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31

가만히 생각

지금 상황을 간단하게 보면, 견고해 보이던 세계 경제의 두 축 미국과 EU가 무너져가는 와중인데 이게 진정되고 다시 체력이 회복될 때에 과연 누가 세계 경제의 주도축이 될 것인가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다. 이는 미국의 군대를 강하게 만들어 주고, 또 군대가 달러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상보 관계를 이뤄가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게 내포하는 문제는 미국의 경제에 문제가 생겼을때 세계 경제에 파급 효과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유럽이 그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유로화를 만들게 된 것도 포스트 달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다. 현재로서 미국의 경제 규모에 육박하는 섹터는 일단은 유럽 연합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기축 통화를 보유함으로서 얻게 되는 미국의 추가 이익, 그리고 미국이 흔들릴 때 필연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같이 흔들리게 된다는 점에서 슬슬 짜증을 낼 법도 하다.

만약에 이게 20년 후 쯤 벌어졌다면 중국도 끼어들어서 더욱 복잡해졌을텐데, 60여년 만에 찾아온 기축 통화를 둔 싸움에서는 일단 중국이 주도할 만한 형편은 못된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이 다음에 찾아올 기축 통화 전쟁에서는 아마 중국이 거대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큰 일이 있지 않는 한 이건 내 인생 안에는 오지 않을 듯 싶다.

그 다음 문제가 되는건 우리 나라의 포지셔닝이다. 이번에 300억불 통화 스왑은 일단 가장 문제가 되고 있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시그널링이 포함되어 있다.

첫번째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외화 보유고 운운하며 부정해왔던 것과 다르게 유동성에 실질적인 문제가 있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부 말대로 외환 보유고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스왑은 필요가 없고 한은이 비행기로 날라다니며 은밀히 이 건을 추진할 이유도 없다. FRB 스왑말고 IMF 스왑도 껴있다는데 (뷰스앤뷰스에만 나와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물론 정부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므로 (정부는 투자자들이 쓸데없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스왑을 추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쨋든 믿을 만한 버팀목이 필요한 상황인 건 틀림없다. 참고로 CDS는 통화 스왑 발표보다 먼저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아마 그 쪽에 소문이 먼저 났나보다.

두번째는 지금 이 와중에 우리가 미국 경제와의 밀착도를 보다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IMF의 지원을 받는 몇몇 나라들과, 이번에 통화 스왑이 결정된 몇몇 나라들이 이로써 달러 기축이라는 같은 배를 타게 되었다. 이건 좀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미국이 오늘 발표한 바에 의하면 3분기 성장률은 0.3% 감소했고, 소비 지출 3.1% 감소했다. 아직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미국에는 카드 연체, 자동차 할부 연체, 실물 경제 등등 문제들이 잔뜩 남아있다. 더구나 ABS 상품은 이런 카드나 자동차에도 만들어져 있다. 주택보다 덩치는 작지만 실업률의 향방에 이 모든 것의 움직임이 달려있다. 이런 미국 경제의 향방에 우리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우리의 주된 교역국은 2003년 이후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그런데 그런 중국이 얼마전 러시아와의 교역에서 달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말은 지금 달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난 가만히 앉아 두고 볼 생각이다라고 선언한거다.

이렇게 되면 안달이 나는 쪽은 유로권과 달러권이다. 위안이 기축 통화가 될 가능성은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의 달러 보유국이자(러시아는 5위다), 아무도 무시 못할 경제 대국으로 커가고 있는 나라다. 그러므로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자민당이 했던 것과 비슷한 역할 - 캐스팅 보트 - 을 맡을 생각인가 보다.

이런 상황에서 괜히 나서서 나는 미국 편이에요 라고 주장해봐야 득될게 별로 없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조용히 있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포커판에서 내가 뭐가 들었는지 알려주면서 혼자 든든하게 생각해 봐야 별볼일 없다. 그럴 바에야 은밀히 캐스팅 보트 쪽에 붙는게 나을거 같은데 지금 정부는 미국 달러 기축이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듯 싶다.

