 플라스틱맨을 들을 때 마음이 좀 편하다.

909말고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Spastik이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Krakpot을 좋아한다. 미니멀치고 샤악 다가왔다가, 샤악 물러나는 맛이 꽤 있다.

2. 포미닛의 Volume Up, 이것도 EP. 글쎄, 현아와 나머지들이라는 말을 안 듣는 방법은 현아와 나머지들이라고 불리는 게 속상해요라고 말하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보기만 해도 알아서 그런 말이 안 나올 수 있도록 해야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포텐이 훨씬 높을 거 같기는 한데 여전히 뭔가 아쉽다. 볼륨 업 M/V에서 커스튬이 세 가지 정도 나오는 데 마리 카트란주인지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그 풍의 프린트 드레스가 지금까지 이미지와 갭이 있어서 그런지 이 멤버들에게 은근 어울렸다.

3. 써니힐은 그렇다고 쳐도 에이핑크는 어쩌려는 걸까. 찾아봤더니 에이핑크는 데뷔 1주년 기념 이벤트송이고 제대로 된 건 곧 나온다고.

4. 시스타도 새 EP를 내놨다. 타이틀은 나 혼자(ALONE), Alone inst 버전을 빼고 6곡. 이 전에 비해 아주 살짝 가라앉힌 것도 괜찮고 얘네는 술렁술렁 잘 넘어가고 있는 듯. M/V는.. 그룹의 컨셉이 꽤 명확하니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된다는.

뭐 이런 걸 들었다.

5. 세탁기가 고장났고(완전), 샤워기가 고장났고(완전), 전자렌지가 고장났고(쓸 수는 있다), 보일러가 고장났다(쓸 수는 있다). 아이폰 충전기를 두고 나갔더니 집에 오는 길에 아이폰이 꺼지고, 아이팟이 꺼졌다. 지하철에서 할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익숙하질 않아서 꽤 당황스러웠다.

1920년대 '폐허'가 생각나는군. 주입식 교육은 이럴 때 편리하다.

6. 요즘에 Ctrl을 잘 못누르는 거 같다. 컴퓨터 하나에서만 그러면 키보드에 이상이 있나 할텐데, 어디가서도 그런다. 왜 갑자기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는 걸까. 체한 거나 독감과 관련이 있을까.

7. 2012년의 봄이 이렇게 지나간다. 밤에는 그래도 쌀쌀하지만 이제 후드만 입고 있어도 덥다.

20120419

20120419

적고 보니 419였네. 아침에 트윗 같은 데서 보고 알긴 했는데(요새는 날짜 자체를 잘 모르고 사는 거 같다) 예전처럼 몸에 와 닿는 듯한 기분은 아니다. 술렁하는 분위기가 없어서 그런건지, 술렁하는 분위기 가까이에 내가 가지 않고 있어서 그런건지, 술렁하고 있는데 나만 딴 생각하느라 모르는건지. 여하튼 이것은 극히 우중충한 이야기가 될 것임으로 취향이 아닌 분들은 피하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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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러워서 작은 사진으로. 이 운동화를 작년인가에 샀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런키퍼로 맘 잡고 걸을 때 마다 체크했었는데 이 운동화로만 150km를 넘어갔고 그 다음부터는 기억에 두지 않았다. 괴로울 때마다 걸었는데, 나는 계속 괴로웠으므로 걷기만 했다. 눈이 오기도 했고, 바람이 불기도 했고, 오늘처럼 윤중로에 벚꽃 구경을 하는 사람이 가득하기도 했고, 혼자 걷는게 아닌 적이 한 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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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간만에 이 길을 따라 걸었다. 올해 들어선 처음이 아닌가 싶다. 찾을라면 찾을 수 있는데 귀찮다. 예전에는 구철도 선로길 공사로 길이 막혀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마포대교로 갔는데 철도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공사가 끝나 있었다. 가끔 방황할 때 광흥창 쪽으로만 갔는데 그 쪽은 아직 공사중이라 몰랐다.

철도 공원길을 걸을 때는 몰랐는데 마포에 들어서자 마자 부터 한 발작 한 발작이 너무 익숙하다. 지긋지긋한 길이다. 줄창 걷기만 했다. 저 운동화를 처음 샀을 때 그에게 보여주며 예쁘다고 자랑을 했었다. 지금은 저리 보여도 베이지에 핑크색 선이 둘러진 예쁜 조합이다. 그러면서 같이 즐거워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바보같기만 했고,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하는 것들은 저주를 내려받은듣 안 되기만 했고, 그래서 그저 밤이 오길 기다렸다가 조용히 줄창 걷기만 했다. 음악도 듣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고, 차 소리와, 헤드라이트 불빛과, 건물의 조명들만 봤다. 한강은 밤중에 시커멓게만 보여도 어디는 검고, 어디는 좀 밝은 물길이 보인다. 가끔 전화를 걸었다. 삼성에서 노키아로, 노키아에서 아이폰으로 바뀌었다.

바람이 불던지, 눈이 날리든지, 차가 뛰어들든지 차라리 어디라도 빠져버렸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지만 그런 행운 따위는 오지 않았다. 사실 가만 보면 막상 빠져도 기어 나올 수 있을 거 같기는 하다. 200km에서 세기를 멈췄고, 몇 달이 더 지나 1월이 되었고, 이윽고 모든 게 사라졌다.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않은 날들이 지천이었고,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중얼 중얼 중얼 중얼. 이러다 미치나 보구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러면 또 어떠냐. 요즘도 가끔 말이 튀어나오지만 그럴 땐 강아지를 붙잡고 이야기한다. 어리둥절해 하는 눈빛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철도길은 완전히 바뀌었고, 마포 오벨리스크 길 뒤도 예전에 비하면 뭔가 달라졌다. 조명은 예쁘장하고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벚꽃 만큼 흐드러진다는 말이 어울리는 것도 없다. 여전히 마포대교 북단에서 도로 건너는 곳은 어렵다. 강변 북로 진입하는 차들이 끊이질 않는다.

강을 건너다 고개들 들어보면 국회, 순복음교회, 옛날 SBS 건물, 여의도 공원, 쌍둥이 빌딩, 63빌딩. 이제는 그 사이에 AFC라는 큰 건물이 하나 늘어났다.

바람은 이제 차갑지 않다. 건널목에는 벚꽃 구경을 온 사람들이 잔뜩 신호등을 기다린다. 잡상인들은 참 여러가지를 가져다 판다. 서강대교 쪽으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여의나루 역으로 향한다. 담배를 피려다가 아, 끊을려고 안 샀지 하는 기억이 난다.

한강 둔치 광장에 술 마시는 할아버지들 근처에 잠깐 앉아 숨을 돌리는데 갑자기 울컥한다. 아, 역시 괜히 왔나 싶다. 답도 없는 걸 붙잡고 있느니 그 자리를 빨리 빠져나가는 게 낫다. 하지만 바람이 불고, 세상 모두가 변하는데, 나만 그냥 그 자리에 멍청하게 서 있다.

5km만 더 걸으면 300km다. 그건 저 신발로 채우고 싶다. 필요없는 고행으로 계속 산을 만든다. 인생은 그런 걸로도 이루어지는 법이다. 그렇게 그림자가 되어 간다. 모두의 빛을 더 환하게 해주마.

20120418

Future

선물 아니고 미래.

삼국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삼국지는 마땅히 그래야 되는 몇 명을 위해 수십 수백만 사람들이 마땅히 바칠만한 목숨을 바치는 이야기다. 한 마디에 울고 불고, 한 마디에 죽고 살고. 그것이 무엇이든 수많은 즐거움들과 수많은 아픔들이 있었을 인생 하나하나가 속절없이 사라져간다. 그래야만 역사가 쌓이기 마련이다.

http://macrostars.blogspot.com/2010/07/blog-post_4026.html

삼국지 같은 걸 읽고 있으면 과연 내가 저기에 있으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 저 파묻혀있는 군사 속에 있겠지. 말도 못타고 만리를 걸어 피곤한 몸으로 강을 건너다 강감찬 장군의 살수 대첩에 쓸려 물고기 밥이 되거나, 해운대에 헤일이 밀어 닥치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높은 곳으로 뛰어가다 쓸려가거나, 이연걸이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시장터에서 국밥을 먹다 무슨 일이야 하고 쳐다보다 밥상이 엎어지거나, 스파르타에 쳐들어가는 아테네 배 안에서 사슬에 묶여 열심히 노를 젓고 있거나 뭐 그런.

물론 아닐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이 더 높은 건 엄연한 사실이다. 사람 숫자를 봐라.

미래를 이야기하고 세대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어딘가에는 주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인종은 인종끼리, 기계는 기계끼리, 동물은 동물끼리 경쟁하고 도태되고 다시 태어난다. 호모 사피엔스에게 잡아먹혔다는 네안데르탈처럼 몇 만년 단위로 쳐다보고 있지 않는 한 세대 간 진화 따위는 없다.

새로운 게 나타나고, 기존에 있던 걸 잡아 먹는다. 그러므로 그 안에서 내가 마땅히 할 일은 없다. 요령껏 도망다니는 게 최선이고, 그러다 잡아먹히면 할 수 없다. 이제 때가 되었나보구나 하고 책을 덮고 일어서서 분연히 뛰어드는 게 최상이다. 아니면 타이타닉의 악사들처럼 바이올린이나 계속 켜든지.

그렇다면 샤넬이니 지방시니, 정치니 경제니 그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저 잠깐 있는 동안 웃을 수 있는 꺼리를 찾아낸 거고, 그렇기 때문에 죽으면 다 똑같이 썩어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니힐리즘과의 종이장만한 경계점이다.

내가 떠드는 모든 이야기들은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번 ㄷㅁㄴ에서도 적어도 내 이야기는 아마도 그 지점에서 출발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희망 따위는 눈꼽만큼도 없다. 뭐 그렇게 흘러간다.

선거

이번 총선을 다시 생각하는 건 정말 쓸데없는 짓이고, 결과는 함께 지리멸렬 밖에 없는 거 같은데 뭔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것들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게 된다.

선거라는 건 재미있는 게 분명 팀 대항 경기인데 참여자 개개인의 목표는 팀의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승리라는 점이다. 물론 모든 스포츠에서도 이런 면이 있기 마련이지만, 선거는 이 측면이 유난히 극대화되어 드러날 수 밖에 없게 되어있다. 팀이 살면 뭐하냐, 자기가 죽는데.

개인적으로는 엄격한 위계질서라는 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몽실몽실한 동네형 민주주의가 개개인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 믿는 편이다. 만약 그런 식의 플레이를 보이고, 그런 식의 정강을 제시하는 정당이 있다면 당연히 그쪽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보듯 이런 경쟁에서는 통제가 가능한 '주최'가 있는 팀에게 이길 방법이 없다. 다들 무주 공산으로 떨어져 나갈 뿐이다. 아무리 서로 정겹고 위하는 군사들이라도 철통같이 훈련된 적군을 이기기는 어려운 법과 같다. 물론 역사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던 미화들이 존재하긴 한다.

그렇다고 지금 지지하는 정당이 또 저런 프레임을 들고 나와 오직 이기기위한 전략과 전술을 펼친다면 그건 또 실망스러울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닐테고 보나마나 저런 정치 장사꾼들과는 거래 안해 하면서 뛰쳐나와 새 정당이 만들어질 것이고, 또 그들은 0.8, 1.2 사이를 헤매게 된다.

이건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정겨운 마음으로 즐거운 사람들과 어영부영하고 있다보면, 그리고 그 틈새에 남는 게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면, 그들이 덮친다. 혹시 잘 안되면 '사명감' 운운하며 Charity였다고 둘러대면 되는 거다.

시험 기간의 열람실이라 노트북을 맘대로 못 두드려서 ㅠㅠ 여기까지. 여튼 이런 느낌의 딜레마가 있다는 이야기.

콩값

국제 콩 가격이 유난히 상승하고 있다길래 찾아봤다.

dollar

원래 비싸다가 작년 8월을 기점으로 뚝뚝 떨어지다가 12월 찍고 다시 뛰고 있다. 정점을 찍었던 2008년 금융 위기 때에 비하면 아직 낮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안 그런 작물이 있냐? 그러면 그런 것도 아니다.

어쨋든 지표에서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가격 변동률일텐데 뭔가 좀 정상은 아니다.

콩값 상승에 대해서 : 에탄올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 상승 -> 콩 농장 주인들 옥수수로 종목 변경 -> 콩 공급 감소를 들고 있다.

이외에 랜덤한 요인으로 남미의 가뭄으로 예상 공급이 줄어들고 있고, 중국 시진핑 부주석이 2월에 미국에 갔다가 43억불어치 미국산 콩 구입 계약을 맺었다.

2월의 예측 불가능한 수요 급증을 감안한다고 해도 작년 8월~올해 5월의 저런 그래프는 '자연적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오래간 만에 이런 걸 찾아본 거라 무슨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데, 더 떠들면 왠지 점점 더 나락으로 갈 것 같으니(-_-) 그냥 이런 일이 있다 정도만.

20120417

20120417

#몸살 #감기 #독감

이것은 일종의 경과 리포트. 가장 최근 '몸살'은 2012110(링크). 언제나 비슷한 양상으로 아픈 게 찾아오고, 그걸 몸살이라고 총칭은 하는데 사실 뭔지 잘 모른다. 1월 10일은 아마 독감이었던 거 같고, 오늘은 체 한거... 에다가 뭔가 더 붙은 거 같다.

이번 몸살의 특징은 초기 단계가 무척 짧았다는 점. '왜' 아팠냐하고 생각해보면 두 가지 가정을 세울 수 있다. 하나는 어제 저녁밥을 먹으면서 기분이 확 상하는 일이 있었고, 밥을 먹다 말아버렸는데 속이 안 좋았다. 그러다가 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또 하나는 어머니가 역시 몸살/독감 같은 게 있는 거 같다고 해 약국에 가서 약을 샀다. 그러고 그걸 드렸는데 물을 반쯤 만 드시길래 남는 걸 내가 마셨다. 그러고 나서 30분 정도 있다가 나도 꼬꾸라졌다. 이 병이 뭔진 몰라도 전염되는 거라면 기가 막히게 전파가 빠르다.

증상은 열이 나고, 체한 거 같이 소화가 안되고, 설사하고, 머리 아프고, 하여간 오지게 춥다. 난 오한이 정말 싫다... 그래서 자다가 깨서 손가락에서 피도 뺐는데 크게 효용은 없었다. 피는 왕창 나고 ㅠㅠ 그런 식으로 중간에 몇몇 일이 있기는 했는데 크게 봐서는 어제 밤 9시 쯤 누웠고, 오늘 오후 3시 쯤 일어났다.

일어난 다음 배가 너무 고파서 체했을 때(소화가 안될 때) 가장 좋아하는 쁘띠첼 요거밀감을 사다 먹었다. 조막만한게 하나에 2,700원이나 하는데 도저히 뭔가가 안 먹힐 때 이거 만한 게 없다. 과일도 잔뜩 들어있어서 기분도 좋아진다.

저번 독감때는 수요일 밤 ~ 금요일 밤까지 였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18시간 정도만에 마무리되서 다행이다. 독감 사이의 텀이 빨라진 건 좀 그렇지만 회복 속도를 볼 때엔 그때에 비해 좀 더 건강해진 게 아닐까. 오늘 밤에는 영양가가 넘치는 걸 찾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120416

낙서

언제까지 이렇게 떠들까를 생각했다. 기억을 따라 올라가면 한 20년은 이렇게 부유하는 잡담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도구는 바뀌었다. 일기장에, 낙서장에, 메모장에, 커뮤니티에, 블로그에. 어느 시점인가가 되면 끝나겠지, 그러면 좀 더 유용하고 소중한 이야기에만 힘을 쏟게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이대로 계속되고 있다. 죽는 날까지 이러는 거 아닐까 생각하면 약간 겁이 난다. 그런 삶 따위를 살고 싶지 않다.