선물 거래는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는 주식 시장의 교훈은 외교에도 통한다. 어쨋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두고 봐야지. 망할 거라는 확신이 들면 풋사서 들고 있으면 되는거고. 9.11때 1000원짜리 풋이 50만원이었다는데 -_-

20081026

10월 25일 2008년

밖에서 오토바이들이 몰려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여름 내내 더워서 방 창문을 열어놨는데 어제부터 잘 때는 창문을 꼭꼭 잠그고 자기로 했다. 새벽이 확 추워져서 아침에 일어나면 목도 잠기고 감기 기운도 생겼기 때문이다.

어쨋든 방 창문 하나 닫았다고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해 진다. 창문 상태가 그닥 좋지 않은 물건인데도 그래도 안닫는 것과 이리 차이가 나는구나 싶다. 그래도 집 앞 도로가 경기도로 나가는 직선 도로라 떼지어 몰려다니는 오토바이나 덤프 트럭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안좋은 점은 담배 피울때, 청소할 때 창문 여는 일이 조금 귀찮다는 것.

두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상당히 중요한데 집중이 잘 안된다. 기분이 너무 피폐해져있고, 패배 의식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약발이 떨어져가고 있는 발랄함을 충전시킬 시즌이다. 그렇게 겨울을 기다리자.

20081024

10월 24일 2008년

시덥잖은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 그만 좀 시덥잖아야 할텐데.

20081023

10월 23일 2008년

매일 쓴다고 하더니 2주일이 넘게 이 사이트에 와보지도 않았다. 인생 꽤 골치아프다. 언론에는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넘치고, 내 주변에는 나에 대한 비관론이 넘치고 있다. 나 좀 어떻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 말 할 곳도 없다. 꾸준히 연락이라도 하는 사람이 다섯 손가락도 남는 지경이고, 알 없으면 어디 나가기도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너져갈 수는 없다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는게 내가 가지고 있는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살아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반드시 그렇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은 중요하다.

20081022

전략과 전술

세계 경제의 동반 몰락도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안드로메다를 향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현 정부의 잘못된 상황 판단, 혹은 잘못을 가장한 의도된 상황 판단에 기인한다.

작년부터 경고된 미국 경제의 위기, 그리고 이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은 누구나 예상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경제팀은 엉뚱한 발걸음을 계속 걷고 있다. 저 위의 '잘못을 가장한'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 말 그대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그 누구보다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희안한 갈짓자 행보를 보였다는 것은 의심을 품기 충분하다. 과연 누가, 어디서 이익을 보고 있는가를 곰곰히 살펴봐야 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생각해 볼 구석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단 미룬다.

정권 초기에 대통령의 입, 정부 기관의 입을 빌어 계속 등장한 것 중 하나가 공공 기관 근무자들의 업무 태만 전략 부재, 그리고 그에 대비한 과잉 임금 문제다. 어제도 세금의 혜택을 받는 공공 은행과 시중 은행의 월급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이를 조중동이 받아 대서 특필하고 있다.

자, 여기서 곰곰히 생각해 보자. 도덕적 해이의 주체는 누구인가. 정부는 환율을 안정시킨다고 외화를 대량으로 퍼붓고 있고, 주가 폭락을 막는다고 연기금을 대량으로 퍼붓고 있다. 물론 이유가 분명치 않거나, 투자자들의 심리적 동요에 의한 단기적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 자금 투입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와 병행해야 할 일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들이다.