오늘은 종일 뭉크를 들었다. 리버사이드에서 나온 열 몇 장짜리 컴플리트 컬렉션을 몽땅 아이팟에 집어넣고 순서대로 돌린다. 리버사이드 시절의 뭉크는 어딘가 뭉크같지 않다. 어쨋든 볼륨을 끝까지 올렸지만 역시 부족하다. 악기란 원래 공기와 몸을 울리는 기계다. 귀 속에서 아무리 재잘거리며 웅장한 척을 해도, 결국은 시시하다.

몇 개인가 재미있을 거 같은 내용이 보이길래 블로그에 포스팅도 했다. 커피도 마셨다. 큰 컵에 인스턴트 3스푼, 큰 컵에 2스푼, 작은 컵에 4스푼, 작은 컵에 2스푼 이런 저런 조합을 시도했다.

그러는 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좋아졌다가, 약간 흥분했다가, 조마조마해졌다가, 우울해졌다가 기분은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했다. 우울해졌다가가 밥을 먹었다와 겹치는 바람에 채했다. 가스활명수를 두 병 사다가 하나씩 마시고 몇 십분 쯤을 걸었다. 더워서 소화가 되기도 전에 길거리에 꼬꾸라질 판이라 그냥 돌아왔다.

코는 훨씬 더 부어올랐다. 열이 나서 그런지 살도 벗겨진다. 참 오래간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듯. 이렇게 또 하루가 끝이 났나보다. 오늘도 세상에 별 일은 없어보이지만, 혼자 지치도록 춤을 춘다.

20120415

지난한 오후

톰 웨이츠의 Rain Dogs를 오늘 열심히 들었다. 1985년 음반으로 톰 웨이츠의 9번째 스튜디오 음반. 이 음반의 가장 훌륭한 점은 캐릭터가 명확하다는 거다.

요즘에는 사실 예전처럼 음반을 막 외우면서 듣지 않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듣는 일이 일쑤다. 하지만 톰 웨이츠 음반은 아이팟에서 랜덤 플레이로 듣다가도 첫 음만 딱 들려도 '아, 톰 웨이츠인가 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녹음, 악기 소리들, 노래들, 심지어 곡 사이의 공백마저 구석구석이 혼연 일체가 되어 Rain Dogs라는 음반의 전체 관념에 이바지한다. 원래 그래야 되는 거긴 하지만, 이런 식의 충실함은 꽤 마음에 든다.

언제부터 제목에다 날짜를 이렇게 열심히 썼지 하고 뒤적거려보니까 3월 11일이다. 그 전에도 종종 사용하긴 했는데 3월 11일부터 빈도가 확 늘었다.

3월 11일에는 굴을 파고 있는 사람의 그림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계속 생각하며 굴을 판다'라고 써놨다. 당시에 트위터 프로필도, 아무도 안 보는 종류지만, 같은 문장으로 바꿨었다. 크게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한 번만 더 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생각에 그렇게 여유가 있질 않았다. 그저 뭔가 메시지를 써 놓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급했던 성질이 습관과 훈련으로 많이 누그러져 한 동안은(아마도 2000년 정도부터 2011년까지 만난 사람들) '느리고 여유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었는데 리셋되었다. 말도 급해지고, 맘도 급해지고 있다. 나로서는 매우 좋지 않은 신호라는 걸 알지만, 그때 그때 의식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콘트롤하지 않는 한 바로 무너진다. 쥬이 데샤넬의 SNL 비디오를 보면서 연습해봐도 그다지 효과는 없다.

가능한 아웅다웅하지 않고, 마음 상하지 않고, 마냥 좋은 생각만 하면서, 세상으로부터 위로하고 위로받으면서, 하하호호 즐겁게 살고 싶지만 역시 어려운 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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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집중해도 나로서는 아이폰 3gs로 찍은 야경 사진은 여기까지.

강아지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갔더니 나와 후레시를 보고 짖는다. 얼굴이 안 보이는데 뭔가 움직이며 깜빡거려서 그런가 보다. 개는 후각이 발달해있고, 눈은 난시인가 근시인가여서 서포트만 할 뿐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함께 살았던 개들은 대부분 시각 중심이 아니었나 싶다. 바로 뒤통수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억지로 고개를 돌려 확인을 해야 마음을 놓는다.

낮에 문래동에 갔다가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한강을 건넜다. 4월과 5월은 근거리/원거리 모두 공기가 뿌옇기만 해서 별로 좋아하질 않는데 오늘은 적어도 근거리 공기는 무척 좋았다. 선명하다. 꽃도, 풀도, 물도, 하늘도, 사람도 모두 선명하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가보다. 한강 둔치에 사람들이 잔뜩 보였고, 한강에는 하얀 요트들이 떠 있다.

저번에 심었던 꽃이 피었다. 좀 작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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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4

20120414 두번째

1. 토요일이라 낮에 주절거렸더니 밤에 또 주절거리게 된다.

2. 야구를 봤다. 아이폰에 설치해 놓은 espn 앱이 겨울 내내 죽어있다가 문득 살아나 메츠의 게임 결과를 팝업으로 알려주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아 또 야구 시즌인가 생각하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오늘 기아 대 엘지 삼연전 중에 두 개를 연속으로 봤다. 풀 경기를 다 본 건 아니지만 네이버 중계 덕에 뒹굴거리며 볼 수 있었다. TV가 없는 건 주말의 무료한 앰비언트를 채워줄 게 마땅히 없다는 점에서는 좋지 않다. 여튼 오래간 만에 봤더니 재미있긴 하다.

3. 후배놈이 쌍문동 근처에 왔는데 3시간이 비었다고 해서 잠깐 돌아다니다 왔다. 날씨가, 정말 졸리는 날씨였다. 갑자기 따뜻해져서 그런지 여기저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바야흐로 진짜 벚꽃 시즌이다. 야구, 벚꽃, 뿌옇고 답답한 공기 그리고 쌀쌀한 듯한 더위. 4월의 표식들. 예전에는 몇 개 더 있었는데 옛날 이야기는 관두자.

4. 멜라루카 오일이라는 게 생겼다. 티트리 오일 비슷하게 항균/소독 효과가 있는 오일인 듯. 몸에다 쓰기는 좀 그래서 강아지 목욕했길래 스프레이 통에 3방울 떨어뜨려서 뿌려줬다. 강아지 집도 옥상에다 널어 햇빛에 말려주고. 부비부비했다가 얼굴에 뭐가 잔뜩 난 충격이 크다. 얼굴을 2000방 사포로 긁어 내 버리고 싶다.

5. 버스커버스커를 들어봤다. 별로 궁금한 기분이 안 들어 그냥 저냥 이러고 있었는데(홈플러스에 갔다가 들리는 음악에 아, 저게 버스커버스커인가 보구나 한 적은 있다) 그래도 차트 10위 권 안에 곡들을 잔뜩 포진시켰다는 데 어떨까 싶어서 들어보기로 했다. 뭔가 막 굉장히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게 나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좀 질린다. 어쨋든 1위를 한 음악이라는 건 바로미터로라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중파에 안나가! 뭐 이런 뉴스가 있길래 얘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했는데 와전된 거란다. 그래도 콘서트에 집중할 거라고.

6. 로라이즈에서 하는 새드 호스 등등 공연이 궁금했으나 가지 못했다. 아쉽다.

7. 사람들이 '이율배반적'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사건'(해프닝, 기사, 글, 언급, 인용)을 자주 만난다. 그럴 때는 역시 기분이 좋지 않다.

8. 따뜻해지니까 그런 지 요새 문득 좋은 옷 입어버고 싶다. 하지만 베가, 둥 딱, 둥딱, 둥 딱, 둥딱.

9. 에스콰이어 미국판 올해의 맥주 리스트를 봤는데(링크) 맨 앞에 나온 게 Flying Dog El Dorado라는 거다. Flying Dog Brewery에서 나왔다. 참고로 이거랑 관계없는 El Dorado Brewery라는 다른 맥주 회사가 또 있다.

여튼 플라잉 독 홈페이지(링크)를 뒤져봤는데 재미있다. 싱글 호프라는게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순위에 나온 건 5월에 콜럼비아, 매릴렌드, 버지니아 주에서만 마실 수 있다고. 하지만 평을 보니 오렌지 향이 난다는 걸 보아 내 취향은 아닐 듯. 맥주는 무겁고, 둔탁하고, 쓰고, 재미없고, 차가운 게 좋다.