어차피 정부 돈이란 시민들의 세금이므로 그냥 때려붓는건 당장 환율 상승이 주춤하고, 주가 하락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이건 잠시의 신기루들일 뿐이고 이대로 가면 시민들의 부담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원화 가치를 증대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 잘못된 규제를 없애고 필요한 규제는 더욱 강화시켜 궁극적으로 그들이 흔히 말하는 월드 스탠다드의 투명하고 튼실한 사회 구조를 안정시켜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는 우리나라 최상단부의 잘못된 구조들을 고칠 생각이 없어보인다. 대기업 편중 구조를 고칠 생각도 없고, 국회의 도덕적 해이를 고칠 생각도 없고, 건설 경기 부양에 의한 GDP 상승이 시민들의 생활과 별 관련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고, 주택 가격 버블이 궁극적 문제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시종일관 언론을 통해 내미는 문제 중 하나는 공기업 임금 문제, 은행 임금 문제, 복지 혜택 문제들이다. 최상단부는 고칠 생각 없으니 우리 사회 구조의 상단부 중 하나로 문제를 떠 넘기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지적은 비정규직 문제, 취업 문제, 당장의 생활비 걱정 등으로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중하단부 계층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 5대 재벌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임금, 복지 혜택의 문제, 예속된 납품 중소 기업에 대한 도덕적 해이, 강압적 태도들 역시 제기될 때마다 언론에 의해 공장 노동자의 과도한 복지 혜택과 임금 상승 문제로 치환되는 경향이 있다.

이건 아주 간단한 전략이다. 즉 정부는 문제의 궁극적인 책임을 질 생각도 없으면서 그나마 안정적인 노동자 계층이 희희낙낙하는 듯한 모습을 비안정적인 노동자 계층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주입시켜 줌으로써 노동자 계층을 분열시키고 있다. 즉 자신의 잘못을 치환시키고 비안정적 계층의 비난의 화살을 안정적 노동자로 돌린다.

일제 시대때 적극적인 친일파들을 중간에 세워 약간의 이익을 품에 안기고 이들을 통해 독립군들을 잔인하게 압박해 일제에 대한 비난을 일부 자국민에 대한 증오로 치환시킨 방법과 매우 유사한데, 이런 건 사실 식민지 통치나 자본주의 초기의 부르주아들이 했던 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다.

가장 웃기는 일 중 하나는 역시나 안정적 계층의 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조중동의 언론인들이 이 문제를 신나게 대서 특필하고 있다는 점인데 첫번째는 이런 기사가 인기가 있기 때문일테고, 두번째는 언론사 자신들의 문제를 지적할 방법이 우리 사회 구조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시민들이 깨어 현 정부의 잘못된 활동, 언론의 잘못된 태도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만 적극적인 부익부 빈익빈 전략에 말려있는 시민들은 자기 몸 가누기도 점점 힘들어져 가고 그러므로 비판을 할 시간적 여유도 점점 사라져간다. 그리고 이런 전략들에 함께 춤을 추는 비안정적 계층도 점점 늘어간다. 우민화 정책은 이런 점에서 매우 지독하고 비인간적이고 극복해 내기가 힘들다.

만수가 대체 왜 저럴까, 명박이 대체 왜 저럴까 하고 질문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 중 하나는 이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결국 사회의 최상단부에 더욱 큰 이익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대변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대변해 주는 사람을 뽑았다. 그들에게도 이익이고 우리에게도 이익인 정책도 있잖아 라는 질문은 그러므로 합당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나라가 망하면 걔네들도 망할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순진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금칠한 방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의 독재자들과 독점 기업주들이다. 남미의 시민 경제는 몰락을 향해 달려가지만 일부의 독점 기업주들은 돈이 많아 주체를 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그걸 먼저 깨달아야 한다.



전경들에 의해 공화당 전당대회 주변에서의 공연을 저지당한 RATM

9월 2일, 2008년. 미국도 엉망이다.