20120414 봄

1. 봄 기분이라도 내볼까 싶어 밤에 돌아다니는 겸해서 벚꽃 산책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날이 추워서 안 피었단다. 다음 주 쯤에나 열린다고. 버스에는 여의도 벚꽃 축제라고 플래카드도 붙여서 다니던데 뻥이었음.

2. 요즘에는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리고, 가만히 누워있는 게 힘들 때 쯤 되서야 겨우 잠이 든다. 어떻게 해야 잠이 드는 거든가 한참을 생각한다. 보통은 생각을 완전히 비우고 아무 생각도 안 하면 잠이 드는 데 그게 역시 쉽지 않다.

3. 슬리핑 뷰티라는 영화를 봤다. 동명의 영화가 두 개가 있는데 2007년 이한나 감독, 2011년 줄리아 레이 감독이 있다. 제목만 같고 내용은 다르다. 이 번에 본 건 2011 줄리아 레이. 호주 영화고 에밀리 브라우닝 등등이 나온다. 스토리 자체가 루시 역의 에밀리 브라우닝이 중심이고 나머지는 거들 뿐. 영화는, 재미없다.

4. 그리고 I am a Sex Addict라는 영화도 봤다. 국내 개봉 제목은 '나는 섹스 중독자'. 으흠? 하는 제목이기는 한데, 내용을 떠나 이 영화는 꽤 흥미롭다. 우디 알렌 타입에서 유머를 좀 줄이고 자아를 많이 드러내면 이런 결과 정도가 나올 듯.

감독 카베 자헤디(이란 계열이다)는 예일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공부하면서 영화를 시작했다. 졸업 후 스위스에 가서 장 뤽 고다르네 가서 일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2년 간 실험적인 토킹 헤즈 뮤직 비디오를 만들었지만 데이빗 번에게 거절당하고 등등등. 결국 그나마 섹스 중독자가 성공해 대충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천지개벽할 변화가 없는 한 하나 정도 더 솔깃한 게 나오고 다시 어둠과 예술의 마이웨이 세계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5. Plastikman을 사실 조금은 웃기다고 생각하면서 한참을 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정 들었다. 데뎅 댕, 데뎅 댕, 데뎅 댕 하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기 시작하면 꽤 반갑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혹시나 해서 다른 미니멀 계열을 찾아봐도 플라스틱맨 만 한 게 없다. 거대한 스피커로 한 번 들어보고 싶다.

Plastikman의 Recycled Plastik EP(1994)에 실려있는 Krakpot.

6. 세균이 창궐하는 지 얼굴에 뭐가 잔뜩 난다. 요즘 유난히 강아지와 친하게 지낸 것도 한 몫하는 듯. 햇빛 쬐러 한예종 산책이라도 다녀와야겠다.

20120413

20120413 선거 하나 더

1. 뭘 쓰고 있었는데 Windows Live 필수 Update를 설치한다길래 Yes를 눌렀더니 쓰고 있던 거를 몽창 지워버렸다. 닫겠다는 경고도 없고, 임시 저장도 안 해놓고. 여튼 윈도우즈의 가장 취약하고 그지같은 부분은 XP 시절부터 업데이트. 그야말로 제멋대로. 죽기 전까지 득달같이 달려들기만 하는 바퀴벌레나 파리랑 똑같다.

2. 이번 총선 선거 방송의 승리자는 SBS인게 사실이지만(나머지 두 방송국이 파업 중이었으니 정말 본방 대결은 대선 때 찾아오겠지만) 이건 MBC 선거 방송에서 본 내용. MBC 선거 방송에서 날짜별/이슈별 지지율 추이 변화에 대한 그래프를 보여줬다. 찾기는 싫으니까 그냥 두가지 큰 사건(사찰 파문과 김용민 논란)에 관련해서 보면.

두 사건 모두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났는데 사찰 파문이 있자 새누리당 지지율이 높아졌고, 김용민 논란이 일자 민통당 지지율이 올라갔다. 즉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불리한 사건이 일어나자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뜻이다.

어쨋든 새누리당을 찍는 사람이 20%, 어쨋든 민통당을 찍는 사람이 20% 정도로 가정해보자. 그리고 무조건은 아니지만 거의 확실한 잠재적인 지지층이 10%씩 있다고 치자. 이들은 투표 참가율이 높긴 하겠지만 이길거라고 생각되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기타는 일단 제외하고 생각하면 부동층이 60% 정도 있는 게 된다. 부동층은 말 그대로 부동층으로, 옅은 지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약간은 있겠지만 그때 그때 공약이나 이미지에 따라 어디에 투표할 지 선택하게 된다. 이 선택에는 물론 선거를 안 하겠다는 결정도 포함된다. 심각하거나, 관심을 끌 만한 이슈가 발생한다면 이들이 투표장으로 갈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잠재적인 지지층은 부동층은 아니지만 선거 추이의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사안에 따라 투표를 할지 말지가 결정된다. 즉 위에 선거 방송의 예에서 이슈에 따라 지지층이 움직인 것은 이들의 결집 여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스캔들을 캐치하고, 그것을 선거전의 이슈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 마이너스를 고려해야 한다. 즉 민통당이 사찰 파문을 이슈로 만들어 선거에 유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층 결집으로 인한 마이너스를 고려하고, 그걸 넘어서는 만큼을 부동층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손해만 본다.

부동층은 아무래도 정치에 관심이 덜 한 사람들이 많을 테니 이해하기 쉬운 스캔들을, 선거전 말미에 발생시키는 게 유리하다. 상대가 대응 플랜을 만들어내기 전에 투표가 끝나야한다. 플랜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게 시민들에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엔('사안의 심각성'과 '사안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가'는 다른 문제다)

정몽준의 대통령 직 후보 사태가 잠재적 정당 지지자의 결집과 부동층의 투표 결심을 가지고 온 대표적인 경우인데 이건 예측하기 어렵고 조절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점이 약간 다르다.

역시 선거라는 건 하루에 승부를 보는 이벤트라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20120412

20120411 총선이 끝났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득도 수준의 달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도 겸해서. 올해 예정된 두개의 큰 정치 이벤트 중 하나가 지나갔다.

오랫동안 진보 정당의 지지자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세상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 다는 거다. 이건 당연한 사실인데 이걸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현실로 마주하는 거에는 차이가 있다. 사람마다 다를 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흥분에 휩싸인 적도 있고, 많이 절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세상은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주 오랫동안 정말 열심히 해야 조금이나마 변한다. 공들여 쌓아도 무슨 일 하나면 툭 하고 사라진다. 옛날 사람들이 막 죽어가면서도 괜히 혁명을 일으킨 게 아니다. 몇 백년 씩 기다리다 결국 참지 못한 거다.

군사 정권 시절에 독재나 부조리에 맞서 싸우던 분들은 지금도 그 비슷한 것들에 분노하며 여전히 싸우고 계신다.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것들도 있지만, 되돌아보면 거의 패배만 경험하셨을 분들이다. 선거고, 시위고, 투쟁이고 거의 모두 진다. 맞기도 하고, 잡혀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들 계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사람이 계속 지기만 하면 주눅이 든다. 지겨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바닥에 있던 이재오나 김문수가 항로를 옮기고나서 맛보았을 희열이 과연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이지만 짐작도 간다.

 

어쨋든 오래 걸린다. 선거라는 거에 대해 진보 정당 지지자로서 이렇게 되면 좋겠다하는 소박한 개인적인 바램은 가지게 된다. 그리고 약간 거대한 측면의 바램도 들어간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는 여소야대 정국 정도 만들어지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고, 어려울 거 같기는 하지만 진보신당 3% 득표 하면 좋겠다 정도 생각했다. 현실적으로는 2% 득표로 정당 유지 정도가 목표.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거라는 건 기대를 실현시키는 장이 아니라 현실의 디테일을 확인하는 정도의 이벤트다. 그 사실을 명심해야 엄한 곳 붙잡고 탓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 딱히 거대 정당이나 기업들 처럼 고급 정보의 소스를 가지고 있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선거 결과를 보여주는 긴 화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미세 튜닝할 재료가 되어준다. 괴리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 정도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SBS 개표 방송을 보는데 서울 투표소별 개표 결과를 보여주는 화면이 나왔다. 지역을 따라 개표 결과가 갈리고, 또 지역구 안에서도 동네에 따라 개표 결과가 갈린다. 따지고 보면 이유가 떠오른다. 그게 보여주는 건 앞으로 선거의 현 지역 구도가 청산되고 나면, 이번에는 경제적 지역 구도가 형성될 거라는 점이다. 선거구 확정이라는 마술은 더욱 매우 디테일한 다툼이 될 것이다.