20081009

금리 인하

10월 7일에 쓴 글에서 금리 인하를 하면 안된다고 했었는데 2일 사이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미국, 유럽 9개국이 급작스럽게 금리를 낮췄고 아시아 국가들도 일본을 제외하고 금리를 낮췄다. 예상은 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물가 문제로 인해 정작 실행할 확률이 그다지 크다고 여겨졌는데 실행한 셈이다. 이로서 두번째 마약(첫번째는 700bn $ 구제 금융)이 투입되었다.

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췄다. 이게 상당히 애매한데 미국이 금리를 0.5% 낮췄기 때문에 그 사이 만큼의 여유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급박한 상황이라고 여기고 아마도 그 간격을 이용해 보고자 0.25%를 급히 낮춘걸로 보인다. 아마 미국이 0.25% 조정했으면 가만히 있었을거 같다.

그것 때문에 0.25%의 차이가 상당히 의미심장해졌다. 어쨋든 급박한 시장 상황 속에서 한은은 최선을 다 한 걸로 생각된다. 움직일 수 있는 폭을 최대한, 그것도 매우 신속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 시그널링은 상황에 따라 더 올릴 수도, 고정시킬 수도 있다는 유연성을 보여준다. 즉 이번 금리 인하는 주식 시장 안정보다는 신뢰성 회복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로서 추산해 볼 수 있는 건 우리 경제가 여태 완전히 날아가지 않고 있는 이유가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크지만, 한은의 움직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권 초기 MB와 MS의 억지스러운 경기 부양책에 한은이 적극 대응하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금리 인하에 오늘의 주식시장은 반응을 해 줬다. 그렇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환율이 가장 큰 문제인데 현재 시간 1425원이다. 어찌 되었든 지금 상황에서의 금리 조정은 아픔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약에 불과하다. 이런 잠시 동안의 평화를 이용해 경제 장관이 펀더멘털 재구축을 위해 움직이며 시그널링을 보내줘야 한다. 이 텀을 벌기 위해 유럽과 미국은 금리를 움직였고, 한은도 그 와중에 생긴 작은 틈새를 이용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장관께서는 과연?

코스피 반등에서 다시 환율 문제로 내려앉는 순간까지 뭘 하실지 지켜보자.

20081008

앰네스티 최종 보고서

앰네스티가 보고서를 쓰고 있다고 포스팅한게 7월 30일인데(링크) 며칠전 보고서가 나왔다. 9월 예정이었는데 약간 늦어졌다.

다음 링크에서 원본 pdf파일과 영문 요약본을 볼 수 있다. (링크) 아직 한글본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앰네스티의 고은태 지부장 블로그에 요약문의 번역본이 일단 올라와있다. (링크)

그리고 아주 재빠르게도 법무부에 해명자료가 올라왔다는데 컬럼(링크)만 보이고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고은태 지부장 블로그에 법무부의 해명글에 반박글을 올렸다.(링크)

 

내용은 위 링크를 찾아가면 볼 수 있으니 생략.

법무부의 반박글이나 위의 컬럼을 보면 알 수 있는 점은 아직도 이 사람들은 앰네스티가 뭐하는 데인지, 왜 있는지를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밥멀어 먹기도 힘든데 보나마나 알고 싶지도 않을 양반 들이고.

컬럼에 재밌는 말이 나오는데 맨 아래 단락 “우리나라는 더 이상 열악한 인권 상황의 저개발국가가 아니다… “운운 하는 부분이다. 당신이 사는 나라는 그럴지 몰라도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분명 열악한 인권 상황의 국가다. 국격에 맞는 대응이라니 정말 놀고 있네. 귀신은 대체 뭐하나 몰라, 저런 것들 안 잡아가고.

여하튼 이제 남은 것은 저번 글에도 적어 놓았던 소위 인권 국가들의 연대 뿐이다. 인권 국가가 되었든, 비인권 국가가 되었든, 단체가 되었든, 개인이 되었든 우리는 분명히 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연대를 표시하고 행동해 준다면 영원히 기억하며 보답할 것이다.