여튼 총선이 이렇게 끝이 났다.

20120411

20120411 비가 계속 온다

1. 비가 계속 온다. 낮에는 꽤 세차게 내렸다. 어제는 잠깐 돌아다녔더니 너무 더워서 오늘 조금 얇게 입고 나갔는데, 역시 추웠다. 날씨 앱이 말하는 온도 같은 건 쉽게 믿으면 안된다. 다행히 지난 주 내내 그렇게 불어대던 바람은 멈췄다.

2. 선거날이다. 오늘 보니까 식당 3개가 모두 선거일에 쉰다고 공고를 붙여놨다. 내일은 그래서 투표만 하고 집에 가만히 있을까 생각 중이다. 내일은 GS25 도시락을 먹어야겠다.

3. 어제는 힐.캠에서 신은경을 봤다. 참, 깝깝했다. 오늘은 프레시안에서 고수남이라는 사람(이번 미국 총격 살인 사건의 범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역시나 참, 깝깝했다. 신은경은 참 잘도 살아 남아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화려한 유명인이기 때문에 그 속은 전혀 알 수가 없고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단지 겉이 보여주는 깝깝함 정도다. 연예인 친구 비슷한 거라고는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어떤 기분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고수남은, 역시 선택지는 그것 밖에 없었을까 싶다. 아니라면 그가 고를 수 있는 카드는 뭐가 있었을까.

4. 어제 밤에 잠들기 위해 누워 이 블로그의 글을 쭉 돌아봤다. 구걸은 역시 체질이 아니라고 해 놓고 계속 떠들고 있다. 구원의 손길 따위도 없고 내 자신의 아무 부분도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 게 고쳐질 위인이었으면 이렇게 살고 있지도 않았겠지. 여튼 이제 무의식적인 리플라이는 그만.

5. 계속 피곤하다. 3시간, 4시간을 자고 있다. 그러다 문득 깨면 저녁인 날도 온다. 깨어있지만 의욕도 재미도 너무 없다. 겨우 귀를 기울여보면 힘 빼는 소리만 들린다.

6. 군대 있을 때 큐어를 자주 틀었는데, 내가 틀면 다들 싫어했었다.

7. 눈이 자주 간지럽다. 올해 들어서 계속 그러는 거 같다. 눈이 간지럽다니. 그리고 뭔가 계속 조마조마하다. 좋지 못한 기운이다. 구석구석이 끔찍하다.

20120410

노리코의 식탁을 보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영화적인 걸 좋아한다. 현실같지도 않고, 연극같지도 않은 그냥 영화. 내용에 젖어들거나, 영화의 상황에 감정을 대입하게 되는 기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차가운 이성을 보유하고 있거나, 익숙하다면 어떤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거리 두기에 능하진 못하다. 그래서 내러티브가 강한 드라마를 잘 못보고 약간 황당하거나, 아방가르드 영화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너무 쩌렁쩌렁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또 너무 현실감 넘치는 명 연기도 무섭다. 배우가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고 '이것은 영화다'라는 사실을 언제나 실감하고 있으면 좋겠다. 그게 느껴질 때 꽤 재미있어 한다. 이런 건 사실 연기 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영화 자체와 호흡을 맞춰야 '이상하지 않게' 영화가 풀려나간다.

일본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편한 것도 이와 비슷한 점이 좀 있다. 한국 영화는 너무 가깝게 보인다. 아무리 판타지여도 주변에서 보일 법한 사람들이 나와 있으니,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듯한 기분 탓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우가 생긴다. 미국이나 유럽의 영화는 가끔 또 너무 멀리 느껴진다. 일본 영화는 있을 법도 하고, 없을 법도 한 알맞은 거리감이 있다. 생긴 건 비슷한데 말은 다르다. 풍경은 비슷한데 디테일은 차이가 난다. '거리 두기'를 위해 노력을 많이 쏟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편안하다.

어쨋든 또 소노 시온의 영화.

나온 지 몇 년 된 거 같은 데 처음 봤다. 인터넷의 리뷰들이 대부분 '집단 자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건 조금 재미있다. 그건 사실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데.

어쨋든 이 영화는 꽤 흥미진진한데, 문제들을 그렇게 탁월하게 풀어갔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현대 사회인이 현대 사회를 마주 대하는 일이니 당연한 지도 모른다. 감독이 턱 막히는 부분에서는 영화에서도 턱 막히고, 그런 것들은 이미 현대 사회를 사는 당사자 중 하나인 나도 턱 막혔던 부분이다.

소노 시온 영화는 대개 옅은 판타지 풍의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있는데, 중간에 감정 돋는 열연을 펼치는 사람이 불현듯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러브 익스포져에서는 정신 병원에서 요코(미츠시마 히카리)가, 차가운 열대어에서는 마지막 딸과의 대화에서 사모토(후키코시 미츠루)가 그랬다. 이번에는 마지막 밥상에서 유코(요시타카 유리코)다.

덜걱거리는 와중에 튀어나오는 이 '명연기'들을 나는 꽤 좋아한다. 그 앞의 감정선도, 그 뒤의 감정선도 희미하다. 배우는 천천히 집중하고, 천천히 추스렸겠지만 영화에서는 갑자기 튀어나오고, 갑자기 사라진다. 이게 뭐지? 하고 있는 동안 히카리는, 유리코는 소리를 질러대며 감정을 폭발시키고 있다. 이런 거 너무 좋다.

유카, 혹은 요코, 나중엔 이름이 없어지는 역의 요시타카 유리코(吉高由里子)는 1988년 도쿄 생으로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다. 출연작 중에 '스네이크 앤 이어링' 이라는 아주 묘한 영화가 있다. 이거 꽤 재미있다. 그리고 2010년 '카멜리아'에서 설경구, 강동원, 송혜교 등과 같이 연기하기도 했는데 이건 못봤다. 간츠 시리즈에도 나왔고 최근에는 미노루 후루야의 '두더지'를 소노 시온이 영화화했는데 거기 나왔다. 주연 여배우는 니카이도 후미(二階堂ふみ)고 조연 정도로 나오는 듯.

20120409

제목을 못 정함 - 소재는 경제

라구람 라잔이 폴트 라인에서 말하는 2008년 미국 금융 위기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당연하지만 원인을 하나의 줄기로 퉁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는 걸 미리 말해둔다.

클린턴 정권의 저소득자 주택 마련 정책과, 부시 정권의 주택 보급률 확대 정책 수립.

-> 이를 위해 대출 확대

-> 시중에 돈이 늘어나면서 화폐 가치 하락 : 주택 가격 상승

-> 상승된 가격의 주택을 이용한 대출 확대

-> 반복

대충 이런 순서다.

몇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두 정권 모두에서 시민들에게 주택 보급률을 높이려는 정책을 추진했고, 그 방법으로 대출 확대가 선택되었다. 재분배 정책 중 세금을 가지고 정부가 뭘 해보려고 하는 건 의회 통과가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우 손쉽게 대출 완화 정책이 추진된다. 그리고 많은 경우 대출 완화는 비용이 적게 드는 정책 수단으로 생각된다.

책에서 라구람이 드는 인도의 예가 있는데 인도는 선거가 다가오면 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선거가 끝나면 과잉 대출로 인한 부도자가 속출한다고 한다. 여튼 저 위의 경과가 의미하는 바는 대출 완화 정책이 그냥 보이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대출 확대를 위한 정부 개입이다. 미 정부는 클린턴 정권에서는 저소득자 대출 규모를, 부시 정권에서는 전반적인 대출 규모를 정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로 사용했다. 당연히 허들이 낮아졌고(프레디맥과 페니메이의 감사 기관인 HUD의 무기력화) 대출이 마구 늘어난다. 정부의 정책 의도가 명확함을 파악한 민간 금융 기관들도 곧바로 이 시장에 뛰어들어 규모는 더욱 커진다.