20081007

하이 리스크 그리고 하이 리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썼었는데 사실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여기저기서 다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여서 관뒀다. 핵심은 이거다. 우리나라 경제팀은 신뢰를 잃었다(라기 보다는 애초에 없었다). 알면서 뽑았다. 지금 여당에 투표한 사람들은 그냥 미친 짓 한거고, 이에 반대한 사람들은 설득에 실패한 잘못을 저질렀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되돌리지는 못한다. 지금 중요한 건 어제 일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 일이다. 그게 해결되고 나서 어제 일을 따져도 잊어버리는 만행을 또 저지르지 않는다면 늦지 않다.

지금 주식이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는 건 유동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팀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더 크다. 안 좋기는 하지만 이렇게 크게 움직일 이유는 별로 없어보인다. 문제는 지난 6개월간 하는 짓을 봤더니 지금의 경제팀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위인들이 절대 아니라는 확신이 이미 우리나라 증시 참가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링은 엉망진창이었고, 결국 이제는 아무도 듣지 않는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당장 경제팀이라도 갈아치워야 할텐데 바꿀 생각은 없어보인다. 위기가 안 보이는 건지, 안 보려는 건지, 또는 무슨 다른  속셈이 있는지(금덩어리나 달러를 잔뜩 사놓았을 수도 있고, 이 기회에 친인척, 지인들에게 공기업 팔아서 한 목 잡아볼 수도 있다)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바꿀 생각이 없는게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탄핵이 최선이다.

미국을 보자. 미국의 금융가들은 하이 리턴을 얻기 위해 규제 완화라는 하이 리스크를 선택했다. 그래놓고 예정대로 리스크가 찾아오니까 이제와서 발뺌하고 있다. 이들을 제대로 청산하고 가지 않는 한 미국 금융 경제에 밝은 미래 따윈 없다. 그냥 몇 십년에 한 번씩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말거다. 미국의 일부 시민들은 왜 금융가의 모럴 해저드를 시민들의 세금으로 떼워야 하냐고 반문한다. 요새 매일같이 ANSWER에서 베일 아웃 반대 메일이 날라오고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부시는 분명히 공약에서 경제 부흥을 위해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누가 뽑았냐. 미국 시민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인들은 그들의 잘못 때문에 세계 경제에 끼친 악영향을 고려해(아이슬란드 등등의 나라는 지금 부도 위기에 몰려있다) 지네 금융 구조를 위한 기금 말고 세계 금융 구조를 위한 기금을 7조불은 내놔야 한다. 미국인도 아니고, 부시한테 투표한 적도 없는데 부시가 잘못한 책임을 왜 우리도 지냐. 니들이 물어내라.

우리 경제팀도 엉망이지만 너네처럼 대규모로 말아먹지는 않았다.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코스피 떨어진 지수 중 반쯤은 미국 책임이고 반쯤은 만수 책임이다.

투표는 장난이 아니다. 그들의 손에 쥐었던 투표 용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손에 쥐어졌던 투표 용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욕 맨날 해봐야 소용없다. 투표만 잘 했어도 되는걸 뭐하러 지나간 다음에 욕하나. 물론 이 시기가 지나가면 분명하게 과오를 따져야 한다. 소리나 꽥꽥 지르는 바보같은 청문회는 필요없다. 명백하게 과오를 가리고, 책임을 분명히 하고, 손해의 액수를 산정해 물어내게 해야한다.

일제 시대 청산할 때도, 군부 청산할 때도, IMF 청산할 떄도 우리는 한번도 그런 걸 제대로 해낸 적이 없다. 우리 경제가 지금 이따위 인것도 그런 청산을 제대로 못하게 방치해 놓은 시민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대충 둘러대고 시간만 지나가면 별일 없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도 돈은 어디가지 않는다. 거지같은 놈들이 아직도 잔뜩 위에 메달려 지들 좋은 것만 하고 있는데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아직도 헛소리들을 해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분명한건 심각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은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화폐를 보유하고 있는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이건 어떻게 바뀔지 모르므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분노의 포도 정도를 곰곰히 읽으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증권 살리겠다고 금리를 낮춘다면 미친 짓도 그런 미친 짓이 없고, 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을 거다. 한은 총재는 그걸 알고 있는거 같은데 경제팀 수장은 모르는거 같다. 당분간은 한은 총재가 이기길 바래야지.