 

자, 그렇다면 만약 위의 결과를 피하는 클린턴-부시 정권의 주택 자가 소유 비율 확대 정책은 뭐가 있었을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건 세금의 확대, 저소득자를 위한 보급형 주택 건설이다. 하지만 이건 세금의 확대에서 조세 저항을 불러 올 수 있고(당선 자체가 불확실해진다), 주택 보급은 프리 라이더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애초에 대립된 의회 구조에서 이런 정책은 통과 자체가 어렵다. 왜냐하면 비용 부담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 보급 확대에 따른 기존 주택 보유자의 자산 가치 하락도 고려 대상이다. 그들은 세금도 부담하고, 자산 가치 하락도 부담해야 한다. 뭐 돈 그렇게 많은데 기분좋게 내놓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즐겁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다들 알고 있다.

임대 주택 보급도 고려할 수 있다. 매달 부담하는 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적어도 완전한 무임 승차는 불가하다. 이것은 부시가 연설했다는 '아메리칸 드림'과는 조금 다를 지 몰라도(이건 책 참고) 어쨋든 저소득자의 안정에 기여한다. 하지만 이 정책은 그다지 인기가 없는지 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매우 작게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요건이 꽤 까다로운대도 경쟁률이 미어 터진다.

 

라구잔은 교육 확대를 통한 소득 격차 해소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다. 이것은, 글쎄, 매우 나이브하다고나 할까. 궁극적으로는 옳을 수 있겠지만 4년 중임, 우리의 경우 5년 단임인 정부 제도에서 채택되기가 무척 어렵다. 30년 넘게 재임한 세종 대왕 정도면 가시적 효과를 보이며 마무리지을 수도 있겠다.

뭐든 추진도 어렵고 정책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애초에 후기 자본주의 현대 국가에서의 '자기 보유 주택 확대'의 꿈을 담은 정책은 포기되게 되어있지 않나 싶다.

20120409, 말이 많네

1. 말이 많군. 그런 시즌.

2. 새로 컴퓨터에 밀어 넣은 음악들의 태그를 정리하다가 콕토 트윈스에 꽃혀서 Treasure를 듣고 있다. 80년대 초반인가 쯤에 나온 이 음반을 처음 들은 건 90년대 중반 쯤이었던 거 같다.

지금 들으면서는 그때 왜 그랬는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것들이 세상에는 십년 전부터 있었구나하는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혔던 거 같다.

어쨋든 이런 분위기가 나는 곡을 나도 만들고 싶었고 컴퓨터에 사용하는 몇 개의 기계를 샀었다. 방에 기타가 몇 개씩 굴러다니고, 가지고 있던 마샬 앰프를 매일 반짝반짝 닦던 시절이다.

뭐 여러가지 변명 거리들을 남긴 채 그런 것들이 다 지나가 버렸다. 요즘은 가끔 리즌이나 켜놓고 둥둥거려보다 한숨이나 쉬고, 통기타 두드리다가 강아지랑 논다.

오래간 만에 이 음반을 듣는다. 플레이 숫자가 모두 비어있다. 근래 삼사 년 안에 한 번도 듣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구나.. 라고 생각한다. 딱히 할 말이 없다. 억울하지도, 한심하지도, 자랑스럽지도 않다. 그때와 똑같은 소리로 프레이저는 노래를 부르고, 거스리는 기타를 친다. 레이몬드의 베이스도 저 아래에서 둥둥거린다.

여전히 좋다. 나온지 25년이 넘게 지났는데 지금 들어도 어색한 곳이 없다.

3. 1996년. 언젠가 그때 이야기를 여기에 했었지.

4. 음악 이야기가 많아진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 인터넷을 할 수 없어서 티브이를 못보고, 영화를 못보고, 뉴스를 뒤적거려 패션붑에 포스팅할 거리를 찾지 못하니 가지고 있던 음악만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번 달에는 컴퓨터용 5기가, 휴대폰용 300메가가 남아있다. 정말 구질구질하구나.

20120408

20120408 일요일

1. 요즘 이상하게 여기를 열심히 쓰네. 정체 불명의 식물(UPO)은 카네이션으로 밝혀졌다. 어머니가 보자마자 카네이션이네 하심. 이왕 이렇게 된거 5월 8일까지 만개한 카네이션으로 만드는 게 목표. 다이소에서 천원에 구입한 압축 배양토는 6개가 들어있는데 하나를 카네이션에 사용했다. 이 말은 5개가 남아있다는 것.

그래서 씨앗같은 걸 좀 구해볼까 싶다. 작은 해바라기같은 것도 길러보고 싶다. 예전에 조권 가인 우결할 때 홍콩에서 한송이 샀었던 빨간 꽃도 예뻤는데. 뭔지는 모르겠음. 애써 찾았다.

flower

하지만 꽃 같은 건 기르기 어렵겠지.

이번에 새로 알았는데 옆집 아저씨(부인은 필리핀 사람, 남자는 터프하다고 할까... 편견을 가지고 싶진 않지만 '약간' 문제가 좀 있음)가 식물을 키우는 재주가 있어서 작년에 옥상에서 토마토를 재배해 따 먹었다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구나.

2. Instinct라는 레이블에서 나온 Ambient 시리즈가 있다. 인터믹스니 앰비언트 시리즈니 뭐니 해서 CD로만 총 14장 정도된다. 앰비언트라는 게 워낙 조용조용해서 랜덤으로 듣다가 나오면 잘 들리지도 않고, 뛰어넘고 그래서 쌓아만 놨지 제대로 들어본 적은 거의 없다. 당분간 이걸 좀 들어볼 생각이다. 음원을 쌓아 놓는데만 열중하는 자신을 반성하고자 아이팟에도 CD 두 장 분량만 넣어놨다. 이것은 마치 중학교 때 카세트 테입 두 개 쯤 챙겨서 등교하던 시절같다.

3. 집에서 뒹굴다가 산책을 다녀왔다. 처음 1.7km, 춥다 싶어서 컴백홈하고 다시 3.8km. 돌아다니는데 부활절이라고 달걀도 하나 받았다. 모래 바람이 확 불어오고 네 명(나눠주려고 돌아다니는 사람 3 + 나 1) 모두 옷이나 손으로 입을 가리고, 멀리서 축구공 차는 소리가 들려오고, 내리막길에 쨍쨍 비추는 햇볓 아래서 계란을 주고 받는, 좀 이상한 풍경이었음.

4. 강아지도 데리고 나가려고 했는데 개 끈이 없었다. 예전에 있던 걸 씹어먹어서 끊어졌다고.

4. 어제는 한예종 대극장 앞에서, 오늘은 광운대 운동장 옆 벤치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을 좀 했다. 그 이후로 두통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는 책을 빌려달라는 후배를 만났는데 거의 반 배거본드였다. 가방에서 컵, 봉지 커피를 꺼내더니 커피를 나눠마셨고, 종류별로 세 가지 쯤 들어있는 담배를 꺼내 취향대로 고르게 했다. 라이터는 10개 쯤 들어있었던 거 같다. 담요도 들어있고, 휴대폰 충전기도 들어있고, 먹을 것도 좀 들어있고 여튼 신기한 가방이었음.

돈을 좀 벌어야 되는데 여러가지 생각들과 사정들에 문제가 좀 있다. 여튼 결론은 서류 정리, 자료 추적 그리고 이불 햇빛에 말리기, 청소, 세탁, 관리실 없는 곳 택배 대신 받기, 특히 컴퓨터 문제 진단, 해결, 청소, 업그레이드, OS 설치나 백업 처럼 시간 오래걸리고 지루한 일 등등 저렴하게 해드립니다. 돈이면 뭐든 되는 21세기. 망설이지 말고 믿고 맡겨주세요! 고양이 탐정이나 강아지 탐정은 어떨까.

5. 레코드페어를 한다길래 그렇다면 나도 LP와 CD를 좀 가져다 팔까! 했는데 참가비가 12만 5천원이었다.

6. 당근이 원래 보라색이었다는 걸 방금 봤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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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래디쉬 이런 거랑 다르게 이건 그냥 쌩판 보라색이네. 보라색 당근을 길러볼까. 토마토에 견줄 수 있는 매혹적인 아이템이긴 하다.

20120407

20120407

1. 오늘도 바람은 많이 분다. 하지만 날은 매우 맑아서 며칠 전부터 밤만 되면 달이 너무 밝다. 컴컴한 방에서 뭔가 찾을 때 편하다.

2. 집에서 싸구려 이어폰으로 N.W.A를 듣다가(오디오 카드가 고장나서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를 쓰고 있고, 그건 스피커-이어폰 연결 단자가 따로 없어서 이어폰으로만 음악을 듣는다) 이거 뭐 이러냐 싶어 헤드폰에 연결해서 들었더니 안 들리던 베이스가 들린다. 숨겨져 있어서 좋은 오디오 시스템이 아니면 안 들리는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둥, 둥 거리던 게 안들리고 있었다. 역시 뭔가 억울하다. 스피커를 사고 싶다. 스피커는 역시 북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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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제 마우리지오 폴리니가 사망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나에겐 폴리니가 연주한 녹턴과 폴로네이즈가 있다. 녹턴을 다들 좋아하지만 들을 때 마다 조금 졸려서 폴로네이즈 쪽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둘 다 LP다. 그가 떠났다는 소문을 듣고 마음 한 구석이 짠해 뭔가 듣고 싶었지만 유투브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결국 시큰둥해져서 관뒀다. 다행히 헛소문으로 밝혀졌다. 혹시 그 때가 오면, 나는 LP를 틀 수 있을까. 그렇다면 턴테이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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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를 위해서는 앰프도 필요하다....

5. ㅇ,.ㅇ 생각하기 싫군. 배고프니까 뭐라도 먹자.

20120406

20120406 패션쇼, 음악, 잡담

01. 01이라고 숫자를 시작하는 건 10을 넘어갈지도 모르겠다는 무의식의 표현이다.

02. 원래 금요일마다 뭘 좀 하려고 하는 중인데(패션붑, RSS 스캔) 약간 부질없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 뛰어 넘었다. 의욕이 좀 없다. 그렇다고 딱히 반체제적이거나 비윤리적인 건 아니니 다시 할 생각이다.

03. 어제는 좀 큼지막한 헤드폰까지 챙기고 나가 종일 De La Soul을 들었다. 3 Feet High and Rising, 1989년. 드 라 소울은 Run D.M.C처럼 순식간에 확 꽃히는 게 없어서 약간 허들이 느껴지지만, 막상 넘어가면 이 조곤조곤한 농담같은 흥겨움이 꽤 좋아진다. 좋은 음반이다.

04. 그리고 XTC를 한참 들었다. English Settlement는 기타를 알아먹기 쉽게 치는 토킹 헤즈같고, Psonic Psunspot은 비틀즈를 따라하던 비치 보이스를 따라하는 거 같다. 이건 집중해서 들으면 헛점도 많고 흥도 안나지만 돌아다니면서 들으면 꽤 괜찮다. 요즘같이 바람 많이 불고 추운 날씨에는 좀 별로고, 5월 쯤 되면 아주 좋을 듯.

05. 패션쇼에 가서 사진을 한 장도 안 찍은 줄 알았는데 한 장 찍었더라. 혼자 있으니까 외롭고 심심했다. 중간에 빈 시간(11시부터 1시 20분까지가 비었다) 잠실역 근처 홈플러스까지 걸어갔는데 막상 가니 할게 별로 없어서 다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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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을 하나 얻어서 화분에 옮겼다. 왠지 잔디 같은데 잘 자라면 옥상을 덮어야지!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까다롭다. 정갈하게 완성되지가 않는다. 여튼 이제 펠로우가 되었으니 오손도손 함께 잘 자라면 좋겠다. 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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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압축 배양토라는 건 참 신기하다. 물을 붇고 조금 있으니 마구 커지고, 나중에 휘저으니 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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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모자란 듯하여 붓다가 동그란 완결되있던 모양이 흐트러졌다.

08. 나는 로그(log) 집착증이므로 플란트 프로같은 앱을 하나 사 볼까 하다가 관뒀다. 식물 기르기 사이트 몇 개를 열심히 읽어봤는데 그렇게 좋아할 거 같지는 않다. 의욕이 좀 넘치다가 시큰둥해져서 강아지랑 놀았다.

http://appshopper.com/lifestyle/plants-pro

4.99불이나 한다.

09. 강아지 다이어리 앱도 탐나는 게 하나 있다. SNS 기능도 된다한다.

http://appshopper.com/lifestyle/caniner-doggie-diary

이건 0.99불이다.

10. 그렇다고 그냥 있기는 좀 그래서 Flava라는 아이폰 노트에 Unidentified Plant Object에 대해 기록은 해놨다. 2012년 1월 27일 이후 아무 것도 기록된 게 없는 일기장이다.

11. 제주도에 있는 막내 사진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실제로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 만큼 따뜻하진 않을 거 같기는 하다.

12. 인스턴트 커피를 4잔 마셨고, 블랙 커피를 1잔 마셨다. 그리고 식빵 두 쪽, 비빔면 하나, 계란 후라이를 하나 먹었다. 그러고 났더니 밤 9시다. 어린이 여러분 이제 꿈나라에 들 시간입니다.

20120404

20120403 농담

1. ㅎㅈㅇ군이 트위터에 큰 따옴표를 이용한 어처구니 없음의 표현을 했다. 여기서 큰 따옴표는 RT와 비슷하게 사용되었다. RT라는 건 꽤 재미있는데 동의나 공감 뿐만 아니라 단순 인용, 부정, 놀림, 비웃음 등등으로 사용된다. 그것이 무엇인가는 오직 RT한 자의 컨텍스트 안에서 이해되는데 사실 그것도 매번 명확하게 캐치되는 건 아니다.

이 RT된 문구는 또한 그것을 본 사람에게 그의 컨텍스트의 안에서 활용된다. 당연히 '어조'는 바뀔 수 있다. 구 RT의 경우에는 그것이 보다 드러나 있는데 신 RT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어쨋든 RT한 자의 컨텍스트를 굳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리가 없고, 그러므로 가끔 '이상한' 논쟁이 발생한다.

반박, 특히 인터넷스러운 강도높은 반박을 하면서 컨텍스트를 파악하지 않으려는 것은 역시 익명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조심하는 자만 손해보는 기분이 들게하는 치킨 게임과 비슷하다.

어쨋든 이 트윗 구경은 (거의) 아무도 (거의) 아무 것도 읽지 않는다라는 내 평소의 의심을 다시한 번 환기시킨다. 그리고 예전 유명했던 공간 논쟁도 떠오른다. ㅂㅂㄷㄹ의 공간 논쟁 원글은 못 찾았고, ㅃㅃ의 링크는 여기(클릭).

2. 또 하나 평소 의심 중에 하나는 코칭 스탭이 없는 독서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거니와 (혹시) 잘못되었을 지 모를 확신만 강화되는 일군의 부류들이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많은 경우 책 - 예를 들어 자본론, 국부론 또는 철학책 - 을 읽으면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럼으로 보다 큰 확신으로 나아가게 된다.

학부 때 독서 토론 같은 걸 해보면 아니 같은 걸 읽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부분을 주목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소설책을 읽을 때도, 시집을 읽을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많은 부분 타인의 논리 혹은 진행과정 자체를 익히고, 즐기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행동 양식은 위의 RT를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건 극단적인 예이지만 일반적으로도 그게 뭐든 자신의 상식, 지식 안에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그 레인지는 다르겠지만, 사실 양태는 비슷하다.

나 자신 역시 특별히 별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조심하려고는 하는데 그게 말처럼 되는 건 아니다. 오래간 만에 키틀러의 광학적 미디어라는 난도 높은 독서를 시작했는데 아, 이거 그냥 이렇게 읽으면 안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문득 든 김에 하는 말.