6개월만에 이래 놓은걸 보면 참 굉장한 인간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부시는 8년이나 걸렸는데.

10월 6일 2008년

감기에서 탈출하고, 잠시 정신을 놨더니 근 일주일이 지나가버렸다.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나의 고쳐야 할 버릇 중 하나다. 그래도 머언 먼 뒤안길에서 다시 돌아와 WLW 앞에 섰다. 그간 몇가지 일이 있었다.

1. 그를 만났고 고마운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잠을 거의 못잤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다.

2. 옷을 샀다. 너무 높았던 꿈을 버리고, 현실에 눈을 맞췄다. 결론적으로 맘이 편하다.

3. 인생의 방향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아직도 나는 살아있고, 할 일이 많다.

4. 6일 하루 동안 알랑 드 보탱의 여행의 기술을 다 읽었다. 숲에 가고 싶은 생각을 한다.

5. 많이 걸었다. 많이 걷는건 언제나 유익하다. 워즈워스는 산책으로만 80여살까지 살면서 20에서 25만 킬로미터 정도를 걸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몇 킬로미터나 걸었을까.

6. BP에서 루엘이라는 잡지를 하나 줬는데 꽤 재밌다. 근래의 남자 패션에 대한 포멀한 정보가 많다. 이런게 있으면 맘이 편하다.

20081002

10월 1일 2008년

감기에 걸렸다. 아주 구질구질한 감기다. 방에 뚫려있는 구멍에 발라놓은 시멘트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거기서 안좋은 기운이 마구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생각보다 잘 안마른다. 그렇지만 내일 정도면 책상도, 삼단 옷장도, 의자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거 같다. 세가지 감사. 하루종일 누워서 코만 풀어댔더니 솔직히 별로 생각나는게 없다.

히지만 생각해보면

1. 보일러 틀어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2. 차가운 커피를 계속 마실 수 있었다.

3. 이글루스에 올린 MMM 20주년 기념에 대한 이야기를 이틀 간 600명 정도 와서 봤다. 그 중 몇 명쯤 곰곰히 읽어봤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걸로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패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누군가 나선다면 세상이 조금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81001

9월 30일 2008년

솔직히 오늘은 쉽지 않다. 아주 조잡한 이야기로 나가게 된다. 그래도 인생이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1. 방 공사가 다 끝나진 않았지만 목욕탕 물이 잘 나오게 되었다. 좀 자세히 말하면 잘 나오는 수준을 넘어서서 지금까지 살던 어떤 집보다 잘 나오는 곳이 되었다. 목욕탕 수준이다. 나는 물이 졸졸 나오는 경우 게을러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그런 변명은 안해도 되게 되었다.

2. 책을 한권 샀다. 재무제표에 대해 알 일이 많은데 너무 몰라서 하나 사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나에겐 책 살 돈은 있다. 다행이다. 더구나 밥도 먹고 있다.

3. 한창 우중충해 하면서 정신이 어딘가 헤매고 있었는데 그에게서 오후 6시 13분에 전화가 왔다. 나는 김동인이 만들었다는 '그녀'라는 호칭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 여하튼 덕분에 잠시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의 존재 만으로도 항상 감사한다.

두통, 공습, 직감

1. 주말에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 월요일이 되니 비가 내린다.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어. 오늘은 왠지 머리가 아파서 집에서 일하는 중. 하지만 졸리다. 2.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다. 드론과 미사일을 상당히 많이 날렸고 대부분 요격되었다. 돌아가...