우디 알렌은 철학 공부를 하려고 뉴욕대인가 학생에게 개인 교습을 받았다고 하던데 역시 이런 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렇다면 오해를 짊어지는 건 평범한 소시민이 필연적으로 짊어질 경제적 판단 결과일 수도.

3. 바로 전 포스팅에서 피치포크 80년대 TOP 100 리스트를 참고하면서 그걸 좀 들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해놓고 어제는 종일 James Blake를 들었다. 요즘은 한 장을 하루 종일 듣는 패턴을 선호한다. 나쁘진 않은데 폼을 너무 잡는다는 생각이 문득 들때면 조금 지루하다.

4. 요즘엔 이런 느낌이 나는 음악을 찾고 있다. 예시.

ttower

5. 아, 뭔 소리를 하는거야. 너무 추워.

20120403

20120403 꿈, 음악

1. 필사적으로 기억을 떠올릴려고 하는데 명확히 생각나진 않는다. 기차를 탔고, 어디에선가 내렸다. 전주, 혹은 진주. 어쨋든 꽤 기분이 좋았다. 그게 중요하다.

2. 이건 며칠 됐는데 기억이 좀 남아있다. 6시 비행기로 중국에 가야하는데 5시 40분에 집 앞 지하철 역에 있었다. 역은 조용하다. 이건 어쨋든 불가능일텐데 왠지 빨리 가면 될 거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티켓을 집에다 두고 왔다. 집에 들렀다가면 아슬아슬할 거 같은데 하며 약간 갑갑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비자를 받지 않았다. 어허허 하고 웃으며 깨어났다.

3. 피치포크를 뒤적거리다가 스탭들이 뽑은 1980's 음반 TOP 100인가를 보고 리스트를 체크하며 듣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거의 다 가지고 있다... 내가 씨디를 안 모았다면/음악을 안 들었으면 차를 샀던지, 아니면 적어도 지금처럼 거지는 아니었을 거 같은데. 물론 몇 가지 없는 것들도 있다(Minutemen나 John Zorn 등등).

http://pitchfork.com/features/staff-lists/5882-top-100-albums-of-the-1980s/

물론 여러 기준점들이 있겠고 그런거 따지다 보면 끝고 없겠지만 AC/DC가 한 장도 없다. Back in Black도 For Those About to Rock We Salute도 Flick of the Switch도 없다. 약간 이해는 가지만(AC/DC의 명반들은 70년대의 결산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Back in Black은 미국에서 2200만장이 팔렸는데, For Those About to Rock We Salute는 빌보드 1위도 했는데.

그런 주제에 Pixies는 세 장이나 들어있다. Surfer Rosa, Doolittle, Come on Pilgrim. 자켓에 원숭이 사진이나 넣는 놈들을! 그리고 Husker Du 음반이 두 장 들어 있던데(Zen Arcade와 New Day Rising), 예나 지금이나 허스커 두의 즐거움이나 가치는 잘 모르겠다.

4. 어제 새벽에는 6월 장마철 마냥 비가 쏟아지더니, 눈이 내렸고, 지금은 춥기는 하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꽤 좋다. 바람은 좀 심하게 분다. 지금은 2012년 4월 4일, 대한민국 서울.

5. 한동안은 3의 이유로 Run DMC나 XTC, The Police 같은 것들을 듣게 될 듯. 요즘 곡들에 비해 잔 재미는 약간 덜하지만 둔탁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라는 느낌이 꽤 반갑다.

20120402

20120402 촌스러움, 마블발, 퓨처라마

1. 촌스럽다는 말에 대한 트윗을 보고 트윗에 적으려다가 길어질 거 같아서.

촌스럽다는 말은 꽤 이상하다. 우선 글자 자체로는 이데올로기/차별적이고, 컨텍스트로 보면 꼰대질과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먼저 글자 이야기를 하자면 : 굳이 이렇게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을 칼 같이 재단해 구분하고 싶은 생각은 사실 없지만 촌(村)스럽다는 단어는 보통의 용법인 경우 차별적이다. 꼭 그렇게 따질 생각은 없으니 간단히 넘어간다. 후자의 이유에 의해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 컨텍스트, 그러니까 사용의 측면에서 보면 어쨋든 위에서 내려보는 단어다. 나도 너도 어차피 촌스러! 같은 자조적/시니컬한 용법이 아니라면 특히 스타일의 측면에서 '아 저 아저씨 촌스러'라는 말은 자기 자신은 그 촌스러움을 판단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는 뜻이고(대부분의 경우 촌티는 그 사실 자체를 자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은 촌스럽지 않다는 상태를 포함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이 다른 곳에서 '촌스럽지 않음'의 범주에 든다는 확신은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타인의 삶, 환경, 태도 등등의 결과(혹은 경과) 중 하나일 지금 취하고 있는 스타일에다가 세련됐네, 촌스럽네 구분할 '시간이 있고' 그만큼 관심이 있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저 사람은 왜 저런 결론에 도달했을까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유용하고 재미있을 거 같다고 믿는다. 옷이나 스타일보다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는 사람은 세상에 널려있다.

이상 꽤나 촌스럽게 입고 다니는 사람의 항변이었음.

2.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러블리스 트리뷰트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한참 전에 들었는데 나왔나보다. 음원 구할 길이 없기 때문에 들어보진 못했지만 미묘님의 글을 읽었다.

http://verymimyo.egloos.com/5622744

아, 추억 돋는 마블발 이러면서 마블발을 들으려고 아이튠스를 뒤적거렸는데... 없다. 분명 기억에 Isn't Anything과 Loveless가 있었고, mp3 플레이어에 넣고 다닌 기억도 있는데(지하철에서 이런 음악이 들리면 좀 짜증나서 랜덤 플레이할 때 부디 안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기억도 난다) 없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곰곰이 생각을 하면서 할 수 없이 씨디를 꺼내 인코딩을 하며 뒤적거려보니 마블발 뿐만 아니라 음원으로 얻었던 병1신들도, 지저스 앤 메리 체인도 그러다 생각난 에코벨리(그레이트 씽스를 듣고 싶었다, 아이 와나두 그라잇트 씽스~)도 없다. 다 어디 간거야, 원래 없었던건가? 지금 11427곡이 들어있다고 나오는데 이게 뭔가 빠진 건지 원래 없었던 건지도 잘 모르겠다.

3. 퓨처라마를 다 봤다. 끝. 이제 밤 11시 넘어 잠자기 직전 볼 게 없다. 퓨처라마는 역시 벤더다. 본명은 벤더 벤딩 로드리게즈(멕시코 공장 출신이다). 이 알콜 쩔고, 도박 좋아하고, 여자(로봇)에 사죽을 못쓰고, 시가와 담배 좋아하고, 도둑질 좋아하고, 대개의 로봇들은 감정이 없는데 있는 걸 넘어 다중이에다가, 외로움도 쩔고, 질투는 불 같고, 그러면서 스스럼없이 '친구'를 불구덩이에 빠트리는 엉망진창인 로봇은 그러나 매력적이다.

220px-Bender_Rodriguez

건달같은 말투도 무척 마음에 드는데 성우를 맡은 존 디마지오에 따르면 He describes the voice he got the part with as a combination of a sloppy drunk, Slim Pickens and a character his college friend created named "Charlie the sausage-lover". (슬림 피킨스는 미국의 로데오 퍼포머, 영화/TV 배우, 터프/Sardonic 카우보이.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 나온다).

전반적으로 큐버트와 잽 브래니건이 주인공인 에피소드들은 별로 취향은 아니었다.

일단 체크 정도 해 보려면 영화 쪽(4편)을 보는 게 낫고, 그걸 보고 났는데 벤더가 마음에 들거나 뭔가 좀 부족하다면 그때가서 TV 에피소드 정주행을 하면 된다. 캐릭터 자체는 영화보다 TV 시리즈 쪽이 일관성이 없다.

탁월, 표현, 방식

1. 듄의 캐릭터 중 가장 재미있는 건 레이디 제시카다. 그리고 집단 중에서도 베네 게세리트다. 예컨대 듄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건 누군가라고 하면 베네 게세리트다. 수천 년의 계획 속에서 적당히 결함있는 귀족 집단, 황제 집단을 재생산하며 자신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